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생활 중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이 되는 것은 아마도 식생활일 것이다. 먹는 것은 때로는 시대적 대명제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기후지역에 사는 세계 각국의 식생활은 각양각색이다. 국민들의 기호와 오랜 습관, 전통 등에 따라 다른데 이러한 문화적 요인은 모두 기후환경을 바탕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뚜렷한 사계절 기후와 위도별 지형적인 요인에 따라 북부와 남부지방의 식생활에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특히 식생분류상 냉대림 면적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북부지방의 경우, 낮은 기온 때문에 논농사보다는 밭농사를, 쌀보다는 보리나 콩 등 잡곡 생산이 더 많다. 따라서 대체로 주식으로 잡곡밥을 먹고 옥수수나 고구마, 감자 등으로 식량을 대신한다. 반면, 온대·난대림으로 분류되는 남부지방은 높은 기온으로 음식이 빨리 부패하거나 발효되는 탓에 소금에 절여 음식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염장식품’이 발달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김치’만 봐도 지역별 기후에 따라 담그고 보관하는 방법 등이 달라 그 맛도 사뭇 다르다. 북부지방은 기온이 낮아 김장의 간을 싱겁게 하고 양념도 담백하게 하는데, 이럴 경우 채소 특유의 신선미를 그대로 살릴 수 있고 국물도 많아진다. 하지만 따뜻한 남쪽 지방의 김치는 빨리 쉬게 돼 되도록 짜게 담그는데 소금과 함께 젓국을 많이 쓰고 국물이 거의 없어 진한 맛이 매력이다.
날씨가 추워지는 이맘때면 주부들의 걱정은 단연, 김장이다. 조상들의 슬기가 담겨 있는 김장도 기후뿐만 아니라 날씨와도 무관하지 않다. 김장을 담그는 시기는 일 최저기온이 0℃이하, 일 평균기온이 4℃이하로 유지될 때를 적기로 본다. 김장이 제 맛을 내는 시기는 3~5℃사이에서 2~3주 정도 지났을 때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상승으로 김장 적정시기가 대체로 늦춰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올해는 일부 내륙지방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의 김장시기가 평년보다 2~5일 정도 빠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올해 김장하기 가장 좋은 때는 중부내륙지방은 11월 하순, 남부·동해안지방은 12월 상순에서 중순 전반사이가 되겠고, 남해안 지방은 12월 중순 후반 이후로 전망된다.
11월 22일인 오늘은 한국김치협회가 선정한 ‘김치의 날’이다. 김장 시기인 11월에, 김장이 22가지 건강학적 효능을 지녔다고 해서 11월 22일이 ‘김치의 날’로 정해졌다고 한다. 김치는 유산균을 비롯한 유용한 성분이 많아 체중감량 효과뿐만 아니라, 콜레스테롤 감소와 항암 효과 등을 보인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진 바 있다. 넉넉하지 않았던 60년대에는 김장이 중요한 월동준비 가운데 하나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직접 김장김치 담그는 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많은 양은 아니더라도 이웃과 가족 간의 정을 나누고, 건강도 함께 챙길 수 있는 김장 월동준비! 한번 계획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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