매주 화요일 신데렐라처럼 찾아오는 달콤한 여인이 있다. SBS ‘김정은의 초콜릿’이다.‘만인의 연인’김정은이 MC를 맡아 코너별로 또박또박 소개하는 이 프로그램은 초콜릿처럼 달콤하다. 화려한 조명아래 테마를 정해 꾸며놓은 무대는 전망 좋은 카페에 놀러와 쉬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초콜릿은 연인을 의미하며 특별한 선물이다.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효과도 있다. 제작진이 프로그램 이름을 초콜릿으로 정한 이유일 게다.

갓 결혼한 커플을 초대해 축하곡을 불러주는 ‘저스트 메리드’ 코너와 방청객의 재미있는 사연을 뽑아 관련된 신청곡을 무대에 올리는 ‘음악이 있는 사연’은 풋풋하다. 현장에서 방청객들과 공감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지난 7월 한 달간 여름특집이 펼쳐졌다. 야자수 무대에 파라솔까지 갖춰 이국적인 여름 파티장을 연상시켰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은 MC 자리에서 머물지 않고 스스로 몸을 던졌다. 살사댄스를 몸소 보여주기 위해 두 달 동안 맹연습을 거쳤다는 후문이다. 무대의상도 직접 고르는 등 할 수 있는 열의를 다 보여줬다고 한다. 그의 열정엔 박수를 보낸다. 출연 게스트를 섭외하려 직접 뛰고 있다는 것도 제작진의 마음과 별도로, 시청자 입장에서 높은 점수를 줘야한다.

하지만 초콜릿은 자칫하면 쌉쌀하다. ‘김정은의 초콜릿’에도 가끔은 쓴 맛이 난다. 지난 주 방송에선 배우 한석규가 게스트로 나왔다. 3년 만에  TV에 출연했다. 그의 출연은 MC 김정은에겐 의미가 있었다. 첫 방송 전 기자간담회에서 꼭 한번 프로그램에 모시고 싶은 연예인으로 한석규를 꼽은 바 있다. 한석규는 곧 개봉 예정인 영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홍보하러 나왔다. 영화 ‘님은 먼곳에’를 홍보하러 배우 수애도 TV 음악프로그램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배우다.

어찌되었건 시청자는 좀처럼 귀한 스타를 만나 반갑다. 게다가 노래도 한곡조씩 뽑았으니  게스트에게 고마울 뿐이다. 다만 MC가 게스트를 대하는 호칭이 거슬렸다. MC는 표현법에 신중해야 한다. 김정은은 한석규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 수차례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사실 김정은에게 한석규는 개인적으로 ‘감히 쳐다보지 못할 어려운 선배님’일 것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시청자를 배려하자면 MC는 정색을 해야 한다. MC로서 ‘한석규씨’라고 불렀어야 옳다.

이런 호칭 사용에 대한 문제는 지난 10일 원더걸스가 출연했을때도 발생했다. 원더걸스 맴버들은 자신들의 소속사 대표를 칭하면서 ‘박진영 PD님’이라는 호칭을 반복 사용했다. 서로 합의하여 부르는 호칭이라면 탓할 일이 아니다. 사석에서는 뭐라 부르던 상관없지만 지상파 방송에서는 시청자를 배려하는 것이 우선이다.

한가지 덧 붙이지만 매끄럽지 못한 진행이다. 오랫만에 신곡을 들고 나온 가수와의 대화에서도 음악 이야기는 매번 뒷전이다. 배우 MC와 게스트 가수의 어쩔수 없는 틈새라고 여겨진다. 윤도현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출연 가수와 음악으로 공감하는 MC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김정은의 초콜릿’이 달콤 쌉쌀한 이유다.

물론 ‘김정은의 초콜릿’말고도 많은 프로그램에서 미숙한 진행이나 귀에 거스리는 호칭문제가 종종 지적된다. 하지만 전문 MC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고해서 매번 넘어갈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진행에 내공이 쌓여 버린 유재석이나 강호동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호칭 문제는 나름 정화되어 있다.

■김웅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