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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냐 고등어냐. 다시 조림이냐 구이냐. 두 생선을 놓고 망설이지 않을 수 없다. 누구는 고소한 갈치구이를 최고라 하고 어떤이는 소금에 절인 간고등어를 으뜸이라 한다.

 

멸치와 함께 갈치, 고등어는 우리 식탁에서 가장 사랑 받는 어류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해 들어 고등어와 갈치의 매출이 50.3대 49.7로 나타났다. 고등어가 갈치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10년 전인 2001년 갈치와 고등어의 매출비는 75.4대 24.6일 정도로 갈치 매출이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2000년 중반에는 60대 40으로 좁혀졌고, 올해 처음으로 고등어가 역전에 성공했다.

 

고등어가 갈치에 역전승을 거둔 건 한반도 주변 기온 변화가 원인이다. 올해 이상기온과 잦은 비로 인해 모든 물고기의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연해에서 주로 잡히는 갈치는 가격이 급등해 ‘다이아몬드 갈치’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고등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대서양 어장을 갖고 있는 노르웨이로부터 냉동고등어가 수입돼 가격이 안정됐다. 상품성이 있는 제품의 어획량이 줄긴 했지만 10월 이후 어획량도 안정을 되찾았다.

 

향후 한반도 주변의 이상기온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기후변화에 따라 한반도 농업ㆍ수산업 지도가 바뀌고 있다. 기온 상승에 따라 서식지가 바뀐 동ㆍ식물도 늘고 있다. 비단 고등어와 갈치뿐만이 아니다.

 

명태도 예외일 수 없다. 얼리지 않은 생태, 말려서 먹는 코다리ㆍ북어, 얼린 동태, 명태 새끼 노가리 등 이름도 다양하다. 알과 창자는 각각 명란젓, 창난젓으로 만들어 먹기 때문에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생선이다.

 

명태 조리방법이 다양한 이유는 우리나라 어장에서 명태를 손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값도 쌌다. 명태는 동해에서 1980년대만 해도 매년 10만ｔ이상 잡혔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명태 어획량은 1000ｔ으로 급감했다. 1980년대의 1% 수준이다. 이제 더 이상 우리나라 근해에서는 명태를 잡을 수 없다. 한류성 어류인 명태가 동해안을 따라 러시아 쪽으로 북상해 버렸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연간 수요량 30만ｔ중 대부분을 러시아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지속되면서 한반도 주변 수온은 최근 40년간 섭씨 1.3도 올랐다. 전 세계 해양 수온이 100년간 0.5도 상승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빠른 속도다.

 

기후변화 시나리오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도 남쪽 먼바다에 살던 참다랑어가 태안반도 서쪽 해안까지 북상했다. 사과 재배지는 대구에서 강원 영월로, 복숭아 재배지는 경북 경산에서 강원 춘천으로 바뀌었다.

 

2050년 내륙지방을 제외한 전국이 아열대기후로 바뀌면 일상생활과 농수산업에 미치는 파장은 엄청날 전망이다.

 

특히 폭염ㆍ한파ㆍ폭우 등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온으로 농어업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해 이상기온으로 인한 피해는 약 3조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아열대란 열대와 같이 기온이 높은 여름과 비교적 온화한 겨울을 가진 기후다. 여름철에는 집중호우가 쏟아지고 폭염이 자주 나타난다.

 

기상청에 따르면 2050년 열대야 발생일수는 연간 30일에 달한다. 1년 열두 달 중 한 달을 찜통더위와 싸워야 한다.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농업이다. 쌀, 사과, 고랭지배추 등 생산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 품질도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온도가 높아지면 소ㆍ돼지 등 가축도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진다.

 

기후변화에 따른 농수산업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후변화에 맞춰 수입에만 의존해 왔던 열대과일을 재배해 고소득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농가에 재배방법을 보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열대 기후에 맞춰 수박ㆍ고추ㆍ토마토 등 높은 온도에서 잘 자라는 과채류에도 집중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비닐하우스 난방비 등 생산 단가를 줄일 수 있는 것 역시 기회요인이다.

 

이렇듯 2050년 내륙을 제외한 전국이 아열대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정부가 농림수산업 분야 ‘기후변화 대처 플랜’을 마련했다.

 

우선 고온과 병충해에 강한 벼 39종, 맥류 12종, 사과 8종, 무ㆍ배추 4종, 어류 7종, 해조류 2종 등 모두 127종을 개발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관련 분야 연구ㆍ개발(R&D)에 매년 1300억원 정도를 투자하기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어업 분야의 기후변화 대응 투자 규모는 올해 283억원에 불과해 적극적인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 R&D 투자와 함께 기후변화 대응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체계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환 기자 pigletkth@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