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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어둑해지자마자 마당쇠가 다시 나타나 별당이 훤하도록 등을 걸고 방 안에는 밀초 한 쌍을 밝혀 놓았다.”
황석영의 ‘장길산’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은은해서 연약해 보이지만 야무지게 주위를 밝히는 등은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흔히 사용하던 조명기구다. 조선 후기에는 혼례식 때 신랑이 말을 타고 신부집으로 떠날 때, 신부가 가마를 타고 시집을 올 때 길을 비추기 위해 청색과 홍색으로 꾸며진 ‘청사초롱’을 사용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인공조명으로 밤에도 대낮같이 환하지만 100여년 전만 하더라도 전깃불은 낯설었다.
올해도 도성 한복판, 서울에서 등과 관련해 옛 조상들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축제가 열린다. ‘서울의 뿌리, 선조의 생활상’이라는 주제의 서울 등 축제(Seoul Lantern Festival 2012)가 내달 2일부터 18일까지 종로구 청계천 청계광장 일대에서 시민들을 맞는다.
축제가 이어지는 기간 동안 구름 조금 낀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간 기상업체 케이웨더에 따르면 축제가 시작되는 2일 구름이 조금 낄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대체로 구름 낀 날씨가 계속되다가 13일 흐리고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저기온은 3~7℃, 낮 최고기온은 10~15℃ 정도로 전망된다. 비 소식이 있는 13일에는 기온이 조금 떨어져 최저기온 6℃, 최고기온 10℃로 약간 쌀쌀하겠다. 비가 그친 이후부터는 평균 기온이 10℃ 이하로 떨어지고 낮 최고기온이 12℃ 이하를 밑도는 등 늦가을 추위가 몰려올 전망이다.
케이웨더 박선우 예보관은 “축제 중후반으로 갈수록 날씨 예보의 정확도는 낮아진다”며 “축제에 가기 전에는 꼭 일기예보를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서울등축제는 청계광장과 세운교까지 1.5km 구간에서 진행된다. 매일 오후 5시면 형형색색으로 은은한 빛을 내는 3만여개의 대형 등이 이곳을 장식한다. 전시 관람과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해 아이들과 함께 가기에도 좋다.
청계천을 따라 거닐며 보는 등은 주제별로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지루하지 않다. 청계광장부터 모전교까지는 한양도성도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모전교에서 광통교까지는 조선 600여년을 이끌어 온 선조들의 이야기가 담긴다. 세종대왕의 업적을 등으로 보는 재미도 남다르다.
광통교에서 장통교까지는 백성들의 일상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었던 신문고, 전통혼례, 연 날리기 등 산조들의 생활이 금빛 등으로 재탄생한다.
장통교부터 삼일교까지의 주제는 ‘열린 서울’이다. 지자체와 각 자치구, 기업체들의 캐릭터들이 한데 모여 홍보의 장을 이룬다.
등 축제지만 단순하게 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시민들의 손길이 모여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광교 갤러리에서는 18일까지 다가오는 계사년, 2013년을 맞이해 뱀 캐릭터 구조물에 소원성취를 기원하는 한지를 부착하는 행사가 진행된다. 시민들이 직접 붙인 한지들 덕분에 뱀 캐릭터는 비로소 하나의 등으로 모습을 갖춘다.
희망 유등 띄우기 행사도 눈길을 끈다. 현장에서 재료를 구매해 직접 등을 제작한 뒤 희망의 메시지를 적고 촛불에 불을 붙여 청계천에 띄우는 체험이다. 건강이나 행복, 금전운 등 시민들의 다양한 희망메시지를 담은 불 밝힌 등이 굽이굽이 흐르게 된다.
축제에 전시되는 등은 모두 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지 불을 밝힌다. 밤늦게까지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직장인들에게도 매력적인 축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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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