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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지난 100년과 비슷한 추세로 온실가스가 배출돼 한반도의 기온과 강수량 등 기후변화가 계속된다면 2090년 고랭지 배추를 재배할 수 있는 곳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00년 동안 세계 평균 기온은 0.7℃ 상승했지만 우리나라는 1.5℃가 상승해 세계 평균보다 약 2배 높았다. 이런 추세라면 21세기 말인 2099년 한반도의 평균 기온은 현재보다 6.0℃, 강수량은 20.4%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청장 박현출·이하 농진청)은 기후변화에 대한 농작물 생산과 재배 적지 예측을 위해 ‘농업용 미래 상세 전자기후도’를 개발해 그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농업용 전자기후도는 기상청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고도와 지형·냉기유입·도시열섬 등 농업환경 요소를 반영해 필지 단위로 2011년부터 2099년까지 10년 단위로 농업 기후를 예측할 수 있는 지도라고 농진청은 설명했다.

 

농진청은 기후도를 통해 서늘함을 좋아하는 ‘고랭지(高冷地) 배추’와 따뜻함을 좋아하는 ‘난지형(暖地型·싹을 틔운 상태에서 겨울을 나는 것) 마늘’의 미래 재배지 변동을 예측했다.

 

연구에 따르면 현재 고랭지 배추 재배면적(실제 재배지 기준)은 7449㏊다. 지금처럼 온실가스가 배출되면 이 면적은 2020년 4516㏊, 2050년 256㏊, 2090년 0㏊로 줄어든 다는 것.

 

그나마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상당히 실현될 경우에는 재배면적은 7449㏊에서 같은 기간 3692㏊·256㏊·242㏊가 될 것으로 조사됐다. 그래도 2090년에 고랭지 배추를 볼 수 있는 실제 재배지는 지금의 약 3.3%에 불과할 것으로 분석됐다.

 

고랭지 배추는 날씨에 매우 민감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0년 여름 이상기온으로 고랭지 배추의 생산량이 급감해 가격이 폭등한 바 있다.

 

반면 ‘난지형 마늘’의 경우 실제 재배지는 현재 2만 2957㏊에서 2090년 18만 1612㏊로 10배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가을에 파종해 초여름에 수확하는 난지형 마늘은 현재 연평균기온이 높은 남해안과 제주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이 그대로일 경우 2020년 4만 2750㏊, 2050년 8만 5242㏊, 2090년에는 18만 1612㏊까지 늘어나 난지형 마늘 재배 면적이 서해안 지역 대부분에서 재배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진청은 배추와 마늘에 이어 감자와 참다래의 미래 재배지 변동 예측지도를 제작하고 있으며 사과·배·감귤 등 과수와 고추·무 등 채소를 중심으로 기후변화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농진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 최인명 센터장은 “기후변화는 작물 재배지역의 변동과 병·해충 발생뿐만 아니라 식량 수급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며 “기후변화는 중요한 국가적 정책 사안으로 농업 역시 신속하게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농업용 상세 전자기후도를 통해 미래 작물 생산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어 국가 농업정책 수립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선주 온케이웨더 기자 parkseon@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