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층이 줄어들면서 서식지를 찾기 위한 북극곰들의 이동 거리가 길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미국 지질조사국 연구팀은 북극곰이 서식지를 찾기 위해 최대 수백km에 달하는 거리를 쉬지 않고 헤엄쳐 이동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팀은 북극 빙하가 가장 많이 줄어든 시기인 지난 2004년~2009년 여름철에 북극곰의 이동 거리를 조사했다. 조사는 북극곰 52마리의 목에 GPS목걸이를 단 후 인공위성으로 위치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그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북극곰이 50km 이상을 헤엄쳐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 열흘 동안 쉬지 않고 364km를 헤엄친 북극곰도 있었다. 이들의 평균 이동거리는 160km에 달했다.
이동거리가 길어지면 북극곰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돼 탈진할 위험성이 있다. 새끼곰들도 어미를 따라 수십km씩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발육부진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빙하 감소가 북극곰의 생존에 위협이 되는 이유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8년 북극곰을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했다. 2급은 가까운 미래에 멸종위기종 1급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생물종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에서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된 동물은 법에 의해 엄격한 보호를 받게 된다. 북방점박이부엉이(멸종위기종 1급)가 대표적 예다. 이 부엉이가 발견되면 주변 반경 약 5마일의 숲이 ‘필수서식지’로 지정돼 모든 개발활동이 금지된다. 미국 내 북방점박이부엉이 필수서식지로 지정된 면적은 약 530만 에이커(약 2만1000㎢)다. 이는 남한 면적의 약 10분의 1에 달하는 넓이다.
그러나 북극곰이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류종성 안양대 해양생명공학과 교수는 “북극곰의 필수서식지인 빙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모든 활동을 제한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미국에서 북극곰이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북극곰 개체수가 더 줄어 멸종위기종 1급으로 분류되어야 비로소 미국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 보다 가시화된다는 점은 이 시대의 불행이자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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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서령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