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CJ GLS 사무직 직원들은 평일 당번을 정해 오전 11시에서 오후 6시까지 본인 차량을 끌고 직접 배송 지원에 나섰다. 29년 만에 서울을 강타한 추위로 인터넷몰과 홈쇼핑 주문이 급증하자 회사가 비상체제에 돌입한 것. CJ GLS관계자는 "12월에 설 명절 수준으로 물량이 늘어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전국 최저기온이 연일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기록적인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일부 유통업체들이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온은 1973년 이래 29년 만에 가장 낮았고, 강수일도 11일 이상을 기록해 사흘에 한 번꼴로 눈을 뿌릴 정도였지만 `겨울다운 겨울` 덕에 방한용 패션용품과 난방기기 등이 고루 잘 팔렸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강추위 덕분에 방한용 패션 아이템이 백화점의 대표 효자상품으로 떠올랐다. 롯데백화점에서는 이미 한파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달 패딩점퍼의 판매 호조로 아웃도어, 스포츠 상품군 매출이 작년 대비 각각 41%, 25%씩 뛴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역시 30%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내복의 인기가 뜨겁다. 작년보다 50% 더 물량을 늘렸는데도 매장에 내놓기가 무섭게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실내온도 제한 지침으로 `난방 대신 내복`을 찾는 관공서에서의 특판 주문이 쇄도하는 추세다. 이제는 `국민 내의`로 자리매김한 `히트텍` 대박 행진도 여전해 이달 초부터 최근까지 롯데백화점 내 유니클로 매장의 히트텍 매출은 이 기간 작년보다 43% 신장했다.
현대백화점에서도 이달 들어 최근까지 내복 매출은 1년 전보다 28.3% 뛰었다.
집 밖으로 나오자마자 살을 에는 칼바람에 편의점에서도 내의가 팔렸다. CU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간 남성용 기모레깅스(8900원) 매출이 전달의 2.2배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여성용 레깅스는 매출이 28% 늘어난 데 비해 남성 레깅스 신장률이 10배 가까이 높다.
매출 감소에 신음하는 대형마트지만 한파 관련 용품만은 불티났다. 올해 들어 최근까지 이마트에서는 외풍을 막아주는 문풍지 매출이 작년 같은 때보다 두 배 더 팔렸고, 묶음형으로 저렴하게 선보인 핫팩도 판매가 38.7% 늘어났다.
웬만한 추위에는 잘 팔리지 않는 중대형 난방제품 매출도 올랐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올해 1월 9일 중대형 난방제품은 작년보다 30% 더 팔렸다. 석유팬히터와 가스캐비닛히터 등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난방제품 매출이 35~50% 증가했다.
추위로 외출을 꺼리는 소비자들 덕택에 홈쇼핑과 온라인몰은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GS샵의 지난 1~9일 주문액은 1년 전보다 23% 올랐다. 한파가 이어졌던 지난해 12월 주문액도 전년 대비 20%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추위가 두 달 연속 홈쇼핑의 견실한 성장세를 이끈 셈이다.
온라인몰에서는 추위를 막는 이색용품의 활약이 돋보였다. G마켓에서는 상품 파손을 막기 위해 포장지로 쓰이는 에어캡이 외풍을 차단하는 문풍지로 활용되며 이달 들어 작년보다 판매가 무려 7배 넘게 급증했고, 배터리를 충전하면 최장 10시간 동안 따뜻하게 입을 수 있는 발열조끼도 2배 더 팔렸다.
한파로 눈이 녹지 않자 아이젠을 찾는 손길도 늘어 작년보다 179% 더 팔려나갔다.
온라인몰과 홈쇼핑 배송이 늘면서 택배업계는 지난해 12월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늘어난 물량을 처리하느라 분주하다.
업계 1위 대한통운은 12월 하루 평균 약 120만상자를 처리했다. 전년 같은 기간 평균 100만상자보다 20% 늘어난 수치다. 대한통운과 합병을 앞둔 CJ GLS도 지난해 12월 전년 동월보다 22~23% 증가한 배송물량을 소화했다.
배달음식과 손을 녹이는 뜨거운 음료도 추위 덕을 보고 있다. 굽네치킨은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졌던 지난달 30일과 31일에 매출이 79~140%까지 올랐다. 한파가 이어진 지난달 15~31일 전체 매출도 월초보다 35% 이상 늘었다.
[이유진 기자 /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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