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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이 부패를 저질러 징계를 받은 직원에게 같은 보직을 맡기는 등 돌려막기 식의 ‘회전문 인사’를 단행해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국정감사 때마다 ‘기상 마피아’라는 오명을 뒤집어썼음에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 모습에 고윤화 청장이 내건 ‘기상청 개혁’이 말뿐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기상청은 새해 업무보고 내용이 아닌 인사로 지적을 받았다. 새누리당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지난 2008년 기상장비 유지보수 업무와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선고유예까지 받은 H사무관이 고작 1개월의 경징계에 그친 것도 모자라 같은 업무에 또 복귀시켰다”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경찰은 10만원만 받아도 파면조치한다. 선고유예는 무죄라는 의미가 아니라 집행유예 이상을 받으면 퇴직금, 공무원연금도 받지 못하는 사정을 감안해 유예해준 것에 불과하다”라며 “장비보수와 관련해 뇌물을 받은 사람을 또 같은 업무에 복귀시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고 비판햇다.
놀라운 것은 기상청의 반응이다. 답변에 나선 고윤화 청장은 “기상청에 관련 전문가가 별로 없고 지금까지 반성을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비리 인사에게 같은 보직을 줘야 할만큼 기상청에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없다고 스스로 자인한 것이다. 이에 권 의원은 “대한민국 기상청이 그 한 사람 없다고 안 돌아갈만큼 실력이 없는가”라고 비판했다.
“기상청에 전문가가 없어서…”
이뿐만이 아니다. 기상청 산하 기상산업진흥원은 징계요구를 받고 퇴임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인사에게 고액의 전문위원자리를 내줬다.
권성동 의원은 “전 항공기상청장 C씨는 노후기상장비 구입 문제로 감사원에서 징계요구를 받고 지난해 5월에 사표를 쓰고 나간 사람인데 이번에는 연봉 7500만원을 받는 기상산업진흥원 전문위원 자리로 갔다. 이분도 전문성이 뛰어나기 때문인가”라고 따져물었다.
그러자 이희상 기상산업진흥원장은 “C씨는 기상학 박사 출신으로, 베트남 사업을 이끌 전문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사퇴한 것이 아니라 3년 임기가 끝나서 나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권 의원은 “박사가 아니라 박사 할아버지라도 비리를 저지른 사람을 왜 채용하는가”라며 “기상청 출신들이 기상산업진흥원의 요직을 차지하고 비 기상청 출신들은 지방으로 발령내고 있다. C씨의 계약직 채용을 취소하라”고 말했지만 이희상 원장은 채용 취소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았다.
한편 C씨가 아무런 징계조치도 받지 않고 무사히 임기를 마쳤다면 이는 감사원의 징계요구를 기상청이 무시한 것이고, 징계조치가 내려져 본인이 사의를 표명한 것이라면 이희상 원장이 위증을 한 셈이 돼 진실 파악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본지는 기상산업진흥원과 항공기상청에 문의했지만 감사원의 징계요구는 맞지만 이후 어떠한 징계가 내려졌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상청은 “감사원 징계요구 이후 어떻게 됐는지 파악 후 연락을 주겠다”라고 밝혔으나 업무종료 시간이 끝나도록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기상청 인사문제를 지적했던 권 의원은 결국 질의 말미에 “징계를 받고, 감사원 감사를 받는데도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기상청장이 ‘개혁하겠다, 부정부패를 차단하겠다’는 의사가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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