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광 훼미리마트의 날씨 마케팅
날씨와 기온에 따라 매장에 진열되는 상품의 운명이 결정된다. 맑은날, 흐린날, 비오는날 등 날씨에 따라 고객들이 선호하는 상품이 달라지고, 어디에 진열하는가에 따라 매출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날씨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엄청난 수익을 올린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편의점 유통업체인 보광훼미리마트다.
보광훼미리마트가 전국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편의점 매장 수는 전국 3,000여 개에 달한다(2005년 기준). 이 회사는 날씨정보를 본사 차원에서는 물론 각 점포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각 편의점의 전산시스템인 POS를 통해 기상정보를 전송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본사로부터 전송된 기상정보는 훼미리마트 전 매장의 스크린 상에서 조회가 가능하다. 여기에는 날씨, 최고·최저기온, 일교차, 체감온도 등 다양한 기상정보가 포함된다. 특히 식품을 발주할 때는 날씨정보가 아예 전산망에 자동적으로 뜨게 된다. 식품 판매량이 날씨변화에 가장 민감하다는 것을 감안한 조치이다.
점포주는 기상정보를 조회한 다음에야 각 매장이 위치한 지역의 예상날씨에 맞게 상품을 본사에 주문한다. 물론 편의점마다 날씨 변화에 따른 최적의 상품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다. 본사에서 일괄적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대다수의 유통업체와는 차원이 다른 날씨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본사 역시도 기상정보를 토대로 각 지점마다 예상되는 주문상품의 종류와 수량을 미리 준비해 둔다. 또한 각 식품군을 품목별로 분류해 과거 1주일간 판매된 데이터를 날씨정보와 함께 점포에 제공한다. 각 점포가 날씨와 판매량과의 상관관계를 자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날씨정보를 수시로 분석하여 강수예보나 기온하강 정보를 입수했다면 온장고의 음료를 보충해 놓고, 충분한 양의 원두커피를 준비한다. 샌드위치도 날씨에 따라 준비를 달리한다. 쌀쌀하면 돈까스, 샌드위치와 같이 고기가 들어간 것을, 따뜻하면 야채나 달걀이 들어간 것을 많이 준비해 둔다.
훼미리마트는 각종 상품의 판매량을 분석하고 연관 지수를 분석할 때도 기상정보를 기초 자료로 활용한다. 실제로 이 회사에서 날씨의 활용 결과를 자체적으로 분석해본 결과 기상정보가 매출 증대에 커다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른 품목에 비해 날씨 변화에 민감한 상품군의 매출이 두드러지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그 중에서도 날씨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패스트푸드였다. 이렇게 기상정보에 부합되는 푸드의 공급과 판매는 일평균 판매액의 2배에 달하는 신장률을 가져왔다.
또 날씨에 따라 최적의 시기에 매장의 상품 구색을 바꾸도록 하여 판매량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사전에 강수정보를 입수하여 비가 올 것이 예상되면 미리 우산코너를 매장 입구에 배치한다. 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여 만족도를 높임과 동시에 매출효과도 높일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었다.
이렇든 날씨정보의 중요성은 전국적인 점포망을 가지고 있는 업체일수록 더욱 더 커지게 된다. 상품별 최적의 주문량과 주문시기를 비롯하여 재고량, 상품 구성 등을 결정할 때 날씨는 없어서는 안 될 가장 핵심적인 정보가 되는 것이다.
GS유통의 POS시스템
GS유통 역시도 국내 유통업체 가운데 효과적으로 날씨정보를 활용하고 있는 업체다. 마케팅 및 제품 발주, 배송, 재고관리 등 기업 활동의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전사적인 차원에서 날씨를 이용한다.
GS유통은 민간기상업체로부터 자사의 편의점 점포에 대한 상세한 날씨정보를 제공받는다. 이러한 날씨정보는 각 점포의 전산시스템인 POS로 연결되어 각 점포에서 상품을 주문할 때 실시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내일 눈이 내린다는 날씨정보를 제공받은 점포가 있다고 치자. 이 경우 그 점포는 눈이 올 때 매출이 부쩍 늘어나는 보온병, 장갑 등의 제품 주문량을 평소보다 훨씬 늘려 주문하게 된다. 미리 준비하여 상품이 없어서 못 파는 불행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는 자체 분석 시스템을 가지고 날씨 데이터를 활용해 일자별, 월별 날씨 추세를 수시로 도출한다. 도출된 날씨 트렌드를 기반으로 매장에서는 각 상품의 발주부터 배송 시기까지도 효과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예컨대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의 경우 계절마다 횟수가 다르다.
실제 이 회사는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는 5월부터는 매일, 봄가을에는 1주에 6회, 겨울에는 주 3회씩 음료상품을 배송한다. 특히 판매량이 많은 일부 점포의 경우 여름에는 하루 2회의 배송 체제를 운영하기도 한다.
편의점 매출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요일과 날씨다. 요일에 따라 매출이 달라지는 요일 변수는 어느 정도 고정적인 변수이다. 이를 감안하면 변화 폭이 심한 날씨 변수야말로 편의점 매출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실제로 편의점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여름과 겨울의 편의점 매출은 많게는 10% 이상 차이가 난다고 한다. 빙과류, 식·음료 분야의 여름 매출이 겨울에 비해 평균 10배 이상 높은 것이 그 주요 원인이다. 이 때문에 날씨와 계절을 활용해 매출을 올리려는 편의점 업계의 노력은 조용하지만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GS유통이 POS시스템을 활용하여 각 유통 단계에 날씨정보를 이용하면서 각 점포당 하루 평균 매출은 15% 가량 늘어났다고 한다. 특히 아이스크림처럼 날씨에 민감한 품목은 각 점포당 평균 매출이 20%이상 급증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날씨 정보를 활용해 가장 효과를 본 것은 재고 회전일의 대폭적인 축소이다. 재고 회전일이란 매장에 진열된 상품이 모두 판매돼 교체되는데 걸리는 기간을 의미한다. 이 회사가 날씨 정보를 활용하기 전에 걸리던 평균 재고 회전일은 14일 가량이었다.
그러던 것이 날씨를 활용하면서 10일로 무려 4일이나 단축되었다. 재고 회전일이 짧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재고로 인한 비용 부담이 줄고 상품 판매가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GS유통은 이러한 재고 회전일 감소로 인해 연간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의 금융 비용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일본의 세븐일레븐 재팬
일본의 편의점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날씨정보를 분석하여 상품주문이나 발주에 효율적으로 활용해 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세븐일레븐 재팬은 기상변화를 고려한 ‘수요 및 재고관리시스템’으로 큰 효과를 거두었다.
우선 각 지역의 기온과 강수확률 등을 분석한 후 지난해와 동일한 기상 조건시의 판매량을 기준으로 예상되는 판매량을 정한다. 여기에 경제성장률, 고객기호변화 등과 같은 외부변수를 고려하여 최종 예상판매량을 결정하면 각 지점에 상품을 배송하게 된다.
세븐일레븐 재팬은 이 시스템을 편의점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도시락과 야채 판매에 적용했다. 그 결과 그동안 판매량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주문량의 상당 부분을 폐기처분했던 상품들의 70%정도를 줄이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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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케이웨더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