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파리기후변화협약' 2주년을 맞는 12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를 찾아 안 이달고 파리시장, 사디크 칸 런던시장과 만나면서 이들 도시수장간 인연이 새삼 주목된다.
박 시장은 1박3일 일정으로 파리에서 열리는 정상회의 '원플래닛서밋(One Planet Summit)'에 세계 지방정부 대표인 '이클레이(ICLEI)' 회장 자격으로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원전하나줄이기', '서울의 약속', '태양의 도시, 서울' 등 서울시의 시민 참여를 통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알릴 예정이다.
이달고 시장은 박 시장에게 '명예메달(Grand Vermeil)'을 수여한다. 파리시가 주는 메달중 가장 높은 등급으로 명예메달을 목에 거는 한국 정치인은 박 시장이 처음이다.
박 시장의 이번 방문은 지난 10월 서울에서 열린 '2017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세계도시 시장포럼'에 이달고 시장이 일부러 짬을 내 서울을 찾은 것에 대한 답방 형식이다. 에마뉘엘 마카롱 프랑스 대통령도 박 시장을 초청했다.
이들이 파리에서 만나는 건 지난 3월말로 9개월여만에 해후한 것이다. 당시 서울과 파리에 런던까지 더해 3개 도시는 '국제 자동차 환경등급제(Global Car Scoring System)' 도입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과 이달고 시장, 사디크 칸 런던시장 등 세 사람의 인연이 시작됐다.
국제 자동차 환경등급제는 시중 자동차 모델별로 도로 주행시 미세먼지,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 유발 물질 배출 정도를 측정해 점수·등급화하고 이를 전용 웹사이트에 공개하는 제도로 'C40 기후리더십그룹' 주관으로 공동기자회견이 열렸다. 파리시장이 의장을 맡고 서울시장과 런던시장이 부의장을 맡고 있는 기후변화 대응 세계 대도시 협의체다.
이처럼 이들 3명의 핵심 연결고리는 '기후변화'다.
박 시장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25%까지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5대 분야 160개 과제를 담은 '서울의 약속'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자전거 '따릉이'도 올해 2만대까지 확충할 계획이다.
파리는 공공자전거 하면 떠오르는 도시다. 2007년부터 무인대여시스템 '벨리브(Velib)'를 2007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달고 시장은 2014년 당선전까지 2001년부터 13년간 파리 부시장으로 일해 왔다. 당선 당시 대표 공약은 전기 오토바이를 빌려주는 '스쿠트리브(Scootlib)' 도입이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칸 시장은 취임이후 런던의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5년간 8억7500만파운드(약 1조340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런던시내 혼잡통행료 구간 진입 차량중 배기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차량엔 10파운드(약 1만5000원)를 추가 부과하는 '유해 배기가스 벌금제'가 대표적이다.
도시재생도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개발 대신 현재 주거형태를 바탕으로 기반시설을 확충해 지역을 활성화하는 도시재생은 박 시장이 취임 이후 중점 추진해 온 정책이다. 이번 파리 방문때도 파리시의 도시공간 프로젝트인 '리인벤트 파리(Reinventer Paris)' 총책임자인 장루이 미시카(Jean-Louis Missika) 파리시 부시장과 만나 이용률이 낮은 도시공간 활용 아이디어를 얻는다.
런던의 문화부시장인 저스틴 시몬스는 세계도시문화포럼(WCCF) 창립자이자 의장이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WCCF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을 당시 박 시장과 만나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도 이들 사이에서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다.
시민단체 출신으로 '노동존중특별시'를 선언해 온 박 시장과 마찬가지로 시민단체 경험이 있는 노동당 소속 칸 시장, 사회당 소속 이달고 시장은 이념 지향이 유사하다.
박 시장과 칸 시장은 모두 인권변호사로서 이름을 알렸다. 파키스탄계 이민자 가정 출신 무슬림인 칸 시장과 스페인에서 두살때 프랑스로 이주한 이달고 시장 모두 이민 2세다. 박 시장은 국내 정치인중에서는 드물게 영국 런던에서 유학한한 유럽파다.
각 나라의 정치권에서도 세 사람은 모두 주목받는 차기권력이다. 정치적으로 비주류의 길을 걸으면서 여전히 대권을 넘보는 정치적 위상을 쌓고 있다.
박 시장과 이달고, 칸 시장은 국제 모임에서 만날 때마다 남다른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
박 시장측에서는 이같은 친분이 '도시외교' 이상의 결과물을 내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국 입장에서는 한반도 4강(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럽과의 관계가 소원한데 이번 기회에 유럽의 정치·경제·문화의 양대축인 영국과 프랑스의 차기권력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고리를 만드는게 나쁘지 않다는 얘기다.
임재희 [limj@newsis.com] Copyright 뉴시스 | 이타임즈 신디케이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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