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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화두는 단연 ‘녹색’이다. 이명박 정부는 일찌감치 ‘녹색성장’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물 자원의 효과적 이용도 포함된다. 이제 물은 단순한 자연의 선물이 아닌 철저히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지난해 발표된 유엔 미래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8억8400만명이 깨끗한 물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는 80%의 질병이 물과 관련됐다. 국가적 차원의 물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최근 몇 년 전부터 효율적 물 관리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물 관리 역사가 생각보다 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고려, 조선시대 때 마을 사또들의 인사고과 평가에 제방의 수리·관리가 포함됐다. 나라에서 물 관리를 챙겼다는 의미다.

 

훨씬 거슬러 올라가면 기왕에 발견된 볍씨 자국이 있는 민무늬토기가 물 관리의 증거다. 청동기 시대 이전부터 벼를 재배했다는 사실은 3000년 전에도 이미 상당한 수준의 물 관리 기술이 있었다는 반증이다. 이처럼 농업과 물 관리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삼한시대 때 이미 저수지를 만들고, 개울의 일부를 가로막아 인위적으로 물길을 돌리는 보(洑)를 축조했다. 벼농사를 중심으로 한 농업이 발달한 것이다. 당시 만들어진 저수지는 현재도 남아있다. 김제의 벽골제, 상주의 공검지, 제천의 의림지 등이 그것이다.

 

삼국시대에는 오늘날의 댐인 ‘제언’이 축조됐다. 삼국사기에는 신라가 제방을 구축하고 농지를 개척해 벼를 심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물을 관리하는 기관은 고려시대 때 등장한다. 고려 개국 초기부터 수조(水曺)가 존재했다. 지방 관리들을 평가할 때, 제방 관리 능력도 평가요소로 삼았다고 하니 당시에도 물 관리를 얼마나 중요시 했는지 알 수 있다.

 

성리학이 나라의 근간이었던 조선은 상업을 천하게 여기고 농업에 집중했다. 물 관리가 한층 더 중요시 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물 관련 시설의 보수나 관리상태는 각 고을 수령을 평가하는 주요 항목이었다. 출세하고 싶으면 물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했던 것이다.

 

 

대한제국 이후의 물 관리는 이전과 다르다. 일본인이 대부분의 수리조합을 운영했고, 그들은 새로운 수원개발보다는 기존의 수리시설을 이용하는 소극적 입장을 고수했다. 농촌사회를 파악하기 위한 식민지배적 측면의 일환이었던 만큼 우리가 견지해 왔던 적극적인 물 관리와는 그 성격이 달랐다.

 

192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는 우물보다 상수도의 이용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일본인이 청일전쟁의 여파로 한반도에 상륙하면서 식생활용수를 해결하기 위해 상수도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때의 시설이 한국 상수도의 시초다.

 

현재의 물 관리는 댐 건설과 상수도, 수력발전으로 나뉜다.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 정부는 국제원조기관의 도움으로 관개용 댐 건설을 추진, 가창댐과 중리댐을 건설했다. 1962년부터는 경제개발정책이 시작되면서 섬진강댐, 춘천댐, 낭감댐 등을 건설했다.

 

1960년대 들어서 시작된 산업화를 통해 급수 보급률이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1967년 11월에는 한국수자원개발공사가 설립돼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물 관리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한국은 물 자원이 풍부하지만 정작 쓸 수 있는 물의 양은 매우 적다. 연평균 강수량은 1283mm로 세계 평균인 973mm의 1.3배다. 그러나 1인당 물 사용 가능량을 뜻하는 1인당 연간 강수량은 2705㎥로 세계 평균인 2만2096㎥의 12%에 불과하다.

 

국내 수자원 총량은 1240억㎥. 이 중 517억㎥가 손실된다. 무려 42%의 물을 사용하지 못하고 흘려버린다는 의미다. 강수 이용면에서 무척 비효율적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효율적인 물 관리를 위해 수량·수질의 통합관리와 체계적인 물 관리 체계 정립, 통일된 관리 주체 등이 필요하다는 대안을 제시한다.

 

 

이유경 기자 leeyou@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