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수록 심화되는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에 산업계의 적응과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

 

KEI(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가 환경부와 공동으로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지난 24일 주최한 ‘산업계 기후변화 적응 역량강화 워크숍’에서 나온 목소리다.

 

당일 워크숍에는 관련부처 및 지차제 관계자, 한국도로공사·삼성방재연구소 등 유관기관 전문가, 학계·산업계 전문가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건축·토목 분야에서의 기후변화 적응과 보험 산업의 변화, 기상정보 활용 분야를 중심으로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발표가 이어졌다. 발표자들과 토론자들이 쏟아낸 제안들을 중계한다.

 

한화진 KEI(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부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상이변 등 기후변화 현상이 우리나라에도 전방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앞으로는 지금까지 배출된 온실가스로 인해 갈수록 기후변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같은 기후변화 현상에 대한 산업계의 적응 대책 아이디어를 공유·논의하기 위해 오늘 워크숍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워크숍은 서흥원 환경부 기후변화협력과장의 ‘국가 기후변화적응 정책 방향’에 대한 발표로 시작됐다. 서 협력과장은 “기후변화의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우리나라의 기후는 빠르게 아열대화 되고 있다”며 “정부에서는 물 관리, 재난·재해, 농업, 건강 등 부문별 정부부처 협의체를 구성, 적응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 기후변화 적응대책 추진방향과 관련해서는 기후변화 적응부문 위기진단 시스템 개발, 기후변화 취약지역 산업체에 대한 적응대책 수립 지원 등을 통해 산업계의 기후변화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산사태예방·사회 인프라 구축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 예방·복구 산업, 기상정보산업·재해보험 등 기후변화 예측·사전대응 산업과 같은 ‘기후변화 적응 유망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계 기후변화 적응 동향’에 대해 송동하 이앤에이치씨(E&HC) 대표이사의 발표가 진행됐다. 송 대표는 ‘스마트 빗물이용 기술’과 ‘인간 동력 활용 기술’을 기후변화 적응 신산업으로 소개했다.

 

그는 “기후변화로 인해 강수량이 한 계절에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가뭄의 빈도와 정도도 심화되고 있다”며 “기후변화로 집중강우가 잦아질 경우 빗물을 대량으로 처리하는 현재 시스템은 도시침수·하천범람 등 재해를 막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홍수 예방은 물론 비점오염원(도로·농지·공사장·대기 등 불특정하게 수질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배출원)도 관리하고, 빗물을 수자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며 ‘스마트 빗물이용 기술’을 제안했다.

 

인간동력을 에너지로 활용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기술 아이디어도 내놨다. 공원에 설치된 놀이기구를 이용할 때 발생하는 동력을 버리지 않고 에너지 발전에 활용하는 것이 그 예. 송 대표는 “1시간 동안 놀이기구를 이용하면 LED 전구를 50시간 켤 수 있는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특히 건축분야에서의 기후변화 적응과 관련한 발표들이 주목을 끌었다.

 

 

‘기후변화 대응형 건축개선 발전 방향’을 발표한 송영배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해 여름·겨울 기온의 극값이 심화되고 있고, 자연재해도 잦아지고 있다”며 “앞으로 건축분야에서는 건축 재료, 방식, 냉·난방 설계 등을 결정할 때 기후변화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적용해 에너지와 자원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그린홈·그린빌딩을 소개하며 “최근 시장에 그린홈의 수요는 많은 편이지만, 비싼 건축비 때문에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원인으로는 우리나라에 신재생에너지 기술·패시브하우스 건축 기술을 설계에 적용할 수 있는 중소 전문기업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대기업들은 설계 능력이 있음에도 단독주택 또는 저층 다세대 주택의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그린홈의 가격이 기존 주택과 비슷한 수준까지 낮아져야 사람들이 살게 될 것”이라며 “이 문제는 건설업체에 맡겨 두어서는 안 되며, 정부가 직접 나서 그린홈사업자에 혜택을 주는 등 적극적으로 정책참여를 유도·홍보·지원해 그린홈 가격 인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소연 제드엠제이(Zedmj)건축사사무소 소장은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건축’을 주제로 ‘패시브하우스’에 대해 발표했다. 추 소장은 “건축물은 지금 지으면 앞으로 50~10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따라서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거나 받지 않는 건축물을 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변화 적응의 측면에서 “건축물의 내구성을 향상시켜 극한 기후현상이 반복됨에 따라 발생하는 건물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설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기후변화 완화의 측면에서는 “높은 에너지효율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건축물이 지속가능한 건축물”이라고 설명했다.

 

추 소장은 기후변화 시대의 건축물로 ‘패시브 하우스’를 소개하며, 가장 큰 장점으로 90%까지 난방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러나 역시 ‘비싼 비용’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의 경우 기존 주택에서 5~10%만 비용을 증가시키면 패시브하우스를 지을 수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25% 이상 비싸기 때문에 패시브하우스 확산이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고속도로 설계, 통신을 이용한 방재시스템 구축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재해 대책과 관련한 발표도 이어졌다.

 

임찬수 한국도로공사 차장은 “최근 풍속 극값이 점점 높아지고, 겨울철 폭설도 잦아지는 등 기후변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고속도로 피해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며 “한국도로공사에서는 매년 풍수해 복구비용에 224억원(2006~2011년 재해손실비 평균)이 든다”고 소개했다. 임 차장은 또 “이상기상으로 인한 고속도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표지판 등 구조물의 방풍을 강화하고 연속배수시설을 도입하는 등 기후변화에 적응한 도속도로 설계를 계속해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창수 부경대 IT융합응용공학과 교수가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재해 대응 전략’을 발표했다. 그는 “지속적이고 현장중심적인 재난·재해 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장하고 맞물린 정책이어야만 국민들이 실제 사용할 수 있고, 그래야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된다는 이야기다.

 

또 “재난·재해에 대한 정보를 꾸준히 수집·통합해 위험지수 데이터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 시스템은 반드시 지역맞춤형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이날 워크숍에서는 김정현 한국기상산업진흥원 팀장, 이호준 삼성방재연구소 수석연구원이 각각 ‘기후변화와 기상산업의 전망’과 ‘Natural Catastrophe 현황과 적응’을 주제로 발표를 가졌다.

 

 

 

발표 후 진행된 토론에는 김정인 중앙대 교수, 이정민 한국토지주택공사 수석연구원, 이원희 에코프론티어 본부장, 오영출 포스코 부장이 참여해 기후변화 적응의 시급성에 대해 토론했다.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토론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서는 많이 인식되어 있는 반면, 적응에 대해서는 홍보가 매우 부족하다”며 “요즘 갑자기 날씨가 더워지자 에어컨을 오전 10시부터 켜는 등 전력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을 보면 적응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부족한 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나라에 발생한 대규모 홍수, 폭설 등은 우리나라에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정부에서도 그런 점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 기후변화 적응 산업 개발 등을 함께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서령 기자 koseo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