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경기 활황에 힘입어 오랜 적자 터널을 벗어난 시멘트업계가 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1164억원의 온실가스 배출거래권 구매 부담에 이어 연간 550여억원의 지역자원시설세 부과 압력이 몰아치고 있는 탓이다. 정부가 미세먼지 배출기준까지 강화하면서 2019년부터는 연간 300억원의 질소산화물 추가부과금까지 감당해야 할 처지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설경기 회복세와 잇따른 M&A 덕분에 적자를 털어내고 정상화로 접어들고 있는 시멘트업계가 전방위적 조세ㆍ부담금 압박에 고심 중이다.
시장의 90% 가량을 점유하는 상위 7대사는 2010년 총 3479억원의 적자를 낸 후 2013년(-4072억원)까지 4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했다. 그 이전에도 2009년 반짝 흑자(879억원)를 빼면 2007년과 2008년 446억원과 3551억원의 적자 신세였다. 7대사의 최근 10년간 연평균 순손실액만 305억원이고, 7대사 중 4곳의 주인이 PEF, 레미콘사, 동종 시멘트사로 바뀌었다.
작년부터 주택경기가 살아나면서 한숨을 돌리는 듯 했지만 복병을 만났다. 시멘트 1t 생산 때마다 1000원의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이철규 의원 대표발의)이 국회 행정안전소위에서 다시 논의되고 있는 탓이다.
지역자원시설세 부과법안은 작년 이중과세 논란과, 과세 명분인 외부불경제 논리 미흡 등의 이유로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상황이 급변했다. 부동산 규제로 인한 지방세수 급감 우려가 고조된 가운데 지방재정을 확충할 신규 세원 확보 여부에 따라 내년 6월 지방선거 결과가 엇갈리고 향후 총선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치 논리가 득세한 여파다.
최근 열린 국회 행정안전소위 회의록을 보면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내의 산업ㆍ자원시설 등에 대한 지역자원시설세 신설 또는 기존 세율의 인상을 추진하는 지방세법 개정안만 14건이다. 시멘트뿐 아니라 해저자원, 양수발전용수, 방사성폐기물, 화력발전소, 원자력발전소, 천연가스, 석유류 등에 이르기까지 세원도 가지각색이다. 의원들마다 공해 등으로 인한 지역 피해의 저감 및 보상을 앞세웠지만 결국 지역구의 세원을 넓혀 선거 때 치적으로 앞세우겠다는 의도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중과세 등을 이유로 반대했고, 일부 과세항목에 대해서는 환경 주무부처인 환경부마저 중과 등을 이유로 반대했지만,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에 고전하는 형국이다. 근거자료 및 검토 미비, 부처 간 이견 등을 이유로 상임위를 통과하지는 못했지만, 지방선거 국면이 본격화되면 통과가 시간문제란 게 업계 우려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법적ㆍ경제적 타당성 여부를 앞서 따졌던 작년 심의 때와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방선거 국면에 들어설 내년 초 상임위에선 어떻게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업계로선 가중될 부담이 더 걱정이다. 온실가스 배출권 매입 부담액(배출권 부족분 462만tㆍt당 2만5200원 환산 때 1164억원)만 7대 시멘트사의 작년 총 순이익(2131억원)의 절반이 넘는다. 매년 567억여원(2016년 시멘트 생산량 5674만tㆍt당 1000원 부과)의 지역자원시설세가 추가되면 적자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 2019년부터 미세먼지 기준 강화로 인해 부담해야 할 연간 300여억원의 질소산화물 배출부과금도 걱정거리다. 전기료도 급등세다.
시멘트를 생산할수록 적자를 봐야 한다면 생산량 감축 외엔 방법이 없다. 업계는 이미 외화를 벌어들일 수출량부터 줄이고 있다. 작년 시멘트 수출량(504만t)은 지난 2009년 이후 7년 만에 최저였고, 올해 수출은 더 쪼그라든 상황이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이제 막 산소호흡기를 뗀 우리 업계로선 조세 부담이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는다면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줄일 수밖에 없다”며 “결과적으로 무리한 지방세 부과가 반대로 지역주민 일자리를 없애고, 기존의 지원마저 끊어버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국진 [jinny@cnews.co.kr] Copyright 건설경제 | 이타임즈 신디케이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라이프스타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