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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

 

지난 15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열린 ‘제2차 기후변화 적응 전문가 포럼’에서 이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가 주관한 이번 포럼에는 학계 전문가와 관계기관 관련자 20여명이 참석해 기후변화 대응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건강과 해양·수산, 물 관리 등 3가지 분야에 대해 어떻게 기후변화에 적응해야 할지가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정부의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수박 겉핥기’ 정책과 통일되지 않은 관리 주체, 대국민 교육과 홍보의 부재를 공통으로 지적했다.

 

 

한국수자원공사 경영관리실 권형준 실장은 ‘기후변화 대응 물 관리 제도’에 대해 발표했다. 권 실장에 따르면 한국의 물 이용 현황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쳐진다. 연평균 강수량은 1283mm로 세계 평균인 973mm의 1.3배다. 그러나 1인당 물 사용 가능량을 뜻하는 1인당 연간 강수량은 2705㎥로 세계 평균인 2만2096㎥의 12%에 불과하다.

 

캐나다의 경우 연평균 강수량은 522mm에 불과하지만 1인당 연간 강수량이 20만3337㎥에 달한다. 한국은 캐나다보다 연평균 강수량이 2배 이상 많지만 1인당 연간 강수량은 캐나다의 0.01%에 그친다. 자원은 풍부하지만 정작 쓸 수 있는 물의 양이 매우 적어 강수 이용면에서 무척 비효율적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국내 수자원 총량은 1240억㎥이다. 이 중 517억㎥가 손실된다. 무려 42%의 물을 허공에 날리는 셈이다. 권 실장은 이러한 국내 상황을 설명하며 현행 물 관리 시스템의 허점을 비판했다.

정부가 내놓은 효율적인 물 이용을 위한 수요관리 시행계획 중 ‘전문가 교육시스템 구축 및 절수형 물 이용장치 보급·교육 홍보’에 대해 권 실장은 “적절한 대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효율적인 물 이용을 위해 전문가를 교육하겠다고 한다. 이는 부수적으로 해야 할 일이지 적절한 대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수요관리의 핵심요소인 물값이 배제됐다”고 꼬집었다. 현재 수도요금은 장기간 동결된 상태다. 서울시 상수도의 2011년 총괄원가는 6514억원이지만 수입은 5700억원이다. 광역 상수도의 원가는 1조1634억원이지만 수입은 9419억원에 그쳤다. 원가에 크게 못미치는 요금 때문에 수질관리 기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물 관리 선진화 및 해외진출에 대해 정부는 물 관리기술을 육성하고 세계 물 포럼을 유치하겠다는 내용의 세부시행계획을 내놨다. 이에 대해서는 “관련 제도와 재정 확보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빠졌다”고 비판했다.

 

문제점은 또 있다. 권 실장은 한강의 물 관리 주체가 제각각인 점도 짚었다. 물 관리의 핵심지역은 팔당지역이다. 팔당댐은 한국수력원자력공사가 담당하지만 팔당취수원은 수자원공사가 담당한다. 팔당호는 경기도, 팔당하수처리시설은 기초 지자체가 각각 관리한다. 다양한 관리주체 때문에 일관성 있는 물 관리가 어렵다는 얘기다.

 

권 실장은 ▶물 관리 통합법 제정 ▶수량·수질 통합관리 ▶물 관리 재원 통합 및 예산체계 정비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양대학교 김윤신 교수는 “기후변화 적응이 국제사회의 의제로 떠올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미흡하다”며 “아직도 문제인식 단계에 머물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후변화와 건강영향 적응대책’을 주제로 발표한 김윤신 교수는 “기후변화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직접 느끼지 못하면 모른다”며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 교육과 홍보에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양한 기후변화 적응의 방법도 제시했다. 변화하는 기후에 따라 문화와 행동, 기술, 교육 등이 바뀌는 것도 적응의 한 방법이라는 주장이다.

 

김 교수가 제시한 기후변화 적응 중 하나는 ‘시에스타(sista)’다. 지중해 연안 국가와 라틴 문화권 나라의 낮잠 자는 풍습이다. 한낮의 무더위 때문에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으니 낮잠으로 기운을 회복한다는 취지다. 한반도가 점차 열대화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에 발맞춰 문화도 바뀔 수 있다는 의견이다.

 

기후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일최고기온에 따른 사망률 등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은 있지만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조사는 최근에서야 시작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국제적 교류를 통한 정보교환 ▶지속적 모니터링 DB구축 ▶부처간 협력체계 구축 강화 등을 제안했다.

 

 

이어 국립수산과학원 수산해양종합정보과 서영상 과장이 ‘해양·수산분야 기후변화 적응’에 대해 발표했다.

 

서 과장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해양의 변화는 한 두 개가 아니다. ▶표면수온의 상승 ▶해양산성화 ▶해수위 상승, 해류 등 해양학적인 양상변화 ▶부어류종의 회유 양상변화 ▶침입종의 폭발적 증가 ▶극한 기상사건 ▶어류 생체량 분포 변화 ▶해파리 등 유해생물 대량발생 등이다.

 

특히 기후가 바뀌면서 난류의 흐름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에 따라 청어와 정어리, 멸치, 전갱이, 고등어, 꽁치, 오징어 등 7개 어종의 수량이 달라졌다.

 

1960년대 청어가 잡히던 곳에서는 1970년대 이후 고등어가 잡히기 시작했고, 1980년대부터는 정어리가 잡혔다. 청어는 냉수성 어종으로 수온이 2∼10℃ 인 저층 냉수대에서 서식한다.

 

고등어는 열대, 온대 해역에 분포하고 정어리도 난해성(暖海性) 어종이다. 수십년에 걸쳐 바다가 따뜻해지자 난류성 어종이 나타난 것이다.

 

서 과장은 또 기후변화 때문에 어업이익 지역과 국가별 분포 등이 바뀌고 생산량, 어획가치, 수익성 등이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정부 차원의 기후변화 실천 계획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며 “적응 및 완화 정책과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해양환경의 변화도 문제지만 어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서 과장은 “해양의 ‘스트레스 요인’을 제거하고 어류의 서식지 손실을 줄이려면 정부의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법률제정 및 시행은 물론 해양공간계획을 통해 생태학적 위기평가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유경 기자 leeyou@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