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인해 미래의 한반도 기후는 산악·해안지역보다 내륙지역에서 폭염 및 열대야가 자주 발생하고, 산악지역은 집중호우가 빈발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남한의 상세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개발한 공주대학교 대기과학과 김맹기 교수(46)는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기존에 나온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첨단 관측 및 모델링 연구를 통해 새롭게 집대성했다.
김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기후변화에 대한 물음표들이 느낌표로 돌아왔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이미 국가 표준 기후변화 시나리오가 있지만 최근 새로운 기후변화 시나리오가 개발됐다. ‘전지구 시나리오’에서 100배 상세한 ‘한반도 시나리오’, 여기에 150배 상세한 ‘남한 상세 시나리오’까지. 남한 상세 시나리오는 김 교수께서 개발했는데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현재 기상청의 관측망은 전 세계에서 가장 조밀한 관측망(약 12km 해상도)을 갖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 영향, 적응, 취약성 평가를 위해서는 보다 고해상도(1km급)의 관측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상청과 국립기상연구소는 공동으로 10km급 해상도를 2010년 개발했다. 2011년부터는 PRIDE(PRISM: Based Downscaling Estimation) 모델을 이용해 1km급 해상도의 한반도 상세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생산하고 있다. PRIDE 모델은 기상과 기후가 산악의 고도, 산악의 사면, 해양으로부터의 거리 등에 영향을 받는 점에 착안해 그 영향까지도 고려한 것이다. 관측 정보와 지역기후모델(RCM)의 정보를 결합하고 모델의 오차까지 보정해 고해상도 시나리오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현재 PRIDE 모델을 이용한 연구결과는 특허 출원중이며, 고해상도 시나리오 산출을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 (좌)12.5km 해상도 & (우)약 150배 세밀한 남한상세(1km) 해상도 일평균기온 시나리오의 예시
그는 “미래의 기후는 온실가스 농도에 따라 변한다. 기상청도 한국을 8개 권역으로 나눠 시·군·구 단위의 기후변화 양상을 분석해 미래기후변화 전망보고서를 올해 발간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 이 보고서가 나오면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후변화 시나리오에서 RCP 2.6, 4.5, 6.0, 8.5 등의 숫자는 무엇을 의미하나.
“미래 온실가스의 농도가 어떻게 변할지는 인간의 대응정책과 자연의 흡수조절능력이 결정할 것이다. 즉, 사회경제가 어떻게 변하는지에 따라 온실가스의 농도가 달라지므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는 몇 개의 대표농도경로(RCP)를 설정했다. 이것이 RCP 2.6, 4.5, 6.0, 8.5이다. 여기서 RCP 8.5는 저감 없이 현재 추세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경우에 대한 시나리오를 의미하고, 4.5는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상당 부분 실현되는 경우의 시나리오를 뜻한다. 반면 RCP 2.6은 인간 활동 영향을 지구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경우를 나타낸다. 이 숫자들은 2100년에 지구 기후의 평형에 온실가스가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증가 뿐만 아니라 ‘에어로졸’도 기후변화에 한몫을 차지한다는데 어떻게 작용하는 것인가.
“에어로졸은 황사처럼 토양의 먼지나 황산염, 유기탄소, 검댕 등 오염물질, 바다의 해염과 같이 대기 중에 부유하는 액체 혹은 고체상태의 입자들을 총칭해 부르는 용어다. 에어로졸은 자연발생하는 것도 있고 인위적 요인에 의한 것도 있다. 에어로졸이 대기 중에 미치는 영향은 직·간접적이다. 직접 효과는 대기 중의 에어로졸이 태양복사를 산란시키거나 흡수한다. 지표에 도달하는 태양복사량을 감소시켜 기온을 냉각시키는 것이다. 간접효과는 에어로졸이 응결핵 역할을 해 구름 방울 수는 증가시키고, 크기는 감소시킨다. 이러한 영향도 공급된 수증기 양에 따라 더 복잡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어로졸의 직·간접효과는 결과적으로 어느 지역의 강수를 증가시킬 수도 있고 감소시킬 수도 있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지구의 알베도(반사도)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지구 표면의 반사도는 지면의 유형에 따라 달라진다. 신선한 눈으로 덮여 있으면 반사도는75~95% 수준이지만 눈에 오염물질이 있으면 감소한다. 즉, 오염되면 햇빛을 잘 반사하지 못해 눈이나 빙하가 더 빨리 녹고 지구온난화도 빨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사막의 경우 25~30%, 아스팔트는 5~17%, 콘크리트는 17~27% 정도다. 산림벌채, 경작, 도시화 등 인위적인 요인 때문에 지표면의 상태가 바뀌면 반사도가 달라진다. 당연히 태양복사를 흡수하는 정도가 달라져 기후변화에 영향을 준다. 산업혁명 이후 최근까지 토지 용도에 의한 영향은 지구를 냉각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분야 연구를 꾸준히 해 왔다. 요즘 특별히 관심을 두는 데가 있는지.
“요즘 관심사는 북극지방과 적도 태평양의 온난화가 에너지 순환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밝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는 북극 관측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과거 100년간의 기후변화를 분석하는 데 상당한 제약이 있다. 그런 부분을 보충할 수 있는 것이 기후모델이다. 기후모델도 극지방의 기후를 완전히 재현하기엔 아직 부족하다. 하지만 이 점은 정교한 기후모델 개발로 극복할 수 있다. 지금도 기상위성을 기반으로 많은 정보가 축적되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이 보인다.”
-기후학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언제 가장 뿌듯한가.
“최근 기후변화가 세계적 이슈로 자리 잡으면서 상당한 사회적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후전문가들의 역량도 매우 중요해졌다. 이 역할을 수행할 훌륭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 무엇보다 내 제자들이 잘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다른 사람을 통해 들을 때 가장 기쁘다. ‘기후학’은 과거를 통해 현재를 알고 미래를 예측하는 학문이다. 또 전 세계에 걸쳐 일어나는 일이므로 넓은 시야를 갖고 연구해야 한다. 이처럼 시·공간이 이어진 기후변화과학을 연구하게 돼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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