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 기후변화 > ‘크리스마스 트리’ 구상나무가 사라진다

아름다운 겨울나무 구상나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한대 식물인 구상나무가 살기에 우리나라가 따뜻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09년에 조사·발표한 ‘국가장기생태연구’에 따르면 지리산의 1천m 이상 아고산 지역의 구상나무 군락의 분포면적은 1981년 262ha에서 2007년 216ha로 18% 감소했다.

분포범위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생육밀도가 감소했다. 구상나무가 사라진 자리에 경쟁식물인 신갈나무, 쇠물푸레나무 등이 자리를 잡았다.

1996년부터 2009년까지 서울지역 평균기온이 0.34도 상승하면서 신갈나무, 갈참나무, 떡갈나무 등 참나무류의 개엽 시기와 잎의 생장완료시기도 빨라졌다.

1996년에는 4월 16일이던 개엽시기가 2009년에는 4월 4일로 12일내지 15일 당겨졌다. 잎의 생장시기도 1996년에는 5월 28일 완료됐지만 2009년에는 5월 8일로 18일에서 20일정도 이르다.

육지에 있는 구상나무 사정이 이런데 제주도 한라산은 더 심각하다. 1964년 제주도 한라산에 있는 구상나무 면적은 935.4ha였다. 40여년이 지난 2008년에는 795.3ha까지 줄었다. 제주도 평균 기온은 1.1도 상승하면서 분포면적이 매년 8.84ha씩 좁아졌다.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한라산 상층에 남은 구상나무들의 몸도 타들어 가고 있다. 지난 5월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발표한 결과 가슴높이 횡단면 면적이 2003년 25.7㎡/㏊(윗세오름 지역)에서 2010년 17.3㎡/㏊으로 지난 7년내에 3분의 1이나 줄었다. 반면 온대성 식물인 물참나무와 소나무들이 늘었다.

그나마 지리산 구상나무 분포지의 기온은 0.77도 상승해 한라산보다 나은 편이다. 하지만 지속되는 온난화로 신갈나무, 떡갈나무 등 활엽수들이 구상나무 분포지로 침투하고 있다.

이에따라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협소해 지고 있는 구상나무 분포지역 실태파악에 나섰다. 공단은 지리산, 덕유산, 소백산 국립공원의 1300m이상 아고산대 지역에서 기상상황을 측정해 기상상황이 자연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중이다. '구상나무 생태정보'도 올해 안에 발표할 예정이다.

국립공원연구원도 지난해부터 지리산, 덕유산, 소백산 등의 아고산대 지역에 기온, 지온, 토양수분 등의 환경요인을 30분 간격으로 수집하는 측정 장비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기상자료를 수집하고 항공사진과 위성영상을 분석해 구상나무 분포면적을 확인해 왔다.

국립공원연구원 권혁균 원장은 "고산지대의 침엽수림이 쇠퇴하는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유력함에도 그동안 해당지역의 기상환경을 관측한 결과가 없었다"며 "지속적인 기상측정 결과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변화의 상관관계를 밝혀내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정의정 기자 irumy20@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