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사람들 > [인터뷰] 구길본 국립산림과학원장

서울 홍릉 수목원에 나 있는 울창한 숲 사이로 곧게 뻗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국립산림과학원이 나온다. 일제 강점기 때인 1922년 임업시험장으로 출발해 국내 산림 연구의 중추기관으로 자리매김한 곳이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4%가 산림으로 구성돼 있는 산림부국입니다. 산림은 수(水)자원의 근원일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협약에서 인정하고 있는 유일한 탄소 흡수원이지요. 녹색성장은 물론 지구차원의 환경 보전을 위해선 산림을 잘 가꾸어야 합니다.” 구길본 국립산림과학원장(57)이 꺼낸 첫 마디다. 우리나라 산림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립산림과학원을 이끌고 있는 구 원장을 만나 ‘산림’에 관한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주로 어떤 일을 하나.

“산림의 건강성 유지･증진, 임산물과 산림서비스의 지속적 생산 및 이용, 산불･산사태 등 자연재해로부터 국토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산림과학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등산인구가 급증하면서 산림치유, 산림휴양 등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산림복지 기능 증진 연구에도 매진하고 있다.”

-산림 연구 분야에선 국내 유일의 국가기관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국내에서 산림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유일한 국가기관이다. 산림과학은 기초에서 응용, 자연과학에서 사회과학을 아우르는 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어 종합적으로 다루는 게 중요하다. 아울러 산림이 갖는 ‘장기성’이란 특성 때문에 민간이 연구를 수행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따라서 국가가 연구개발을 주도하는 특징을 지닌다. 이런 점은 미국, 일본, 독일 등 임업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국민들의 산림 관심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맞는 말이다. 그에 발맞춰 ‘기후변화 아카데미’, ‘시민공개강좌’, ‘장애우 숲체험 프로그램’, ‘홍릉 숲 사계 프로그램’, ‘숲체험을 통한 아토피 예방 및 완화 프로그램’, ‘학교·공공단체 대상 맞춤형 산림학습 프로그램’ 등 대(對)국민 교육서비스 제공에 힘쓰고 있다. 아울러 온라인, SNS를 통해 산림 연구 성과를 신속하게 확산시키는 노력도 전개 중이다.”

-산림과학원의 업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해 달라.

“우리 과학원이 수행하는 업무는 크게 네 가지다. 첫 번째가 산림의 생태 및 환경적 기능을 과학적으로 밝히고 산불, 산사태 및 병해충 방제에 관한 연구를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새로운 목질 소재 및 친환경 목질 에너지 개발이다. 세 번째는 향후 도래할 자원 전쟁에 대비한 산림자원 육성 기술 개발과 농·산촌 주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한 원천기술 개발이다. 네 번째는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산림정책 추진이다. 앞으로 이 네 가지에 초점을 맞춰 녹색 성장의 윤활유 역할을 하려고 한다.”

◈구길본 국립산림과학원장은...

경상대학교 임학과를 나와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석사를 거쳐 런던대학교 WYE

College 환경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수십 년간 산림의 길만을 걸어왔다. 산림청 국제협력과장, 산림보호과장, 산불방지과장, 산림자원국장, 산림보호국장, 북부지방산림청장 등을 지냈다.

◆ 국립산림과학원의 분야별 전문가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더해 봤다.

-요즘 봄철 산불이 많다. 산불위험예보시스템은 어떻게 운영하나.

“2003년부터 개발․운영한 산불위험예보시스템은 시․군․구별 실시간 산불위험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전국으로 서비스해 왔다. 지자체 산불담당자가 실시간으로 산불위험정보를 모니터링 함으로써 산불감시를 효율적으로 하게 됐고 피해를 줄이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따라 과거 20년 동안의 산불발생패턴이 크게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산불발생에 큰 영향을 끼치는 기상요소(최고기온, 상대습도, 실효습도, 평균풍속)와 산불 발생과의 연관성을 반영, 기후변화 ‘산불발생위험예측모형’을 개발하고 올해 고도화 작업도 했다.”

-원명수 박사(산림방재연구과)-

-소나무 등 침엽수립이 더 잘 탄다고 들었다. 왜 그런가.

“소나무는 테레핀 등 정유물질이 많기 때문에 불에 잘 탄다. 지표화(지표에 있는 잡초·관목·낙엽 등을 태우는 산불)에서 수관화(나무의 가지나 잎이 무성한 부분만을 태우며 지나가는 산불)로 쉽게 번지고 수관층이 하나뿐인 단층 단순림을 이룰 경우 불의 통로가 생겨 빠른 속도로 번지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소나무가 유독 산불에 취약한 것이다. 또한 소나무의 열량이 참나무류보다 1.5~2배 가량 높은 점도 한몫하고 있다. 또 소나무 낙엽에 잔불이 남아 있는 경우 화염이 없어도 600℃이상의 고온상태에서 다시 바람이 일 경우 화염이 생기고 산불이 확산되게 된다.” -원명수 박사(산림방재연구과)-

-기후 변화에 따라 산림은 어떻게 변모되고 있는가.

“2010년 기준 산림의 실질 면적은 636만9000ha로 국토의 63.7%에 해당한다. 한국의 산림 비율은 OECD 국가 가운데 핀란드(72.9%), 일본(68.5%), 스웨덴(68.7%)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하지만 최근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백두대간의 정점인 지리산국립공원 핵심 지역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또 여름철 게릴라성 폭우로 매년 1000ha에 이르는 면적에서 산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그래픽 참조> 특히 2008년 이후에 고산지 6곳(설악산, 대덕산 등)이상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했다.” -김경하 산림방재연구과장-

<산사태 발생 추이>

-최근 목조로도 대형 건축물을 많이 짓는 추세인데…

“현재 목조 건축물은 연간 1만 여동 정도 지어지고 있다. 주택용 한옥이 보급화 되고 있는 추세이며 그 중 30% 정도가 비주거용이다. 산림과학원에서 개발한 구조용 집성재(100% 목재로만 했을 때의 부족한 결점을 보완. 강도의 신뢰성이 높음)를 활용, 2007년 금강산 내 아난티CC에 목조 건축물을 짓는데 활용하기도 했다. 현재는 용인에 4층짜리 도서관을 목조건축물로 설계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올해 말 착공예정.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야구장을 목조 건축물로 짓는 등 최근 국제적으로도 목조 건축물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캐나다 벤쿠버에 있는 리츠몬드 경기장도 목조 건축물로 지어졌다. 이를 모티브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구장도 목조로 건축하는 일을 제안하고 있다.” -박문재 재료공학과장-

정연화 기자 lotusflowe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