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이상 섬유유연제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했던 ‘피죤’이 지난해 시장 선두 자리를 빼앗기면서 갑작스런 추위를 맞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은 LG생활건강의 섬유유연제 ‘샤프란’이 지난해 시장점유율 43.3%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고 30일 밝혔다. 샤프란의 2010년 점유율은 36.6%로 피죤(44.0%)에 이어 2위였다.
피죤은 2010년 대비 15.4%포인트 떨어진 28.6%에 그치며 30여년 만에 2위로 추락했다. 3위 옥시의 ‘쉐리’는 2010년 12.3%에 그쳤던 점유율이 지난해 18.3%까지 늘어나 피죤과 격차를 줄이고 있다.
피죤의 ‘추락’은 지난해 이윤재 회장이 청부 폭행 사건에 연루되면서부터 시작됐다. 회사 이미지가 크게 추락한 데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 회장이 경영에 집중할 수 없었다는 점도 악재 요인이다. 이 회장은 지난달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피죤의 악재는 계속됐다. 이달 중순에는 가짜 제품까지 대량 유통되면서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짝퉁’ 피죤 2만4000개가 제조돼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실제 회사측은 가짜 섬유유연제로 인한 피해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어떤 식의 대응을 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항소심 선고 형기를 채우게 되면 올해도 피죤은 정상적인 경영을 하지 못해 한동안 추위를 경험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업 이미지를 쇄신한다며 추진한 패키지 리뉴얼도 신통치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투명한 느낌을 주는 흰색 패키지로 바꿨으나 진열시 먼지가 많이 쌓이는 등 단점이 많아 이전 패키지로 다시 바꾸려고 검토중인 걸로 안다”고 말했다.
김태환 기자 pigletkth@onkweath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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