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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에서 관측한 이래로 가장 큰 규모 9.0의 대지진이 일본 북동쪽 해역에서 발생하였다. 예상하지 못한 지진해일이 덮치면서 1만 9000여명이 생명을 잃었고, 사망자의 대부분이 익사로 알려지면서 특히 지진해일의 피해가 얼마나 심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일본은 3․11 대지진으로 많은 것을 잃었다. 방사능 물질의 유출로 인한 혼란과 불신에다 침체기에 빠진 세계경제에 큰 시름까지 안겨주었다. 부품산업이 타격을 입으면서 관련 산업분야까지 침체의 늪에 빠졌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본 동북부지방은 복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뛰어난 시민의식에도 불구하고 일본국민과 피해지역 주민들은 지진과 지진해일에 대한 공포와 정신적 외상으로 인간적·사회적 관계까지 타격을 입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지진재해에 대처하기 위한 체계적인 지진대책과 관련 매뉴얼을 만들었다.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지진규모와 ‘어제와 똑같은 오늘, 오늘과 똑같은 내일’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관계로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한계도 드러냈다. 그리고 올해들어 일본에서는 후지산의 화산분화 가능성, 대도시에서 대형 지진발생의 가능성에 대한 발표가 잇달아 나오면서 국민들이 패닉에 가까운 공포를 겪고 있다.
일본 대지진이후 우리나라 국민들도 지진재해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있었다. 올해 기상청에서 수행한 지진관련 설문조사에서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전달과 대처방법 안내’,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 ‘우리 정부는 지진 및 지진해일 재해에 대한 대응노력 강화’ 등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예전과 달리 많은 국민들은 지진재해에 대해 정부에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선진국의 대열로 가고 있는 국제적인 위상에 걸맞는 실질적인 대책과 대안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지진대책들은 많은 시간과 기술, 예산의 확보를 필요로 한다. 일본도 하루아침에 지금의 지진대책이 완성되지 않았다. 어느날 갑자기 ‘방재의 우등생’으로 알려진 건 더더욱 아니다. 1923년 9월 규모 7.8의 관동대지진때 10만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총체적인 혼란에 빠졌고, 정부조직은 마비되어 사태를 수습하기에 역부족이었다. 이 때를 교훈삼아 일본은 부단한 지진대책을 만들어 왔다. 그 결과 3·11 일본대지진은 관동지진보다 인명 및 재산 피해가 현저하게 줄었다.
이처럼 일본 정부는 계속 되어온 참혹한 지진재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들을 찾고, 개선하였다. 특히 평소 어릴 때부터 지진재해에 철저하게 대비하는 학습과 교육, 훈련을 해온 것이 일본국민들이 지진발생후 보여준 질서정연한 모습과 차분한 대응과 신속한 대처,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만들어 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이번 대지진 이후,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더욱 견고한 지진대책들을 세우고 보강해 나갈 것이다. 특히 지진해일에 대한 더욱 튼튼한 대비와 대책을 세울 것이다. 일본은 항상 과거에서 많은 것을 배운 나라이기 때문이다.
일본 대지진과 같은 끔찍한 지진이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걸까?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여기에서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우리나라와 일본은 지진발생의 매커니즘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이다. 한반도는 유라시아판 내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전 지구적인 힘이 전달되지 못해 규모가 작은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열도는 규모가 큰 지진이 쉽게 발생하는 ‘지각판 경계-태평양판, 북아메리카판, 필리핀판과 유라시아판 경계’-에 위치하고 있어 규모가 큰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지진재해에 대비해야 하는 까닭은 역사기록 속에 담겨져 있다. 선조들이 남긴 역사 문헌에는 지진재해로 수많은 피해를 준 사실들이 기록으로 남아있다. 삼국시대에 100여회, 고려시대에 200여회, 그리고 조선시대에 약 1600여회의 지진발생과 관련된 기록들이 있다. 이처럼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은 우리가 지진대책에 손을 놓고 방관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지진해일의 피해가 없었던 것일까? 아니다. 특히 1983년 일본 아키다 근해에서 규모 7.7의 지진으로 발생한 해일의 영향으로, 동해 임원항 부근에서 3명의 사망․실종피해와 많은 재산피해를 입었다. 그로부터 10년 뒤 1993년 7월 일본 홋카이도 오쿠시리섬 부근 해역에서 규모 7.8의 지진해일의 영향으로 재산피해는 피할 수 없었지만, 다행히 신속한 대피로 인명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동해안의 지진해일은 우리가 일본의 지진발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기상청에서는 그동안 지진에 대한 많은 대책들을 세우고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진해일은 일본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면서, 일본 서쪽 해역에서 지진이 발생하였을 때, 지진해일의 예상 크기와 도달시간을 예측하는 지진해일 분석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고 있다. 지진정보 제공 시간을 단축할수록 지진재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에, 기상청에서는 지진조기경보체계 구축을 포함한 여러 계획들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지진조기경보시스템’란 지진이 발생하였을 때 가장 먼저 도달하는 ‘P파’만을 분석하여, 지진속보를 제공함으로써 속도는 ‘P파’보다 느리지만, 가장 많은 피해를 가져오는 ‘S파’의 지진동이 도달하기 전에 대피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경보체계로 이미 지진 선진국에서는 시행하고 있는 체계이다. 우리도 이미 지진 조기분석 알고리즘 개발 등 지진조기경보체제의 지속적 추진을 통해 현재 속보시간(300초)을 2015년까지 50초 이내, 2020년까지 10초 이내로 단계적으로 단축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지진 및 지진해일재해에 대처하기 위하여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관련국들과 긴밀한 공조체제를 확대․유지해 나갈 것이다. 특히 지진감시의 가장 기초 그물망이 되는 지진 및 지진해일 관측망의 확대와 관측장비의 표준화를 유도하고, 고품질의 관측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시추공 지진관측소를 확대시킬 방침이다. 그리고 국가지진종합정보시스템(NECIS)의 추진을 통해 지진관측자료의 공유 등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이끌어 낼 것이다.
하지만 지진분야의 토대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서는 지진분야를 포함한 관련분야와의 폭넓고도 집중적인 연구가 우선되어야 한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한반도 지진의 본질에 좀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으며,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알맞은 지진정책과 대책이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이미 사회경제적 리더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한 위상에 걸맞게 지진분야에서도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지식과 정보를 지원해야 하는 수혜국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뜻과 의지만으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지진연구의 풍부한 인력풀’과 협력하면서 연구 성과들이 축적되고, 실질적인 정책이나 대책 속에 체계적으로 녹아들어갈 때 국제사회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 많은 연구 인력들이 특화된 연구 분야 속에서 좋은 성과들을 올려주는 과정에서만 지진분야의 기초를 심화 확대할 수 있다. 그러한 조건 속에서 국민들을 위한 선진적인 시스템이 제 역량을 발휘하면, 국민들이 지진에 대한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안전장치가 많을수록 더욱 안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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