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경유)의 본고장인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디젤차 판매 감소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주요국에서 디젤차 판매 금지 법안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최근 독일 완성차 업계의 배출가스 불법 담합까지 도마 위에 오르면서 디젤차의 퇴출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디젤차 저물고..친환경차 각광
9일 영국 시장조사업체 자토다이내믹스가 발표한 올 상반기 주요 국가(지역)별 자동차 판매 동향에 따르면 디젤차 판매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각각 36.2%, 9.4% 감소했다. 인도는 5.3% 감소했고, 유럽은 영국과 독일, 프랑스에서 각각 10%, 9%, 7%씩 줄어 유럽연합(EU) 27개국 평균으로는 디젤차의 판매량이 2.9% 줄었다.
반대로 같은 기간 이들 국가(지역)의 가솔린과 친환경차(전기·LPG·하이브리드 등) 판매량은 모두 상승했다. 가솔린차의 경우 중국 1.8%, 미국 1.4%, EU 10.6%, 인도 14.8% 증가했으며, 친환경차는 중국 46.7%, 미국 17.6%, EU 49.5%, 인도 30.8%로 크게 늘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3년 2.2%에서 뛰어난 연비와 싼 가격 등의 장점으로 지난 12년간 68.6%까지 증가했던 국내 디젤차 점유율은 폭스바겐 디젤게이트가 터진 지난해 58.7%로 처음 내려간 뒤 올해 더욱 상황이 악화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연료별 수입차 신규등록대수 집계 결과, 가솔린차가 전체 신규 등록차량의 44.7%를 차지하며 디젤차(43.9%)를 추월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디젤차 점유율은 36.3%로 전년 동기대비 3.4%포인트 하락했다. 가솔린차 점유율은 50.2%로 2013년 이후 4년 만에 등록 차량의 절반을 넘겼다. 또 이 기간 국내 친환경차 판매량은 4만978대로 작년 같은 기간(3만3123대)보다 23.7% 증가했다.
◇세계적 디젤차 퇴출 움직임 가속화
전 세계적인 디젤차 판매량 감소 현상은 2년 전부터 불거진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과 담합 논란에 따른 소비자 불신이 확대된 것에 더해 디젤차가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며 각국 주요 환경 정책에서 ‘퇴출 대상'에 오른 영향이 크다.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주요 국가에서 디젤차 퇴출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으며, 우리나라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디젤차의 본고장인 독일에선 지방 정부들이 잇따라 디젤차 운행 금지 정책을 추진에 나서고 있다. 벤츠의 고향인 슈투트가르트는 당장 내년부터 유로6 기준에 충족하지 못하는 디젤차의 도시 내 운행을 금지한다. 또 파리·마드리드·아테네·멕시코시티 등 4개 도시는 2025년까지 디젤차를 퇴출하기로 했다. 중국에서는 2020년부터 자동차 판매업자들이 의무적으로 판매 차량의 20%는 전기차로 판매해야 하고, 인도에서는 2030년부터 내연기관차가 아닌 전기차만 판매할 수 있다. 한국도 정부가 미세먼지 감축 차원에서 ‘2030년 디젤차 퇴출'을 검토 중이다.
이에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현재 50% 수준인 유럽의 디젤차 점유율이 2020년 30%까지 떨어질 것이란 예측을 내놨고, 스위스 UBS은행은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세계 디젤차 점유율이 2025년까지 4%포인트 떨어져 13.5%를 기록한다고 내다봤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폭스바겐 디젤게이트가 터지면서 ‘클린디젤'의 명성도 금이 가게 됐고 속속들이 문제점도 드러나면서 급격하게 디젤차의 판매도 줄어들기 시작했다”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에서 노후화된 디젤차의 대도시 진입을 규제하는 정책이 나타나고 있으며, 완성차 업계도 디젤엔진의 한계를 선언하고 본격적으로 전기차 등 친환경차 개발과 보급에 전념하기로 선언했다. 이러한 흐름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면서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 개발 등이 대세로 자리매김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재웅 [ripbird@edaily.co.kr] Copyright 이데일리 | 이타임즈 신디케이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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