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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서 독도 잘 보이는 조건은?
“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이백리,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바로 독도다. 독도하면 빠지지 않는 것이 또한 울릉도다. ‘울릉도와 독도’는 ‘악어와 악어새’처럼 붙어 다니며 함께 할 때 더 빛을 발한다. 그렇다면 울릉도에서 독도, 언제든지 볼 수 있는 걸까. 대답은 ‘No’다. 망향봉 독도전망대가 독도 잘 볼 수 있는 높이…좋은 시정이 관건 1454년 세종실록 지리지에는 ‘울릉도와 독도, 두 섬이 서로 거리가 멀지 않아 날씨가 맑으면 바라볼 수 있다’는 내용이 전해진다. 울릉도에서 87.4km 떨어진 독도를 보려면 가시거리(=시정)가 좋아야 한다. 비, 눈, 안개, 황사, 대기오염 물질 등이 공기 중에 떠 있으면 햇빛이 우리 눈에 곧바로 들어오지 못해 눈앞이 뿌옇게 된다. 시정이 좋다는 것은 울릉도 하늘이 아주 맑을 때라는 얘기다. 해상에서는 안개나 강수, 특히 해무(=바다 안개)가 자주 발생해 가시거리가 좋지 못한 경우가 많다. 울릉도는 7월에 가장 많은 안개가 관측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기상학회지 자료에 따르면 동해에서는 연해주 지역에서 남하하는 북한한류와 대한해협을 통과해 북상하는 동한난류가 만난 수온전선대를 형성하면서 해무가 자주 발생한다. 한편 울릉도에서 86m 이상의 높이로 올라가면 독도를 볼 수 있다. 이는 두 섬 사이의 거리와 피타고라스의 정리, 빛의 굴절 현상을 고려해 수학적으로 증명됐다. 얼핏 울릉도에서 높은 고도로 올라갈수록 독도를 더 잘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 높은 곳에는 구름이 끼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높은 곳보다는 중턱에서 잘 볼 수 있다. 128년 전 울릉도 최고봉인 984m 성인봉에서 독도를 바라본 이규원은 “사방을 바라보니 바다와 하늘이 아득할 뿐이요 다른 한 점의 섬도 없고”라고 언급했다. 이는 성인봉의 중턱부터 꼭대기까지 구름에 덮여 있는 날이 많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성인봉에 걸쳐 있는 구름의 아래쪽 중턱쯤이 실제로 독도를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결국 울릉도 내 망향봉(317m)에 있는 독도전망대가 독도를 제일 잘 볼 수 있는 높이인 셈이다. 울릉도·독도, 여름과 겨울에 시정이 나쁜 이유 울릉도에서 87.4km의 직선거리에 놓인 독도가 보이는 순간은 울릉도 하늘이 아주 맑을 때일 것이다. 울릉도 주민 대부분은 “독도가 보이기 전후에 비나 눈이 내린다”고 말한다. 이는 맑은 다음에 비가 오거나 비가 오기 전에 맑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기압계의 흐름이다. 시정이 아주 좋은 시기는 고기압의 영향권에 접어들었을 때다. 우리나라는 편서풍의 영향을 받으므로 기압계의 흐름이 동진한다. 따라서 고기압 이후에는 저기압이 오고 저기압 이후에는 고기압이 다가온다. 우리나라는 시베리아고기압, 북태평양고기압, 오호츠크해고기압, 이동성 고기압(=흔히 양쯔강 기단으로 알고 있음)의 영향을 받으며 이런 고기압들의 세력 변화로 인해 계절별로 각기 다른 기상현상이 나타난다. 봄과 가을은 이동성 고기압과 저기압의 영향을 받는다. 편서풍은 겨울동안 시베리아고기압의 세력 확장에 의해 남하해 주로 태평양 부근에서 분다. 하지만 봄에는 시베리아고기압이 약해지면서 북상하게 되고 중국 대륙에서 발생한 저기압과 고기압이 편서풍을 따라 이동하면서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여름철 북태평양고기압이라는 큰 세력에 의해 북상해 있던 편서풍이 가을철에는 남하해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때도 저기압과 고기압이 함께 발생, 이동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름에는 북태평양고기압과 오호츠크해고기압의 영향을 받는다. 오호츠크해고기압은 6~7월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면서 장마를 만들어낸다.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은 우리나라에 수증기를 제공해 울릉도에 해무(바다에서 끼는 안개로 따뜻한 공기가 찬 해면으로 이동할 때 해면 부근의 공기가 냉각되면서 생김)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날이 맑더라도 독도를 잘 볼 수 없다. 이처럼 여름철 울릉도에서는 소나기와 같은 강수 현상이 일어난 이후, 대기 중의 수증기가 대부분 사라지고 나서야 독도를 잘 볼 수 있게 된다. 겨울에는 시베리아 고기압의 확장과 약화에 따라 날씨가 좌우된다. 한랭건조한 시베리아고기압이 동해를 지나면서 수증기를 흡수하기 때문에 동해 부근에 눈을 내리게 한다. 겨울철도 여름과 마찬가지로 눈이 내린 이후 기상이 독도를 잘 관측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 우리나라 가장 동쪽에 위치한 섬, 독도. < 제공 =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 > 한편 계절에 관계없이 비가 내린 후에는 대기 중의 수증기는 물론, 대기 중에 떠다니고 있던 먼지 입자도 강수의 세정효과로 함께 지표로 떨어진다. 따라서 빛의 산란과 흡수를 일으키며 시야를 방해하던 수증기와 먼지 입자가 사라지게 되므로 시야가 밝아져 독도가 비교적 잘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울릉도에서 독도가 잘 보이는 날을 예상하는 데에는 과학적인 원리가 숨겨져 있다. 이런 원리가 울릉도 주민들이 말하는 ‘독도가 보이는 날 전후에 비나 눈이 내린다’는 현상을 뒷받침해준다. 독도 보게 하는 바람 따로 있어…동해상에 북풍·북동풍 불 때 울릉도에서 독도가 보인다는 것의 기상학적 의미를 분석한 국립기상연구소 황사연구과 전영신 과장은 “울릉도에 사는 최희찬 씨가 2009년 찍은 독도 사진들을 수집했다. 2009년 독도가 보인 날의 주변 지역 풍향을 분석한 결과 바람이 주로 북풍·북동풍 계열이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독도가 잘 보이는 때는 울릉도의 북동쪽과 동쪽의 상대적으로 차고 깨끗한 공기가 이류(advection·移流)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과거 세종실록지리지에 독도가 보이는 경우를 ‘풍일청명(風日淸明)’이라 기록한 것과 맞아떨어진다. 옛 선조의 관찰력에 다시금 놀랬다”고 덧붙였다. 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울릉도와 독도가 위치한 동해 중부지역에 고기압이 위치했을 때가 ‘독도 보이는 날’의 85%를 차지했다. 하지만 고기압이 아닌 때에도 독도가 보인 경우가 있어 독도 보이는 날 예측시는 여러 기상요소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정연화 기자 lotusflower@onkweather.com

울릉도서 독도 잘 보이는 조건은?

“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이백리,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바로 독도다. 독도하면 빠지지 않는 것이 또한 울릉도다. ‘울릉도와 독도’는 ‘악어와 악어새’처럼 붙어 다니며 함께 할 때 더 빛을 발한다. 그렇다면 울릉도에서 독도, 언제든지 볼 수 있는 걸까. 대답은 ‘No’다.

망향봉 독도전망대가 독도 잘 볼 수 있는 높이…좋은 시정이 관건

1454년 세종실록 지리지에는 ‘울릉도와 독도, 두 섬이 서로 거리가 멀지 않아 날씨가 맑으면 바라볼 수 있다’는 내용이 전해진다.

울릉도에서 87.4km 떨어진 독도를 보려면 가시거리(=시정)가 좋아야 한다. 비, 눈, 안개, 황사, 대기오염 물질 등이 공기 중에 떠 있으면 햇빛이 우리 눈에 곧바로 들어오지 못해 눈앞이 뿌옇게 된다. 시정이 좋다는 것은 울릉도 하늘이 아주 맑을 때라는 얘기다.

해상에서는 안개나 강수, 특히 해무(=바다 안개)가 자주 발생해 가시거리가 좋지 못한 경우가 많다. 울릉도는 7월에 가장 많은 안개가 관측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기상학회지 자료에 따르면 동해에서는 연해주 지역에서 남하하는 북한한류와 대한해협을 통과해 북상하는 동한난류가 만난 수온전선대를 형성하면서 해무가 자주 발생한다.

한편 울릉도에서 86m 이상의 높이로 올라가면 독도를 볼 수 있다. 이는 두 섬 사이의 거리와 피타고라스의 정리, 빛의 굴절 현상을 고려해 수학적으로 증명됐다. 얼핏 울릉도에서 높은 고도로 올라갈수록 독도를 더 잘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 높은 곳에는 구름이 끼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높은 곳보다는 중턱에서 잘 볼 수 있다.

128년 전 울릉도 최고봉인 984m 성인봉에서 독도를 바라본 이규원은 “사방을 바라보니 바다와 하늘이 아득할 뿐이요 다른 한 점의 섬도 없고”라고 언급했다. 이는 성인봉의 중턱부터 꼭대기까지 구름에 덮여 있는 날이 많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성인봉에 걸쳐 있는 구름의 아래쪽 중턱쯤이 실제로 독도를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결국 울릉도 내 망향봉(317m)에 있는 독도전망대가 독도를 제일 잘 볼 수 있는 높이인 셈이다.

울릉도·독도, 여름과 겨울에 시정이 나쁜 이유

울릉도에서 87.4km의 직선거리에 놓인 독도가 보이는 순간은 울릉도 하늘이 아주 맑을 때일 것이다. 울릉도 주민 대부분은 “독도가 보이기 전후에 비나 눈이 내린다”고 말한다. 이는 맑은 다음에 비가 오거나 비가 오기 전에 맑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기압계의 흐름이다.

시정이 아주 좋은 시기는 고기압의 영향권에 접어들었을 때다. 우리나라는 편서풍의 영향을 받으므로 기압계의 흐름이 동진한다. 따라서 고기압 이후에는 저기압이 오고 저기압 이후에는 고기압이 다가온다.

우리나라는 시베리아고기압, 북태평양고기압, 오호츠크해고기압, 이동성 고기압(=흔히 양쯔강 기단으로 알고 있음)의 영향을 받으며 이런 고기압들의 세력 변화로 인해 계절별로 각기 다른 기상현상이 나타난다.

봄과 가을은 이동성 고기압과 저기압의 영향을 받는다. 편서풍은 겨울동안 시베리아고기압의 세력 확장에 의해 남하해 주로 태평양 부근에서 분다. 하지만 봄에는 시베리아고기압이 약해지면서 북상하게 되고 중국 대륙에서 발생한 저기압과 고기압이 편서풍을 따라 이동하면서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여름철 북태평양고기압이라는 큰 세력에 의해 북상해 있던 편서풍이 가을철에는 남하해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때도 저기압과 고기압이 함께 발생, 이동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름에는 북태평양고기압과 오호츠크해고기압의 영향을 받는다. 오호츠크해고기압은 6~7월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면서 장마를 만들어낸다.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은 우리나라에 수증기를 제공해 울릉도에 해무(바다에서 끼는 안개로 따뜻한 공기가 찬 해면으로 이동할 때 해면 부근의 공기가 냉각되면서 생김)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날이 맑더라도 독도를 잘 볼 수 없다. 이처럼 여름철 울릉도에서는 소나기와 같은 강수 현상이 일어난 이후, 대기 중의 수증기가 대부분 사라지고 나서야 독도를 잘 볼 수 있게 된다.

겨울에는 시베리아 고기압의 확장과 약화에 따라 날씨가 좌우된다. 한랭건조한 시베리아고기압이 동해를 지나면서 수증기를 흡수하기 때문에 동해 부근에 눈을 내리게 한다. 겨울철도 여름과 마찬가지로 눈이 내린 이후 기상이 독도를 잘 관측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 우리나라 가장 동쪽에 위치한 섬, 독도. < 제공 =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 >

한편 계절에 관계없이 비가 내린 후에는 대기 중의 수증기는 물론, 대기 중에 떠다니고 있던 먼지 입자도 강수의 세정효과로 함께 지표로 떨어진다. 따라서 빛의 산란과 흡수를 일으키며 시야를 방해하던 수증기와 먼지 입자가 사라지게 되므로 시야가 밝아져 독도가 비교적 잘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울릉도에서 독도가 잘 보이는 날을 예상하는 데에는 과학적인 원리가 숨겨져 있다. 이런 원리가 울릉도 주민들이 말하는 ‘독도가 보이는 날 전후에 비나 눈이 내린다’는 현상을 뒷받침해준다.

독도 보게 하는 바람 따로 있어…동해상에 북풍·북동풍 불 때

울릉도에서 독도가 보인다는 것의 기상학적 의미를 분석한 국립기상연구소 황사연구과 전영신 과장은 “울릉도에 사는 최희찬 씨가 2009년 찍은 독도 사진들을 수집했다. 2009년 독도가 보인 날의 주변 지역 풍향을 분석한 결과 바람이 주로 북풍·북동풍 계열이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독도가 잘 보이는 때는 울릉도의 북동쪽과 동쪽의 상대적으로 차고 깨끗한 공기가 이류(advection·移流)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과거 세종실록지리지에 독도가 보이는 경우를 ‘풍일청명(風日淸明)’이라 기록한 것과 맞아떨어진다. 옛 선조의 관찰력에 다시금 놀랬다”고 덧붙였다.

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울릉도와 독도가 위치한 동해 중부지역에 고기압이 위치했을 때가 ‘독도 보이는 날’의 85%를 차지했다. 하지만 고기압이 아닌 때에도 독도가 보인 경우가 있어 독도 보이는 날 예측시는 여러 기상요소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정연화 기자 lotusflowe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