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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3월 말 한낮기온이 연일 20도 안팎까지 오르는 등 여름 날씨를 보이더니, 이달 초에는 갑자기 기온이 0도까지 떨어지며 폭설이 내리기도 했다. 일주일 사이 여름과 겨울을 오락가락하는 ‘이상한 봄 날씨’가 이어진 것이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애보인(Aboyne)지역의 최고기온이 23.6℃에 이르며 3월 기온으로는 1965년(22℃)이후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영국 3월 평년 최고기온(10.3℃)과 비교하면 10도 이상 높고, 여름철(7월) 평년 최고기온(22℃) 보다도 높은 수치여서 큰 이슈가 됐다.

 

 

영국은 보통 10월부터 3월까지 거의 매일같이 흐리고 비가 내리는 등 쌀쌀한 날씨가 이어진다. 때 아닌 포근한 날씨에 영국 사람들은 주말 내내 해변가에 나가 선탠을 하는 등 역사상 가장 더운 3월의 날씨를 즐겼다. 그러나 이런 즐거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불과 일주일 뒤인 이달 3일 이 지역의 기온은 0도까지 떨어지며 하룻밤사이 17cm 이상의 눈이 내렸다. 며칠 전까지 여름옷을 입던 사람들이 갑자기 20도 이상 떨어진 기온에 겨울옷을 꺼내 입어야만 했다. 캠핑을 하던 관광객들은 다음날 아침 캠핑카를 뒤덮은 3피트(91.44cm) 넘는 눈에 크게 놀라기도 했다. 하룻밤 사이 기온이 크게 하락한 탓에 농작물 피해도 잇따랏다. 사상 최고의 3월 기온을 기록한지 얼마 안 돼 일어난 일이라 더 당황스러웠다.

 

 

한편 영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겨울 강수량이 크게 줄어 농업용수와 식수를 공급하는 강들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본격적 농사철이 시작됐지만 농부들의 시름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물 사용 억제 조치도 속속 시행되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서는 5일부터 건물 밖에서 호스를 이용해 잔디에 물을 주거나 세차를 하는 행위가 금지됐다. 영국 환경청도 전국의 농장과 기업에 물을 최대한 절약해 줄 것을 당부했다. 환경학자들은 이같은 가뭄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하고 있다.

 

가뭄으로 화재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8일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영국에서 가장 큰 공동묘지인 브룩우드(Brookwood)와 스코틀랜드 일부 지역에 발생한 대형 화재로 40ha가 넘는 지역이 파괴됐다.

 

이같은 이상기후 현상은 비단 영국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벨기에의 올 3월 평균기온은 13.3℃로 1938년 이후 74년만에 가장 높았다. 일조량도 166시간에 달해 평년(114시간)보다 훨씬 많았다. 반면 비나 눈이 내린 날은 8일로 평년(18일)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네덜란드에서도 지난 3월 평균기온이 8.3℃로 지난 1957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유럽 전역에 이상기후 현상이 점점 잦아지고 있다.  

 

 

고서령 기자 koseo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