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십 년간 경남 하동, 사천, 전남 광양·여수 지역의 화력발전소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로 인한 간접피해를 보고 있는 남해군이 최근 '화력발전소 주변지역 피해 영향조사 용역'을 시행하려 했으나 예상치 못한 남해군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첫 발부터 삐끗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1일 남해군에 따르면 군은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고 이에 더해 인근 지역에 위치한 화력발전소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에 대한 지역 내 관심이 높아지자 '발전소 주변지역 피해 영향조사 용역'을 시행할 계획을 세웠다.
이 같은 계획은 지난 20일 남해군의회 의원간담회 자리에서 공개됐으며, 이 자리에서 남해군은 최근 남해군의 주요 현안과 더불어 이 용역계획 시행에 필요한 예산을 예비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의회의 협조를 구했다.
남해군 경제과 신태준 과장은 "남해군이 시행하고자 하는 발전소 주변지역 피해 영향조사는 현행 발전소 주변지역에 지원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에 따라 발전소 인근 반경 5㎞로 한정된 지원범위 외 우리군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에 대한 용역비 3500만원을 예비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의회의 협조를 구한다"고 말했다.
신 과장은 덧붙여 "우리 군이 인근 광양과 여수, 하동, 고성 등에 위치한 발전소 등 주변지역 대기오염배출시설에 둘러싸여 있어 이들 오염원으로 인한 군내 환경적 영향과 농수산업 피해영향을 분석하는 기초자료로 용역 결과를 활용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 영향조사 대상 오염원은 삼천포화력발전소로 제한하고 조사범위는 해당시설 반경 5~15㎞로 제시했다.
남해군이 삼천포화력발전소를 피해 영향조사 대상 오염원으로 특정한 배경에는 지난해 개정된 대기환경보전법개정에 따라 전국 56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처음으로 공개된 결과 단일 사업장으로는 삼천포화력발전소가 전국 배출량 1위를 기록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 결과에 따르면 남동발전 삼천포본부(삼천포화력발전소)는 지난해에만 전국 배출량의 8.8%에 달하는 3만5343t의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했다.
이런 배경에 따라 남해군은 발전소 주변지역 피해 영향조사 용역계획을 수립하고 군의회에 관련 용역비 지출에 대한 예비비 사용 협조를 구했다.
이에 대해 피해 영향조사의 직접적 대상지를 지역구로 둔 남해군의회 정홍찬 의원(무소속, 창선·삼동·미조)은 "갑작스런 예비비 사용 요청에 당황스럽다"며 "예비비는 재난 등 긴급한 상황발생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며 집행부의 용역비 집행 협조요청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 하복만 의원(무소속, 읍·서면)도 남해군이 설명한 용역목적과 용역결과 활용방안에 의문을 제기하며 "용역 결과에 따라 피해가 있다고 하더라도 발전소주변지역 특별법 개정을 위해서는 전국의 화력발전소에 대한 동시조사가 이뤄져야 할 사안"이라며 "남해군만의 자체 조사로는 법 개정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비비 사용 승인이 있어야 할 만큼 시급을 요하는 사안인지도 의문스럽다"며 남해군의 피해용역 실시 계획과 관련예산 승인 요청에 난색을 표했다.
하동화력발전소와 인접한 지역의 박삼준 의원(무소속, 고현·설천) 역시 "발전소 주변지역 피해 영향조사 범위는 삼천포화력발전소 뿐만 아니라 하동화력발전소나 광양복합발전소 등 인근 시설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뒤 "용역의 최종 목적이 법 개정이라면 남해군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지자체와 연대해 쟁점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현실적으로 용역을 시행하더라도 법 개정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남해군의 용역시행 계획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발전소 주변지역 피해 영향조사 용역 시행계획을 군 의회에 전한 남해군 관계자는 이들 의원을 주축으로 용역시행에 부정적인 의견이 주를 이루자 당혹함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이날 간담회 분위기를 전해들은 집행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화력발전소 등 주변 지역 오염원에 대한 간접피해로 지역주민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구 의원들이 해당 용역 시행 계획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에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남해군은 군의회의 이 같은 '의외의 부정적 견해'와 예비비 승인 부적절 지적에 대해서는 "의회의 견해를 확인한 만큼 이번 간담회에서는 정보를 공유하는 선에서 일단락 하고 향후 추경예산안에 편성해 재차 의회의 심의를 받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발전소 주변지역 피해 영향조사 용역 시행계획과 간담회시 논의과정을 두고 "의회와 집행부의 역할이 뒤바뀐 것 같다"며 군의회와 집행부 모두의 비상식적인 논의와 논리전개를 비꼬는 의견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 공무원은 "발전소 등 주변 오염원으로 인해 주민들이 피해를 지속적으로 호소하고 있다"며 "오히려 이들 지역주민들의 민의를 대변한다는 군 의원들이 객관적 피해조사 용역 필요성을 강조하며 집행부에 용역 시행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집행부가 나서 피해 영향조사 용역을 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보인다는 것은 여러모로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지역구 의원도 아닌 간접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의 의원들이 앞장서 반대하고 나서는 것은 주객전도가 아니냐"며 힐난했다.
차용현 [c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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