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15일. 이명박 대통령은 광복절 축사에서 ‘녹색성장’을 새로운 국가비전으로 선포했다. 그때부터 녹색성장은 그야말로 이명박 정부의 브랜드처럼 자리 잡았다. 그로부터 4년이 흘렀다. 정권 말에 접어든 현재, 녹색성장의 지속 여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시민사회와 환경단체들은 현 정부의 녹색성장이 지난 4년간 환경적 성과를 별로 이루지 못했다고 비판하며 차기정부에서는 ‘녹색성장’이라는 이름이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반면, 녹색성장위원회 관계자들은 기후변화와 환경·에너지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녹색성장은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고 강조한다.
녹색성장은 차기 정부에서 지속될 수 있을까. 지속돼야 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비판을 받고 있는 현 녹색성장 정책에서 수정·보완돼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녹색성장위원회의 양수길 위원장에게 녹색성장과 관련된 주요 현황과 이슈를 물었다.
-녹색성장의 지난 4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그럼에도 차기 정권에서 녹색성장이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향후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질 것이고,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녹색성장’으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녹색성장은 정치적 이슈를 떠나 ‘가도 되고 안 가도 되는 길’이 아닌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길’이다. 이에 대해선 대다수 한국 국민들도 공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업의 경우 ‘녹색성장’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차기 정부에서는 현 정부에서 이미 확립된 법과 제도를 기반으로 녹색성장의 확산을 위한 주요 과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특히 ‘미래 성장동력으로서의 녹색산업’은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차기 정부가 바통을 잘 이어받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만 그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녹색성장 정책이 거둔 성과는 무엇인가. “사실 녹색성장 정책을 평가하기에 4년이라는 시간은 충분치 않다. 그럼에도 매우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우선 국가발전의 패러다임이 과거의 ‘갈색성장’에서 ‘녹색성장’으로 전환됐고, 이를 뒷받침하는 법적·제도적 기반이 확립됐다는 점이다.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을 비롯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수립했고, 녹색성장과 관련한 4대법(녹색성장기본법·스마트그리드법·녹색건축물지원법·배출권거래법)을 여야를 넘어 초당적 협력을 통해 제정했다. 녹색기술과 산업에 대한 투자도 확대됐다. 신재생에너지 산업과 교통·건물 분야에서도 녹색산업·기술이 성장하고 있다. 이는 녹색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적으로는 다양한 양자·다자 차원의 협력을 통해 전 세계 녹색성장의 확산에 주도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점도 성과다.”
-향후 녹색성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녹색성장 정책에서 수정·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녹색성장은 경제·사회적 운영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4년간 법·조직·중장기 계획 등 기본적인 인프라는 확립했다. 그러나 앞으로 녹색성장 정책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향후 온실가스 감축·에너지 절약과 관련한 구체적인 실천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가격체계·세제 개편 등) 확립이 필요하다. 한국의 온실가스 총 배출량은 지난해 세계 7위(6억1000만t)를 기록하는 등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에너지소비 증가율도 경제성장률을 상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2010년 경제성장률이 6.2%를 기록했을 때 산업계의 에너지소비 증가율은 8.5%(전체 평균 증가율 7.9%)에 달했다. 또한 지금까지는 녹색성장의 기본 인프라를 만드는 데 역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국민인식 개선과 녹색생활 실천을 위한 정책 마케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책 추진 이후 녹색성장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인지도는 높아졌으나, 녹색생활 실천은 ‘불편한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생활 속 녹색성장 실천’으로는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정책 추진 과정에서 사업간 연계, 부처간 협조가 부족해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양 위원장께서는 지난 6월 환경NGO 단체인 ‘기후변화행동연구소’의 녹색성장 평가 세미나에 참석하고, 녹색성장 공개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정책에 대한 각계 목소리를 듣기 위해 애쓰시는 것 같다. 이런 자리를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저탄소 녹색성장’ 국가비전 선포 이후 대부분의 경제주체들이 녹색성장의 기조를 이해하고 이에 적극 동참해 주고 있는 점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다. 하지만 녹색성장의 실현 가능성을 의심하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녹색성장은 기존에 상충되는 개념이었던 ‘환경’과 ‘성장’에 대한 발상을 전환하는 것이다. 환경이 경제를 살리고, 경제가 환경을 살리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가는 역사적 도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녹색성장 정책은 긴 호흡과 장기적 안목을 갖고 지속시켜 나가야 비로소 성과를 낼 수 있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기업·국민·시민사회 등과의 소통·대화를 통해 제기되는 여러 비판과 문제에 대해서도 겸허히 귀 기울이고 공감과 합의를 이끌어내고자 노력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산에 대한 향후 계획은. “2007년부터 국내 신재생에너지 보급은 점차 증가해 왔다. 2007년에서 2010년 사이 태양광은 10.8배, 풍력은 2.17배, 바이오연료는 3.7배, 지열은 3배 가량 늘어났다. 다만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으로 인한 경제성 부족, 정부 보급사업의 성과 저조 등으로 목표 대비 성과는 다소 미흡했다. 현재는 기존 보급정책을 재정비하고, 민간의 자발적 참여 유도를 위해 노력 중이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신재생에너지의무공급제도(RPS), 신재생연료의무혼합제도(RFS)를 도입해 신재생에너지 구매수요를 증대시킬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2년까지 RPS 비중을 10%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도 확대할 방침이다.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 대상업체가 신재생에너지 생산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할 경우 목표실적에 가중(100%→110%)해서 반영할 예정이다. 또 일정등급 이상의 신재생에너지 인증을 취득한 민간건물에 대해서는 용적률·조경기준·높이제한 등 건축기준을 완화해 적용시킬 방침이다.”
양수길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 ▷서울대 화학공학 학사 ▷美 존스홉킨스대 경제학 박사 ▷現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 ▷現 국가경영전략연구원(NSI) 원장 ▷現 한국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KOPEC) 회장 ▷現 ‘녹색투자한국포럼’ 회장 ▷前 대통령직속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위원 ▷前 외교부 주OECD대표부 대사 ▷前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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