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등 서울시 대표단이 인도 수도 뉴델리를 방문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보건기구 기준치의 40배에 달하는 초미세먼지가 도시 전체를 뒤덮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심각한 대기오염에 놀란 대표단은 초미세먼지 조기 대응 필요성을 절감하는 한편 그간 마련한 대책의 철저한 실행을 다짐했다.
박 시장과 시 대표단은 현지시간으로 7일 오후 6시께 인도 뉴델리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박 시장 일행을 맞이한 것은 환영 행렬이 아닌 공항 일대를 뿌옇게 뒤덮은 초미세먼지였다. 이 때 뉴델리내 초미세먼지 농도는 1000㎍/㎥에 육박해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인 25㎍/㎥의 40배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뉴델리는 해마다 11월초부터 이듬해초까지 서쪽 지방의 추수 후 논밭 태우기, 바람이 불지 않는 기상 등 탓에 극심한 대기오염을 겪어왔고 시는 이를 미리 파악하고 있었다. 이에따라 호흡기 가리개를 준비하는 등 대비했지만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농도에 시 대표단 일행은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중국보다 훨씬 심하다"는 평이 나왔다.
숙소로 도착해 하룻밤을 보낸 일행은 8일 오전에도 여전히 시내를 뒤덮은 초미세먼지에 다시한번 놀랐다. 숙소에서는 밤새 초미세먼지에 시달린 투숙객의 기침소리가 옆방까지 들렸다.
이날 오전 시 대표단이 델리 주지사와 주총리를 만나러 이동하는 동안에는 극심한 교통체증이 초미세먼지를 악화시키고 있었다. 도로 주변을 채운 스모그와 이로 인한 매캐한 냄새는 불쾌감을 유발했다. 대통령궁과 의회 건물의 수십m 앞까지 다가가도 윤곽만 희미하게 보일 정도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다.
시내 곳곳에 마스크를 낀 시민들이 나타났다. 동네 상점에서는 미세먼지 차단용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었고 공기청정기 역시 매대에 올라있었다. 다만 도로를 배회하며 구걸하는 노숙인 등 빈곤층은 초미세먼지 직격탄을 온몸으로 맞고 있는 중이었다. 시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서울에서 이정도였다면 아마 국가재난이 선포됐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도로를 메운 차량은 대부분이 경유차였다. 오토릭샤를 비롯해 상당수 차량이 경유차다보니 뿜어내는 매연이 상대적으로 많아 보였다.
적정 수준을 넘어선 차량들 때문에 교통체증이 심각한 점도 대기오염에 한몫하는 것으로 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한 인도인은 "지하철이 불편해서 시민들은 오토릭샤나 택시, 자가용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들은 오후가 되면 대기 순환이 일어나고 안개도 걷히면서 초미세먼지도 옅어질 것으로 봤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시간이 갈수록 공기는 탁해졌다.
도로 주변 공사 현장에는 비산먼지를 줄이기 위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여기에 퇴근길로 쏟아져 나온 차량들로 인해 매연은 더 뿜어져 나왔다. 무단횡단이 횡행하는 도로 주변에는 손수건으로 코를 틀어쥐거나 마스크를 쓰고 나온 시민들의 모습이 점차 많아졌다.
방문 일정 내내 초미세먼지에 시달린 시 대표단은 뉴델리의 상황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추수가 끝나고 뉴델리 서쪽지방 화전민들이 논밭을 태우면서 그 먼지들이 뉴델리 쪽으로 넘어오고 있다고 한다"며 "1년 중 11월에 초미세먼지가 가장 심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서울시에 닥치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며 "서울시의 초미세먼지 대책은 앞서가고 있지만 대책이 실행되고 잘 실천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는 미세먼지 대책으로 시민참여형 차량2부제와 대중교통 무료운행 등 서울형 초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마련해놨다. 또 노후 경유차 시내 진입 제한, 공사장 비산먼지 단속, 노후 건설기계 저공해화 및 친환경 건설기계 사용 의무화, 서울시 건축물 친환경보일러·저녹스버너 보급 의무화 등을 시행 중이다.
박대로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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