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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난민 급증으로 대규모 국제 이주가 우려돼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가 잦아지면서 ‘기후난민(Climate refugee)’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난민이란 박해, 전쟁, 테러, 극도의 빈곤, 기근, 자연재해를 피해 다른 나라로 망명한 사람을 말한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아태 지역 기후변화와 이주에 관한 대처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해수면 상승, 홍수, 토양 퇴화 등으로 대규모 난민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인도, 네팔, 필리핀, 파키스탄, 미얀마 등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자연재해 발생 건수와 피해자 수로 볼 때, 자연재해가 가장 일어나기 쉬운 곳에 속한다. 상대적으로 기후변화에 취약하다는 의미다.

 

지난 2년 동안 자연재해로 거주지를 옮긴 아시아인은 42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실제로 2010년 파키스탄에서는 대홍수로 3180만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했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 지구연구소 전문가들은 과학전문잡지 ‘사이언스’를 통해 연간 1000만명에 달하는 기후난민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의 경우 2001년 국토 포기를 선언했다. 해수면 상승으로 해발 2m의 국토가 물에 잠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9개의 산호섬으로 이뤄진 투발루 국토 중 수도였던 푸나푸티섬과 사빌리빌리섬 등 현재 2개 섬이 침수됐다.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2100년까지 최대 88cm 상승, 투발루 국토가 물에 잠길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이에 대비해 투발루 정부는 1만2000명에 이르는 국민 전부를 인접 국가로 이주시키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호주는 투발루 국민의 집단 이주를 거부했고, 뉴질랜드는 매년 75명씩, 뉴질랜드에 직장을 둔 건강한 45세 미만의 영어 사용자 이주만 허용하고 있다.

 

방글라데시도 마찬가지다.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는 오는 2050년까지 방글라데시의 국토의 17%가 침수돼 약 2000만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글라데시 벵골만 연안의 쿠툽디아 섬은 해수면 상승으로 250km²이던 면적이 지난 100년 사이 37km²로 무려 85%나 줄었다. 벵골만의 수온이 오르면서 방글라데시를 덮치는 사이클론의 횟수가 잦아지고 강도도 세졌다.

 

방글라데시 환경변호사협회의 하피줄 이슬람 칸 변호사는 “탄소배출 책임은 거의 없으면서도 피해가 가장 큰 나라가 방글라데시”라고 말했다. 독일 환경단체인 게르만와치는 지난 20년간 기후변화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국가로 방글라데시를 꼽았다.

 

 

아시아 지역의 이상기후로 대규모 난민 발생이 예상되자 한국도 난민 유입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후난민 수가 1998년 이미 전쟁난민 수를 넘어섰고, 2050년에는 한국 인구의 4배가 넘는 약 2억명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의 난민인정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것이다. 신청자 수에 비해 인정받는 사람은 10%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미국과 캐나다는 난민 인정 비율이 각각 33%, 40%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난민지위인정신청을 받기 시작한 1994년부터 유엔 국제연합 난민고등판무관실의 집행이사국이 된 2000년까지 단 한 명의 난민도 인정하지 않았다. 2001년 4월 유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위원회는 한국의 난민인정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자 2001년부터 난민 신청을 받아들였다.

 

지난해까지 누적된 신청자는 총 3926명. 2011년에는 접수 이래 가장 많은 사람인 1011명이 신청했고, 42명이 난민으로 인정됐다. 현재 한국의 난민 인정자는 총 260명이다.

 

이유경 기자 leeyou@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