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이 26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차기 대통령 후보들의 환경·에너지 정책이 그 중요성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환경·에너지 정책이 별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것은 과거 모든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전 대선에 비해서는 기후변화, 전력수급 불안, 원전 안전성 논란 등에 대한 해법 제시가 무척 절실한 상황이라 그같은 지적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환경·에너지 정책은 어느 정도 비중으로 다뤄지고 있을까. 환경·에너지 정책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이유는 뭘까. 최근 열린 ‘대선후보 환경·에너지 정책 토론회’와 ‘이명박 정부 기후변화 정책 평가토론회’ 등에서 큰 역할을 맡았던 전의찬(57) 세종대 환경에너지융합학과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전 교수는 “최근 기후변화 문제 심화와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추세, 녹색기후기금(GCF) 유치 등 주요 사건들을 고려할 때 이번 선거는 과거와 달리 환경·에너지 정책이 이슈화 돼야 할 시점”이라면서 “그럼에도 표를 얻기 위한 여타 정책들에 밀려 쟁점화 되지 못하고 있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경제·일자리 문제의 그늘에 환경·에너지 정책이 가려졌다고 지적했다. “미국 선거에서도 보여 졌듯 지금 전 세계적으로 경제 불황과 일자리, 청년취업이 가장 이슈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대선에서도 경제민주화, 반값등록금, 영유아 보육정책 등이 주로 쟁점화 되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시간이 좀 더 지나 그런 이슈들이 모두 공론화된 뒤에는 그래도 환경·에너지 관련 정책이 주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이와 함께 국민들이 환경 문제에 무관심한 것도 대선 후보들이 환경·에너지 공약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면 국민 대부분이 ‘기후변화 문제를 알고 있다’고 답합니다. 하지만 기후변화 대응 실천을 하겠느냐고 물으면 긍정적 응답률이 크게 떨어집니다. 최근 환경문제에 대한 국민 인식이 좀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깊이가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실제 지난 5월 정부가 실시한 ‘기후변화 인식도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98.9%가 ‘일상생활에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체감한다’고 답했다. 이는 2010년 조사 결과인 88.1% 보다 10%포인트 이상 증가한 수치다. 반면 ‘기후변화 저감을 위한 실천’에 대해서는 30.3%만이 ‘실천한다’고 답해 심각성 인식 정도에 비해 실천 정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42.0%는 ‘보통’, 27.7%는 ‘실천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그냥 귀찮아서’(27.8%)가 가장 많았고, ‘혼자해서는 효과가 없을 것 같아서’(22.4%), ‘개인에게 당장 이득이 없고 힘만 들어서’(18.3%)가 뒤를 이었다.

 

전 교수는 “우리나라가 단기간 내 경제성장을 하다 보니 주로 중화학공업 등 2차 산업에 의존해 왔다. 자연히 자원 소비와 그에 따른 환경문제를 유발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을 갖다 보니 환경 문제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제는 국민들의 구매력 수준이 3만달러를 넘어서는 등 경제가 크게 발전한 만큼 환경 문제에 관심을 쏟고 삶의 질을 높여가야 할 때라고 전 교수는 강조했다.

 

특히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복지’ 면에서도 환경·에너지 문제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대선에서 반값 등록금, 경제 민주화 등 복지와 관련된 정책이 주로 이슈화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와 함께 에너지빈곤층에 대한 복지도 중요하게 추진될 필요가 있습니다.”

 

 

전 교수는 “환경·에너지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국민이 관심을 갖게 하려면 우선 전기요금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너무 싼 전기요금이 에너지 낭비를 부추긴다는 점은 최근 많은 전문가들에 의해 지적돼 왔다. 그는 “지나치게 싼 전기요금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비용을 많이 물게 되면 국민들은 자연히 환경·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초·중·고등학교에 환경 관련 과목이 개설된 지는 10년이 넘었지만, 학생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은 제자리걸음이라는 것. 전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현행 교육과정에서 초등학교는 통합교과(여러 교과목에 환경 관련 내용이 포함) 형태로, 중·고등학교는 ‘환경과 녹색성장’이라는 개별 과목 형태로 환경 교육을 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 과목에 대한 중요도가 매우 낮아 정상적으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학 입시에 집중하는 고등학교 과정의 경우 환경 과목이 제2외국어, 한문, 컴퓨터와 같은 군에 포함돼 있다. 환경 과목을 택하지 않는 학생들은 환경 공부를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수능 시험에서의 환경 과목 채택률은 대략 10~15% 정도다.

 

사회 환경 교육의 경우 시민단체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이번 정부에서 그린스타트 등 여러 가지 환경 교육을 추진하긴 했지만, 환경연합·환경정의·녹색연합 등 대표적인 환경 단체들과의 협력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정부가 시민 단체에 압력을 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시민 단체도 정부의 지원 없이 활동할 수 있도록 자생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의찬 세종대 대학원장/환경에너지융합학과 교수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관리전공 박사 ▶現 한국환경학술원 학술위원장 ▶現 서울시녹색성장위원회 분과위원장 ▶現 국회기후변화포럼운영위원장 ▶前 한국대기환경학회장 ▶前 녹색성장위원회 위원

주요 저서

▶기후변화, 25인의 전문가가 답하다 ▶환경과학개론 ▶환경과 에너지

 

고서령 온케이웨더 기자 koseo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