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사람들 > [인터뷰] “전력 수요 예측은 ‘피 말리는 작업’입니다”

한국거래소 전력계획처 수요예측팀 김완수(43) 차장은 기상과 전력 수요와의 상관관계를 잘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다. 김 차장은 장기 전력 수요 예측 업무를 맡고 있다.

1995년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한 김 차장은 2001년 전력 계통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한국전력공사의 발전 부문이 한국전력거래소로 분할, 설립되자 시장분석팀 과장직을 맡았었다.

현재 김 차장이 몸 담고 있는 수요예측팀은 1~3개월, 향후 15년 등 장기 예측을 주업무로 삼고 있다. 이들의 예측을 토대로 전력 생산 계획이 수립된다. 전기는 만들어놓고 저장하는 ‘재고’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수요 예측이 매우 중요하다.

그는 최근 기상청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토대로 ‘기후변화에 따른 미래 전력 수요 예측’ 자료를 발표하기도 했다.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활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보다 기온에 민감해지면서 전력 수요 더욱 증가

“여름철에 기온이 1℃ 오르면, 우리나라 전력 수요는 100~200만KW가 증가합니다. 더우면 사람들이 전기로 돌아가는 에어컨을 켜고, 추우면 역시 전기 히터로 난방을 하니 기상과 전기는 아주 밀접한 관계죠.”

사람들이 과거에 비해 기온에 더욱 민감해졌단다. 1994년 한국은 폭염으로 몸살을 앓았지만 고작 부채 정도로만 무더위를 이겨냈다. 최근에는 1994년에 미치지 못하는 더위에도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하루 종일 가동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한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에어컨이 많이 보급되자 더위를 참을 필요가 없어져 전력 수요도 덩달아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9월 15일의 순환 정전사태도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발생했다. 당시 기온은 전국적으로 35℃에 육박했다. 전력 수요가 급증했고 예비 전력까지 바닥을 보이자 전력 당국은 순환 정전을 실시했다. 기온과 전력 수요 증가 사이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그러나 기온이 전력 수요 증가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기온, 기후 이외에도 다양한 경제적, 사회적 요소가 있다.

“국제적으로 유류비가 오르면서 에너지원을 전력으로 바꾼 것도 수요 증가의 한 원인입니다. 이런저런 경제적 영향을 많이 받는 게 전력 수요입니다. 분명한 것은 기온과 기후의 영향도 상당 부분 있다는 겁니다.”

여름·겨울 길어지면서 전기 사용도 늘어

과거와 비교했을 때 기후변화 때문에 전력 수요의 패턴이 변한 것일까. 김 차장의 대답은 ‘Yes’다. 김 차장은 지구온난화로 평균 기온이 오르면서 여름과 겨울이 길어졌고, 이에 따라 전력 수요도 덩달아 늘었다고 설명했다.

“과거보다 여름과 겨울이 길어졌죠. 보통 7월 말부터 8월 초에 가장 더웠지만 최근에는 6월부터 9월까지 덥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이 선풍기, 에어컨을 가동합니다. 겨울도 마찬가지에요. 3월까지 난방하는 곳이 늘었어요. 그만큼 전력 수요가 증가했구요.”

이렇게 발전량이 늘다보니 문제점이 발생했다. 전력 수요가 피크인 여름 이외에는 발전기들이 돌아가면서 정비를 받았지만 수요가 늘면서 발전기들이 더 바빠져 정비할 시간이 없게 된 것이다. 김 차장은 “현재 발전기가 굉장히 타이트하게 가동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곧 고장이나 정전 등의 사고 위험이 높아지는 부담으로 작용해 설비 확충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예측, 뒤를 보고 운전하는 것···정확도 높을 때 보람 느껴”

예측 업무는 유독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미래에 일어날 현상에 대해 정확도나 타당성, 논리적 근거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기 때문. 특히 전력이라는 게 우리나라 전체가 영향을 받는 분야이기 때문에 담당자들의 고민이 깊다.

“장기 전력 예측이 앞으로 굉장히 힘들어질 겁니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 예측인데 그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있거든요. 기온 변화에 민감해진 데다, 앞으로 생활수준이 어떻게 변할지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으니까요.”

전력은 특히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로 예비전력을 확보하느냐까지 예측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9·15 정전과 같은 사태가 또 발생할 수 있기 때문. 예측 정확도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피를 말린다’는 표현까지 했다.

“예전에 어떤 교수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미래 예측은 뒤를 보고 운전하는 것과 같다’. 직진이면 그나마 낫지만 뒤를 보고 운전하는데 커브가 나오면 어떻겠습니까. 아찔하죠.”

고민이 깊은 만큼 정확도가 높으면 그들의 보람도 배가 된다. 보통 오차범위가 3%대면 우수한 것으로 간주한다. 처음 예측 업무를 맡았을 때 김 차장의 예측과 실제 수요의 오차범위는 5%. 작년 겨울과 이번 여름에는 0.3%에 불과했다.

“틀릴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 최대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죠. 맞느냐 틀리느냐 논란도 있었던 기상청의 기후변화 시나리오 활용을 계기로 폭염과 혹한에 적극 대비해야 합니다. 미래 기후변화에 따른 전력 수요 시나리오도 만들어야 하고요.”

■ 김완수 차장

1995년 한국전력공사 정보처리처 입사

2001년 전력거래소 시장분석팀 과장

2006년 헬싱키경제대학 졸업(MBA)

2012년 연세대 경제대학원 졸업(석사) 후 현재 박사 과정

2012년 현재 전력거래소 수요예측팀 차장

이유경 기자 leeyou@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