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체들이 바쁘다.
자연재해를 담보로 하는 보험 상품을 찾는 문의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철 폭우에 이어 최근 집중호우와 태풍 등으로 피해가 커진 탓이다. 하지만 국내 자연재해를 담보하는 상품은 제한적이다. 가입자가 2.2%뿐이다. 주로 농작물재해·풍수재·양식 수산물재해보험 등 생활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농작물에 한해서 보험이 적용된다.
날씨보험시장의 현주소는 무엇일까. <온케이웨더>는 모두 5회에 걸쳐 날씨보험에 대한 기획기사를 연재할 예정이다. 오늘은 네 번째 순서로 기상산업규모 1위인 미국의 날씨연계보험 현주소를 조명해봤다. | |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A씨(27)는 6개월 동안 돈을 모았다. 여자친구와 미국 서부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여행사에 비용 지불도 끝냈다.
그런데 미국 웨더채널이 미국 서부에 허리케인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예보했다. 회사 동료들은 “아까운 돈 날리지 말고 취소하라”고 염려했다. 하지만 그는 “괜찮다”며 여유를 보였다. 왜일까?
미국에는 날씨연계보험이 발달해 있다. 미국 현지 여행상품을 사는 순간부터 피보험자가 된다. 날씨 때문에 전체 여행 일정 중 일부를 망칠 경우 전체 여행경비의 30~40%를 보상받는다.
허리케인, 폭염 등 날씨에 따른 피해는 모두 보험 대상이 된다. 그렇다고 보험금 때문에 여행경비가 더 비싸지는 것은 아니다. 보험금을 납부하는 것은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업체나 숙박업소다.
미국은 정부 내에 날씨보험에 대한 별도조직을 두고 보험요율, 기금운영 등을 담당하고, 민영보험회사에게는 보험모집, 손해사정을 위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연방정부와 주정부에서 날씨보험 가입을 강력하게 권고한다. 뉴욕주에서는 주택보험에 가입할 때 반드시 홍수보험의 가입여부를 보험대리인이 확인하게 돼 있다. 은행에서 주택 구입을 위해 융자를 받길 원할 때도 홍수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한다. 그렇지 않으면 융자를 받을 수 없다.
또 대형보험회사는 보험청구전문가를 운영한다. 태풍이나 자연재난이 특정지역에 자주 발생하면 파견해 보상 문제를 논의한다.
기업들의 날씨보험 가입률도 세계 1위다. 그렇다고 아무 기업이나 돈만 있다고 날씨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민간기상업체가 날씨보험에 가입하고자 희망하는 법인의 신용을 평가해 업체를 선정한다. 기업들의 수요가 많은 까닭이다.
<워렌버핏이 날씨 시장으로 간 까닭은>이란 책에서 이러한 미국의 현실이 잘 드러난다. 저자 반기성 씨는 “미국 민간기상회사 중 가장 유명한 회사인 플래널라이틱스는 날씨 장기예보 자료를 제공하는 데만 한건 당 최소 6000만 원에서 최대 2억 원까지 받는데, 그래도 보험에 가입하려는 업체들이 줄을 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상정보를 보험과 컨설팅 분야와 연관 지으면 충분히 고부가가치 사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일면이다”고 말했다.
미국 날씨보험시장의 규모는 2008년 이미 320억 달러를 넘어섰다. 거래량은 약 100만 계약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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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