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趙)나라에 조사(趙奢)라는 명장이 있었다. 그의 아들 괄은 병서의 병법을 터득하여 이론상으로는 그의 아버지를 능가할 정도였다. 후일 조사는 임종 때 이러한 유언을 남겼다.
"전쟁이란 생사가 달린 것이다. 괄처럼 이론만으로 전쟁을 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니 그 애가 장수가 된다면 조나라가 큰 변을 당할 위험이 있다."며 괄을 임명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하였다.
훗날 진(秦)나라가 조나라를 침략할 때 '조나라의 염파(廉頗)장군은 늙어서 싸움을 하기 두려워하므로 두렵지 않지만 혈기왕성한 조괄(趙括)이 대장이 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이 말을 들은 조나라 왕은 명장 염파 대신 조괄을 대장으로 임명하고자 했다. 그러자 대신 인상여(藺相如)가
"왕께서 괄의 이름만 듣고 대장으로 임명하려는 것은 마치 거문고의 발을 아교로 붙여놓고 거문고를 타는 것과 같습니다. 괄은 단지 그의 아버지가 준 병법을 읽었을 뿐, 변화에 대응할 줄 모릅니다."라며 극렬히 반대했으나 조나라 왕은 인상여의 말을 무시하고 조괄을 총사령관에 임명했다.
실전 경험이 없는 조괄은 병법이론만으로 작전을 펼치다가 진나라 장군의 계략에 걸려서 40만 대군을 모두 살상시키는 역사상 최악의 참패를 맛보았다.
얼핏 보면 임기응변과 변통을 강조하는 말 같지만 앞뒤 문맥을 자세히 보면, 이론만 밝은 자가 교만에 빠져 그 이론에만 얽매여 현실적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경계하는 고사성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비즈니스와 관련하여 두 가지 교훈을 새겨볼 수 있겠다. 그 중 하나는 숨어있고 하나는 드러나 있다. 우선 드러나 있는 교훈을 보자면 말 그대로 이론에만 치우쳐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다. 이론이란 현실에서 발생한 상황을 바탕으로 이론이 정립되는 것이다. 어떤 이론이 현실에 맞지 않으면 그 이론은 수정하게 된다. 다시 말해 이론의 근거는 현실이지 현실의 근거가 이론이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종종 현실보다 이론을 더 중시하는 오류에 빠지게 된다. 비즈니스에 있어 시장조사가 중요하다 하지만 시장조사 지상주의는 현실에서 종종 사업을 어려움의 난관에 부딪히게 한다. 시장조사는 참고할 뿐이지 모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숨어있는 교훈은 이론만 하는 것을 가지고 교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조사의 아들 조괄이 이론에 대한 박식함에 스스로 교만하지 않았다면, 그 ‘이론에 대한 박식함 자체’가 해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배운 이론이, 책에서 배운 이론이 조금 많다고 해서 교만하면 현실을 망가뜨리기 쉽다. 이론은 특히 사회과학적 이론은 항상 발생한 현실을 반추하여 정립되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발생하는 현실을 반영하여 계속 수정될 수밖에 없다. 이론을 고집한다는 것은 과거의 방식만 고집하는 것인 줄 모르고 진리라고 착각하는 학자출신 관료나 사업가들은 항상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 박식함이 교만과 겹쳐지면 독이 된다. 그것이 교주고슬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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