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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 날씨. 지난달 22일 출간(프리스마/467쪽)된 ‘날씨 읽어주는 CEO’에는 기상산업이란 단어조차 어색했던 우리나라에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를 세워 국내 1위 민간기상업체라는 성공신화를 일군 김동식(42) 대표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날씨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브라질 고원에 비가 많이 내리면 스타벅스 주식이 폭등하고, 말레이시아에 폭우가 내리면 전 세계 타이어 가격이 오른다. 심지어 볼리비아에 홍수가 나면 마약 값이 정신없이 뛴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전 세계적으로 폭염·폭설·집중호우·한파와 같은 기상이변이 빈발하면서 날씨가 경제·사회·문화 등에 미치는 영향도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코넬대학교 교수이자 미래학자인 존 네이스비츠는 ‘미래는 현재에 있다’고 말했다. 거부할 수 없는 기후변화를 부정적으로만 보고 두려워 할지, 아니면 시대적 조류임을 인지하고 그것을 전략적 기회로 활용할 것인가는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 김동식 대표는 후자를 선택했고, 그 답을 ‘날씨경영’에서 찾았다.
그가 날씨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7년 초. 당시 한국기상협회장을 역임하던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우리나라에 7월부터 민간예보사업자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라는 말을 듣게 되면서다. 그 당시 우리나라에는 민간기상정보회사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던 시절이라 민간기상정보시장은 그야말로 무주공산(無主空山·주인이 없이 텅빈 산)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시장이 열리면 자본과 기술력을 가진 외국 민간기상정보회사들이 국내 시장을 선점해 독점할 것이 뻔했다. 김 대표는 외국 거대 기업에 맞서 ‘맞춤형 날씨정보 제공’이라는 대안을 준비하고 날씨 관련 회사를 세우겠다는 꿈을 구체적으로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1997년 민간예보사업자제도가 국내에 처음 도입돼 시행되자, 김동식 대표는 같은 해 7월 1일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예보사업체인 케이웨더를 설립했다.
의류업계에선 ‘날씨가 영업상무’로 통해
의류업계에서는 경기 30%, 날씨 70%로 ‘날씨가 영업상무’라는 말이 있다. 날씨예측 정보를 경영 현장에 잘 활용한 대표적인 기업 사례가 제일모직이다.
지난 2010년 겨울, 기록적인 한파(寒波)로 추운날씨가 장기간 이어졌다. 당시 업체들은 방한 물품을 확보해놓지 않아 수요가 있어도 재고가 없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반면 제일모직은 케이웨더의 장기예보를 활용해 미리 준비한 물량을 내놓으며 겨울 매출이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
그해 제일모직의 호황은 ‘날씨정보’를 경영에 적극 활용한 덕분이었다.
제일모직은 2010년 봄 회사 차원에서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후예측팀을 구성했다. 앞서 2010년 봄, 영하에 가까운 날씨와 폭설이 계속되자 사람들은 3~4월에도 겨울옷을 입고 다녔다. 이 때문에 제일모직이 봄~초여름 상품으로 내놓은 반팔 티셔츠의 재고가 늘어나 비용이 발생했고, 회사는 이때 기후 예측의 필요성을 절감했던 것이다.
이후 제일모직 기후예측팀은 기후전문업체와 함께 “2010년 겨울에 이상 한파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이 예측을 바탕으로 축열·발열 기능을 가진 특수소재 개발에 착수하고, 패딩점퍼와 외투를 각각 1만장 씩 추가 생산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겨울 외투 매출은 전년대비 65% 증가했고, 내피 탈부착 점퍼와 패딩코트 매출은 94% 늘었다.
의류 업체뿐 아니다. 편의점 코리아세븐도 날씨정보를 경영에 활용해 비용을 줄여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코리아세븐은 여름철 정오부터 오후 4시 사이에 날씨가 맑다가 비가 온다는 정보가 전달되면 도시락과 김밥의 발주량을 10~15% 줄인다.
무더위가 닥치면 갈증해소에 그만인 콜라와 사이다. 두 탄산음료를 만드는 대표적인 기업 코카콜라에 따르면 이 둘은 기온이 18℃가 되는 때부터 팔리기 시작해 25℃가 넘으면 판매량이 급증한다. 그리고 25℃에서 1℃씩 오를 때마다 콜라는 15% 가량 매출이 증가하고 사이다는 이보다 적은 10%의 비율로 늘어난다.
‘날씨 읽어주는 CEO’의 저자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는 제일모직의 사례와 같이 국내외 기업들이 날씨정보를 경영에 활용해 성공한 사례들을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있다.
날씨정보가 공짜 아니라는 인식전환에 심혈 기울여
이처럼 날씨가 제품을 만들게 하고 마케팅을 하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날씨정보를 팔아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처음부터 통한 건 아니다. 그의 생각을 들은 주변사람들은 “네가 봉이 김선달이냐”며 황당해 했다고 한다. 사람들의 이런 반응은 당시 ‘날씨 정보는 공짜’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상청의 예보가 국민의 세금으로 제공되는 것인데도 말이다.
김동식 대표가 창업 후 10년 동안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회사의 매출이나 수익보다도 ‘날씨정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었다. 전국을 돌면서 날씨경영이 왜 필요한지 개론적인 것부터 하나하나씩 설명해야만 했다. 이런 활동에 매달리던 당시 주변 사람들은 김 대표를 ‘날씨경영 전도사’라고 부르곤 했다.
김 대표는 “당시 미국은 우리의 100배, 일본이 50배나 큰 날씨정보 시장이 형성돼 있었다. 그렇기에 우리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창업 3년이 지나서야 대형 건설업체, 조선소가 손짓하기 시작했다. 이들 업체들은 케이웨더가 제공한 맞춤형 날씨정보 덕에 비 오는 날을 피해가며 콘크리트를 다지고 페인트칠을 할 수 있어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날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항공업체나 야외 작업이 많은 건설·조선 업체, 식품·스포츠·레저업체 등 사실상 대부분의 기업들이 날씨정보를 잘 활용하면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다는 게 현실이다.
‘날씨 읽어주는 CEO’에는 날씨정보라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만들어진 맞춤형 날씨정보를 경영에 적극 활용한 ‘날씨경영’ 사례에서부터 패션·유통·식품·보험·레저·관광·항공·미용·생활가전 관련 기업과 소상공인, 그리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각 기관의 날씨경영 성공 사례들까지가 빼곡히 담겨 있다. 날씨정보를 어떻게 경영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궁금한 이들에게 이책은 유용한 나침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자 김동식 대표는
1970년 서울생. 현대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MIT 대학원 석사 과정을 마쳤다. 박사 과정을 밟던 도중 경영자의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 경영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미국의 세계적인 컨설팅그룹 ADL(Arthur D. Little·아서디리틀)에 입사해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1997년 민간예보사업제도가 국내에 처음 도입돼 시행되자, 그해 7월 1일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예보사업체 케이웨더를 설립했다.
한국기상학회 이사(2003~2006년), 한국기상산업진흥원 이사(2005~2009년)를 역임했다. 한국기상협회 이사(1997~현재)와 기상산업연합회 회장(2002~현재)을 맡으며 2009년 기상산업진흥법 시행에 큰 역할을 했다.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의 민간위원(2011년 10월~2013년 2월)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2008년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신지식인으로 선정됐고 중소기업청장상(2001년), 과기부장관상(2002년), 기상정보대상 대통령상(2006년), 매경 벤처기업우수상(2006년)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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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주 온케이웨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