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이란 모든 인간이 인종, 민족, 성, 종교 등을 초월해서 인간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의미한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이후 세계의 역사는 ‘인간의 권리’를 회복하고 확보하기 위한 투쟁의 역사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세계가 양분되어 갈등과 투쟁을 벌였던 ‘냉전 체제’라는 것도 결국은 ‘인간의 가장 소중한 권리’가 ‘자유’인가 아니면 ‘평등’인가에 대한 노선투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개인에게도 가장 소중한 가치란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처럼, ‘인간의 가장 소중한 가치’도 시대적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고 진화해왔다.

 

‘제1세대 인권’은 기본적으로 자유와 정치적 참여를 인간의 가장 소중한 권리로 설정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시민권적 정치적 성격의 것이며 국가권력의 남용으로부터 개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여기에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언론의 자유, 종교의 자유, 그리고 투표의 권리가 포함된다. 그 기원은 1297년 영국의 권리 대장전(Magna Carta)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지만 18세기 미국의 ‘권리장전(Bill of Rights)와 프랑스의 '권리선언(Declaration of the Rights of Man and of the Citizen)'에서 구체화되기 시작하여, 1948년 '유엔 인권선언(U.N.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에서 명문화됐다.

 

‘제2세대 인권’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평등의 실현에 중심을 두고 모든 인간들이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평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를 강조한다. 이러한 권리들은 모든 시민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생존권인 주거, 의료, 고용 등에 있어서 동등한 조건과 대우를 강조한다.

 

모든 사람들이 동등한 능력을 갖고 태어나고 동등한 환경을 부여받지 않는 한 ‘자유’의 보장과 강조는 필연적으로 ‘불평등’을 낳았고, 결국 ‘자유’를 강조하는 ‘1세대 인권’의 개념은 사회․경제적 ‘평등’을 강조하는 2세대 인권의 개념을 낳았다.

 

2세대 인권인 ‘평등’을 보장하기 위해 ‘1세대 인권’인 ‘자유’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1948년 ‘유엔 인권선언’은 3조-21조에 자유의 권리를 담고 22조-27조에 동시에 평등의 권리를 선언한다.

 

그러나 유엔의 선언처럼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자신들의 욕망을 추구하기에는 지구가 가지고 있는 ‘자원’은 너무나 부족하다. ‘자유와 평등’을 향한 인간들의 무한한 욕망은 자연을 파괴하고, 환경을 오염시키고, 미래 세대의 생존 자체를 위험에 빠트리게 되었다.

 

1979년 체코의 법학자 바사크(Karel Vasak)는 여기에서 ‘3세대 인권’의 개념을 제기한다. ‘자유와 평등’만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또한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는 가운데 훼손된 인간의 또 다른 권리에 대한 반성이다. 수많은 문제들이 제기되지만, ‘3세대 인권’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인간이 누려야 할 가장 소중한 권리는 자유나 평등 못지않게 깨끗한 물과 공기를 포함한 자연의 혜택을 누리고,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권리라는 것이다.

 

‘환경과 미래’는 어쩌면 ‘자유와 평등’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절박한 과제이다. ‘자유와 평등’을 누릴 권리가 ‘삶의 질’에 관한 문제라면 ‘환경과 미래’는 생존 자체의 문제이다.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했던 인간들의 욕망의 끝은 지금 자신들의 생존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자신의 권리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때에만 보장되고 정당화된다. ‘자유와 평등’이라는 자신의 권리에만 집착해서 ‘환경과 미래’가 누려야 할 권리에는 소홀했던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자유와 평등’의 권리를 향한 무분별한 추구가 ‘환경과 미래’와 충돌하고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갈등을 풀지 못한다면 인류의 미래도 없을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 그 갈등을 풀기 위해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