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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중국 쓰촨성에서 규모 7.0의 강진으로 1만 2000여명의 사상자와 실종자가 발생했다. 그 이튿날인 21일에는 전북 신안 앞바다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는 국내 지진관측 이래 여섯째 큰 규모로 도서에 거주하는 많은 사람들이 진동을 감지하고 불안에 떨었다.

 

같은 날, 일본 이즈섬에서도 규모 6.1의 지진이 발생해 관동대지진과 같은 지진이 곧 도래할 것이라는 공포감이 조성되고 있다. 지진 발생이 빈번한 지역에 인접한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대규모 지진 발생 시 입게될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렇듯 동북아에서 잇달아 강진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한지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25일 유은종(46) 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유은종 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 ⓒ김태환

유 교수는 “2000년대 들어 국내 지진 발생은 증가하는 추세며, 이번에 신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은 관측이래 6번째로 강한 지진”이었다며 “이번 지진이 바다 속에서 발생해 규모에 비해 진동은 약했지만 내륙에서 발생했다면 내진 설계가 되지 않은 건물들은 벽에 금이 가고 담장이 무너져 내릴 수도 있는 세기였다”고 말했다.

 

지진이란 지구 내부에 축적된 탄성에너지의 급격한 방출에 의해 지구표면이 진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유 교수는 “지진은 판과 판의 경계에 위치한 나라에서 많이 발생한다”며 “여기에 위치한 대표적인 나라가 일본, 인도네시아, 미국 서부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진이 반드시 판의 경계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판의 주변부 여러 곳에서 힘을 받다 보면 판의 내부가 찢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판 내부에서도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그는 “우리나라는 판의 내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지진이 많은 국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진에 대해서 안심할 수만은 없다”고 강조했다.

 

4.0~4.9 규모의 지진은 일반인들이 흔들림을 느낄 수 있는 정도이며, 5.0~5.9 규모에서는 건물이 크게 흔들리고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규모 6.0이 넘으면 큰 피해 발생이 예상된다.
 
유 교수는 “갑자기 건물의 흔들림을 느끼면 높은 곳에서 떨어질 수 있는 낙하물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며 “우선 전기와 가스밸브를 차단해 화재가 발생하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높은 층에서 내려갈 때는 반드시 계단을 이용하고, 창문이나 현관문을 열어 건물과 떨어진 넓은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1978년 충남 홍성지진과 1985년 멕시코 지진 이후 지진에 대한 위험성을 인식하고, 1988년부터 내진설계기준 및 관련 법규를 제정해 내진설계를 시행해 오고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설계된 건축물은 물론이고, 그 이후에 설계된 건축물의 경우에도 층수나 면적이 작은 건축물의 경우에는 내진설계의 적용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유 교수는 “국내 내진설계 적용 건축물이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국내 전체 건축물(680만동) 중 내진설계가 적용된 건축물은 2.3%(16만동)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 중에서 실제 내진설계전문가가 설계한 건축물은 0.6%에 불과해 많은 건축물이 지진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또한 “내진설계가 되지 않은 건축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정밀한 내진성능 진단과 적절한 내진보강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건축물내진성능 점검은 이론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전문성을 요구하는 공학적 업무다. 합리적인 점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건축물의 구조성능과 관련된 많은 정보가 요구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내진보강을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내진보강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유 교수는 “각 건물의 소유주들은 내진설계 시 시간과 비용이 소요돼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며 “지진전문가들은 연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투자하는 비용 대비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에 경제성을 이유로 과도한 투자는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분명한 것은 한반도가 지진 다발 국가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대라는 점과 큰 피해를 불러올 강진의 가능성 또한 그냥 지나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일차적으로 점검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988년 관계법령에 내진설계관련 조항이 생긴 이후 1997년 건설교통부는 한국지진공학회에 의뢰해 국내 지진구역과 지진계수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그 당시 연구에서 나온 결과가 국내 내진설계의 비공식적인 국가표준이 됐다.
 
하지만 1997년도 안은 국내 지진과 지각의 특성이 충분히 규명되지 않은 가운데 작성된 안이었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로 인해 소방방재청은 2009년 지진재해대책법에 국가위험지도를 5년마다 갱신할 것을 규정했다. 유 교수는 “내진설계 안이 발표된 지 오래됐기 때문에 지진구역에 대한 재검토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또한 지진재해대책법에 의해 내진설계 대상시설물은 30개 시설물로 구분돼 있다. 하지만 이들 시설물은 9개 소관부처가 분산해 관리하고 있다. 그 결과 설계지진계수의 수준이 들쭉날쭉하고 내진성능목표에 일관성이 없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유 교수는 “현재 전담부처를 지정해 통합 관리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모든 시설물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 합리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태환 온케이웨더 기자 pigletkth@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