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원장 조선희)은 본격적인 서울 상암동 시대를 맞아 9일부터 25일까지 자료원내 ‘시네마 테크 KOFA’에서 개관영화제를 개최한다. 한국 영화 자료를 공식적으로 수집·보존하는 아카이브 기관인 ‘영화 박물관’도 9일 개관한다.
개관영화제
개화기 영화를 집중적으로 발굴·복원해온 영상자료원이 지금까지의 성과물 가운데 명작을 엄선해 일반에 첫 공개한다.
개막작은 안종화 감독의 1934년작 ‘청춘의 십자로’. 무성영화이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영화다. 이 영화의 여주인공 신일선은 기록만 남아있는 한국 최초의 무성 영화 ‘아리랑’(1926년)의 히로인으로 당시 청순한 국민 여동생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청춘의 십자로’는 30년대 무성영화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활극과 멜로와 코미디가 뒤섞인 이야기다. 특히 이번 개막공연은 김태용 감독이 총지휘하는 가운데 ‘원스 어폰 어 타임’의 배우 조희봉 등이 변사를 맡아 구수한 입담을 들려준다.
폐막작은 한국 최초의 애니메이션 ‘홍길동’. 신동헌 감독의 1967년작으로 당시 극장 개봉까지 했으나 작품이 유실되는 바람에 소문으로만 전해졌던 작품이다. 이밖에 총 6개 섹션에서 58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닥터 지바고’ ‘쉘부르의 우산’ 등 고전 영화를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고, 30대 영화팬들의 책받침 속 향수를 불러 일으킬 ‘천녀유혼’ 시리즈도 상영된다. 영화광이라면 러닝 타임 6시간에 이르는 피터 왓킨스의 ‘코뮌’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불나비’ ‘해바라기 가족’’등 한국 고전영화 5편도 소개된다.
영화박물관
크게 전시공간과 체험공간으로 나뉜다.
우선 전시공간. ‘한국영화의 시간여행’은 1903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영화사를 최초의 사건 중심으로 꾸민 곳으로, 80여개의 모니터로 다양한 영상이 소개된다. ‘여배우 열전’에서는 일제 강점기 시대 문예봉에서 월드스타 전도연까지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12명의 여배우를 통해 그 시대의 사회문화사를 짚어볼 수 있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조씨 부인 방이 재현될 ‘사극의 공간’은 역사와 미술 소품 등의 상상력이 어떻게 만나 우리가 스크린에서 보는 사극으로 완성되는지 볼 수 있다.
체험공간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교육의 장이다. 19세기말부터 서구에서 유행했던 영화의 전신인 광학 장난감을 만들며 영화의 원리를 배워보는 광학장난감 만들기, 무성영화 장면을 보고 직접 대사를 넣어 변사 역할을 해보는 변사놀이 등이 있다. 또 한국 고전영화를 함께 보고 이를 토론해보는 영화감상과 토론, 간단한 영상물을 만들어보며 미디어의 역할을 공부하는 미디어 창작놀이 등이 진행된다. ‘영화의 정원’에는 우리 영화의 대표적 인물 35명의 핸드 프린팅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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