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위력을 떨쳤던 엘니뇨 현상은 1982~1983년, 그리고 1997~1998년에 발생한 것으로 기록된다.
1982~1983년의 엘니뇨로 인해 세계적으로 13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5조 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와 2,000여 명의 사망자를 기록했다. 페루는 당시 국민총생산(GNP)의 12% 가량을 날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7~1998년에 발생한 엘니뇨는 다시 기록을 갱신하며 230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큰 피해를 가져왔다. 우리나라도 당시 1조 2,000억 원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엘니뇨 현상이 다른 기상이변과 다른 것은 야누스적인 얼굴을 가졌기 때문이다. 한창 기승을 부릴 때 지구촌 한쪽에서는 극심한 가뭄을 가져오지만 또 다른 한쪽에서는 홍수로 큰 피해를 입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난다. 호주와 필리핀, 인도네시아에서는 극심한 가뭄을 초래하고 페루와 에콰도르에서는 홍수가 잇따르는 등 심각한 피해상황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이러한 엘니뇨로 인한 피해는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엘니뇨 현상이 심해지면 강수량이 증가하여 비가 많이 오거나 대형 태풍을 몰고 와 홍수가 난다.
그 중에서도 1998년 여름의 집중호우의 살인적 위용은 아직도 우리 기억에 생생하다. 그해 7월 말부터 16일간 내린 폭우로 인해 이 기간에만 입은 재산 피해가 1조 2,000억 원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 1993년부터 1997년까지 5년간 입은 총재산 피해액과 맞먹는 수치다.
그렇다면 이러한 피해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삼성경제연구소 분석 자료에 따르면, 1998년 내린 집중 폭우로 인해 농산물의 경우 예년에 비해 무려 20% 가량 생산량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우리 GNP 성장률을 0.56%포인트 하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한 농작물 생산 감소는 2%포인트 가량의 추가적 물가 상승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또 게릴라성 폭우로 인해 발생한 산업 공장의 생산 중단 등으로 인해 경제 성장률은 0.31%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엘니뇨가 발생하면 그 해 여름 온도는 많은 비로 예년보다 낮고, 반면 겨울철 온도는 높아진다. 특히 엘니뇨로 인한 이상 고온현상은 스트레스와 불쾌지수가 높게 만든다. 이는 작업능률의 저하와 충동구매의 소비심리를 나타내게 된다.
따라서 여행, 레저 등의 스트레스 해소형 상품이나 식품, 패션, 화장품, 주류 등 소비재의 수요가 증가하게 된다. 이는 날씨 서비스 업체인 케이웨더가 뉴욕타임스에 실린 전면 광고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1998년 엘니뇨가 거세게 세력을 떨치던 시기, 뉴욕타임스에는 식품, 패션, 화장품 등 소비재 광고 횟수가 평상시에 비해 무려 4배 이상 증가하였고 항공, 숙박 등을 다룬 광고도 평상시보다 2배로 늘어났다.
이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엘니뇨 현상으로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야외 활동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고 이에 맞춰 야외 활동에 필요한 상품의 광고가 줄을 잇게 된 것이다. 예컨대 패션, 식품, 항공, 숙박업 등 야외 활동이 늘어나면 호황이 예상되는 연관 업종이 이 시기에 경쟁적으로 광고를 집중할 수밖에 없다.
엘니뇨가 가져오는 기상재해가 두렵다고 피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재해를 피하기보다는 맞설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어려운 시기에도 분명 호황을 누릴 수 있는 산업은 존재한다.
|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