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칼럼 > [김동식 칼럼] 이상기후는 위험일까 기회일까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집중호우, 가뭄, 폭설, 황사 등 예측치 못한 기상변화가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감을 더욱 더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기상재해의 대부분은 여름철 태풍과 호우에 의한 것이다. 연강수량의 70% 이상이 6월에서 9월까지 집중되어 내리기 때문이다.

이는 소방방재청의 통계자료를 보면 더 확연히 알 수 있다. 최근 10년간 재해 발생이 풍수해와 관련이 있는 피해가 대부분으로 태풍이 46%, 호우가 31%, 호우태풍이 15% 정도로 전체의 92%를 차지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잦은 태풍으로 지난 2001년 1조2천5백61억 원, 2002년 6조1천1백53억 원, 2003년 4조4천82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한다. 피해규모만도 총 12조 원에 달하는 것이다. 이는 1990년대의 전체 피해액인 6조1천6백56억 원의 2배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산업 분야 역시 이러한 기상재해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기업들은 날씨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으면서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를 기상변화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날씨변화에 의한 매출 변동이 심한 산업은 건설, 유통, 제조, 에너지, 레저업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계절에 따라 제품의 매출 변화가 심한 빙과 및 음료업, 난방 관련 산업, 레저업, 의류업 등은 날씨위험에 그만큼 많이 노출되기 마련이다.

서울지역 최고기온이 1907년 기상관측이후 1월 중순날씨로는 최고수준인 13.5도까지 올라가는 기상이변이 벌어졌을 때이다. 예상치 않은 피해가 속출했다.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은 곳은 가스회사나 정유회사와 같은 에너지업체다.

가스공사는 겨울철 일평균 7만 톤씩 공급되던 가스가 이상 난동기간에는 일 4~5만 톤으로 30% 이상 감소했다. 자연스레 전국 32개 도시가스회사의 매출도 30% 이상 줄어든 셈이 되었다. 난방기구인 기름보일러의 출하량 역시 전년 동월에 비해 6.7% 감소했고, 난방유인 등유는 29.1%나 감소했다.

또 여름철 이상저온 현상은 국내 가전업체와 관련 유통업계에 사상 최다 에어컨 재고분을 발생시키기도 했다. 2003년 여름은 강수일수가 평균 47.2회로 지난 30년 가운데 가장 많았던 해로 기록된다. 이틀에 한 번씩 비가 내린 셈이다.

여름 날씨가 예년에 비해 덥지 않았을 때 타격을 입는 업체는 당연히 에어컨 제조사들이다. 업계에 따르면 에어컨 판매량은 전해보다 평균 20% 이상씩 떨어졌다고 한다.

아니다! 이상기후는 기회이다

2004년 겨울 부산에서는 개나리와 진달래가 곳곳에서 만발하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때 아닌 봄꽃들의 출현 뉴스에 신기해 하던 사람들과는 달리 이상고온으로 울상을 짓는 곳이 있었다. 바로 난방기기를 생산하는 업체다. 겨울철 한몫을 노릴 심산에 철야 작업까지 감수하면서 생산라인을 가동시켰던 것이다.

하지만 주변의 골프장들은 이런 날씨가 너무도 반가웠다. 따뜻한 겨울 날씨 덕분에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예약률 100%를 자랑하면서 겨울 특수를 누리게 된 것이다. 동일한 이상기후가 가져온 두 가지 결과다.

실제로 기상이변은 그 발생 시기와 유형에 따라 산업 및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시카고대학의 스탠리 챙넌 교수는 지난 1997~1998년에 발생한 엘니뇨는 겨울에도 건설경기가 활발해지는 등 미국 경제에 약 190억 달러 상당의 플러스 효과를 가져다주었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2004년 3월 중부지방에 내렸던 춘설은 기상청 설립 이래 3월 중 사상 최대의 눈으로 기록되었다. 각 언론은 연일 100년만의 폭설 소식을 보도하느라 여념이 없었고, 사람들은 제설과 복구 작업으로 그 피해가 막심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100년만의 폭설로 때 아닌 특수를 누리며 엄청난 수익을 올린 곳이 있었다. 바로 수도권과 강원도에 위치한 스키장들이다.

영업마감에 들어갔던 한 스키장은 갑작스러운 폭설로 폐장기간을 연장했다. 그동안 따뜻한 겨울날씨 탓에 운영을 못하고 있었던 슬로프도 모두 가동하며 손님 맞을 준비에 분주해졌다.

그동안 인공눈을 뿌리기 위해 하루 평균 5천만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던 걱정도 말끔히 사라졌다. 이렇게 시즌이 1주일 정도 연장되면서 이 곳에서는 무려 30억 원 정도의 부가수익을 챙기게 되었다.

2003년 9월 태풍 매미 때도 마찬가지다. 매미는 막대한 재산 손실을 가져오며 도로 유실, 공장가동 중단 등 산업 경제에 엄청난 피해를 주었다. 그러나 태풍으로 인한 피해복구 공사와 관련하여 건설업체들과 건자재 생산공장, 그리고 생필품 생산업체들은 호황을 누렸다. 태풍으로 인해 오히려 덕을 본 셈이다. 이에 따라 이들의 주가 역시 초강세를 보였음은 물론이다.

이렇듯 기상이변이 가져온 결과가 모든 산업 분야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만은 아니다. 같은 날씨, 같은 기후라 할지라도 산업 곳곳에서는 반대 양상을 나타낼 수 있으며,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서로 희비가 엇갈리게 된다.

날씨는 상대적이다. 고로 날씨가 기업의 새로운 기회요인이 될지 위험요인이 될지는 이제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 kdsik@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