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비용을 들여 좋은 품질로 많은 수확량을 거둬들이는 것. 이것이야말로 매년 변함없는 농민의 바람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항상 날씨라는 방해꾼이 존재한다.

 

해마다 여름철이면 찾아오는 집중호우와 태풍은 농민들의 터전인 가옥과 농경지를 침수시키고 애써 지어놓은 농작물들을 한순간에 날려 버린다. 특히나 농업용 수리시설들은 대부분이 20~30년 이상 된 노후시설들이다 보니 가장 먼저 위험에 노출된다.

 

우리나라는 수해피해액의 20%에 가까운 금액이 농업 부분의 피해라고 할 만큼 기상재해가 발생하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분야가 농업부분이다. 여기에 최근 기상이변 현상들까지 겹치면서 그 피해규모는 점점 더 대형화 되어가고 있다.

 

이는 1995년부터 2004년까지 기상재해로 인한 피해 추이를 통해 확연히 드러난다. 전체 기간 중 최근 3년간 농경지와 농작물읠 피해가 몇 배로 급증한 것만 보더라도 그 심각성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태풍이나 호우보다 더 무서운 것이 가뭄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피해는 2001년 한반도를 강타한 봄철 가뭄이다. 1907년 이래 가장 최악의 가뭄으로 강수량이 예년보다 30%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더군다나 벼농사를 위한 모내기와 밭작물의 파종이 한창일 시기에 가뭄이 발생했으니 농민들의 마음이 새까맣게 타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사실 가뭄 같은 경우는 그 피해가 크면서도 나타나는 빈도가 수해보다 적기 때문에 조금 덜 민감하다. 하지만 가뭄으로 인한 수확량의 감소는 곧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가뭄의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할 수 있다. 실제로 LG경제연구원에서 홍수와 가뭄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해 본 적이 있다. 그 연구 결과에서도 홍수보다 가뭄이 GDP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훨씬 더 크게 나타났다.

 

봄이면 가뭄으로 여름이면 수해로 소위 물로 인한 기상재해들은 이제 농업인들에게는 단순한 피해가 아니라 생계를 위협하는 문제가 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매번 기상재해가 지나가고 나면 국민들의 불만과 비난의 화살은 정부와 관련기관에게로 향해 있곤 한다.

 

그래서 기상재해에 대처하기 위한 정부기관의 노력들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농업기반공사는 기상정보를 이용한 재해관리시스템으로 농업재해를 줄일 수 있는 체계적인 대책 마련에 앞장서고 있다.

 

공사는 기상청과 민간예보사업체에서 기상정보를 입수해 본사, 지사, 사업단, 지부 등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기상정보를 이용한 재해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여 가뭄과 수해에 효율적으로 대처함으로써 무려 143억 원에 달하는 재해복구 비용을 절감했다. 이전 3년간의 평균 재해비용이었던 326억 원 보다 56%나 감소한 결과이다.

 

이 뿐만 아니다. 지부의 피해 발생 상황이라든가 응급복구 현황도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입력할 수 있어 그야말로 종합적인 재해 관리 체계를 갖추는데 성공했다.

 

농업기반 공사는 이러한 재해관리를 통해 업무처리 시간은 전보다 33%에 불과한 2,100시간으로 단축 시켰다. 이에 따른 인건비도 37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줄어들어 경비 절감의 효과를 보았다.

 

이렇게 농업기반 공사는 기상정보를 활용한 재해관리시스템으로 많은 성과들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보람을 느끼는 것은 아마도 농인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낸다는 긍지일 것이다. 이러한 농업기반공사의 노력이 계속되는 한 농민들도 재해 걱정 없는 풍성한 결실을 매년 맞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