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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빠르게 산업화를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값싼 에너지 수급이 자리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최대한의 전력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을 핵심 가치로 두고 에너지 정책을 펼쳐왔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발전원인 석탄화력(39.3%)과 원전(30.7%)이 전체 발전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국가 중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2015년 기준)은 13번째로 저렴하다. OECD 평균 산업용 전기요금과 주택용 전기요금은 각각 ㎿h당 103.3달러, 160.9달러다. 반면 한국은 각각 94.9달러, 102.7달러로 싼 편에 속한다.
이처럼 에너지 안보와 경제성에 맞춰진 에너지정책의 핵심 가치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올해부터 환경과 안전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앞서 역대 정부들도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앞세운 정책들을 펼쳤지만 이번 정부만큼 파격적이고 과감한 변화는 없었다.
문재인 정부가 에너지정책에서 핵심으로 꼽은 것은 환경성과 안전성이다. 원전은 과거 일본 후쿠시마 원전과 대형사고 가능성 때문에 축소해야 하고, 석탄화력은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등 환경적 악영향으로 말미암아 비중을 줄인다. 반면 태양광, 풍력 등의 신재생과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 이번 정부의 정책 기조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 중단 △노후 석탄발전소 폐쇄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탈원전 로드맵 마련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030년 20% 달성 등 에너지 관련 정책들을 쉴 새 없이 쏟아내고 있다.
정부는 30년 이상 노후 석탄화력 10기를 폐지하고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공정률 29%에 달하는 신고리 5ㆍ6호기도 건설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다.
반면, 2030년까지 전체 발전 비중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이는 2014년 정부가 발표한 제4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9.7%)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전기료 인상 ㆍ전력수급 문제는 숙제…사회적 합의 필요
에너지 안보와 수급 문제, 그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은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 추진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원전과 석탄화력 폐지에 따라 치러야 할 비용이 상당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계획대로 원전과 석탄화력 건설을 중단하면 오는 2030년 원전 비중은 18%, 석탄은 25%로 떨어진다. 대신 LNG는 37%로 가장 높아지면서 원가 상승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우리나라에서 기저발전 역할을 하는 석탄과 원전의 비중 축소가 가능할지에 대해 회의론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처럼 발전비중이 변화하면 향후 전기요금은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230%까지 인상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가장 먼저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개편해 지금보다 인상하겠다고 공식화하기도 했다.
전력수급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새 정부가 정책적 대안으로 내놓은 LNG 발전과 신재생에너지는 경제성과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단점을 갖고 있다. LNG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수급 안정성이 떨어지고 비용 역시 석탄과 우라늄보다 비싸다. 자연환경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신재생에너지는 인프라 측면에서 많은 비용과 투자가 필요하며, 항상성도 다른 발전원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경제성과 환경성, 안정성을 동시에 다 만족시킬 수는 없다”면서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사회적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하고,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대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부미 [boomi@cnews.co.kr] Copyright 건설경제 | 이타임즈 신디케이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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