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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사이 갑작스레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아직 가을이지만 출근길에 입김이 나오는 걸 보고 내복이 어디 있나 생각하게 됩니다. 지난 화요일(15일) 전국에 가을비가 내린 후 찬바람이 불면서 아침기온이 10℃이하로 떨어진 곳이 많습니다. 대관령에는 서리가 내리고 얼음이 얼기도 했습니다.

 

‘가을비 한 번에 내복 한 벌’이라는 속담이 있는데요. 옛말은 틀리는 법이 없나봅니다. 가을비가 내리고 나니 겨울날씨를 재촉하는 추위가 앞당겨지는 것 같습니다.

 

방한용품에는 핫팩이나 담요 같은 용품이 있지만 또 내복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1960년대 등장한 빨간내복은 촌스러움의 대명사로 남아있습니다. 빨간내복을 입으면 무병장수한다는 말이 있어 예전에는 어르신들께 많이 선물했다고 합니다. 90년대 들어서는 아파트 보급이 활성화되고 실내 난방이 발달하면서 춥다고 내복에다 이옷저옷 껴입는 게 촌스러운 세상이 되긴 했지만, 역시 추운 날씨엔 내복이 생각나기 마련입니다.

 

 

촌스럽지만 정겨운 빨간내복과 80년대 보온내복을 거쳐, 2000년대에는 얇고, 기능성이 더해진 발열내복이 나오면서 젊은이들의 내복 구매도 늘었습니다. 실제 겨울철에 내복을 입는다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은 가운데 20대의 내복 착용 비율도 2년 전보다 9%포인트 올랐습니다.

 

발열기능 소재를 활용한 제품뿐만 아니라 스타킹처럼 얇은 원단을 사용한 내의는 밀착력이 뛰어나 옷맵시를 잘 살릴 수 있어 20~30대 고객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합니다. 이처럼 업계는 과거 두꺼운 내복 개념을 탈피해 스타일을 강화하고 기능성을 가미해 점차 시장규모를 늘리고 있습니다.

 

최근 기상청의 1개월 전망에 따르면 오는 11월 중순부터 이른 추위가 다가올 것이라는 예보가 나와 있습니다. 올겨울도 추울 것이란 전망이 있어서인지 의류업체들이 앞다퉈 내복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2005년 우리나라에 런칭한 일본의 패션업체 유니클로(uniqlo)는 몇 해 전부터 발열내의 ‘히트텍’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2008년 18만장에 불과했던 히트텍 판매는 2009년 75만장, 2010년 110만장, 2011년 300만장으로 급성장하더니 지난해엔 500만장을 바라봤습니다.

 

유니클로의 선전에 이마트의 SPA브랜드 ‘데이즈’나 ‘BYC’, ‘쌍방울’, ‘비비안’ 등의 국내 업체들도 발열내의 시장에 합류하면서 올해 발열내의 시장이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데이즈의 경우 보온성과 패션성을 높힌 ‘히트필’ 내복(세트)은 1만 9900원으로 유니클로 히트텍의 반 가격 정도 인데요. 이마트 관계자는 “히트필 내복은 최근 국내외 표준평가 기준이 없어 논란이 되고 있는 발열소재 대신 단열성이 뛰어난 천연재생 섬유인 ‘바이로프트’를 ‘면’과 결합해 기존 내복보다 보온성을 높이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고, 가격은 전년보다 30% 가량 저렴해졌다”고 전했습니다.  

 

내복이 불편하고 옷맵시를 망친다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된 것 같습니다. 마치 스타킹처럼 얇으면서도 신축성이 좋은 소재들이 내복으로 선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추세에 맞춰 비비안은 최근 부드럽고 가느다란 극세사 원사를 사용해 두께가 얇은 원단을 만들어 몸에 밀착되는 내복을 출시했습니다. 더불어 남성용 레깅스 내복은 기존의 기모 소재보다 더 부드럽고 보온성이 높은 ‘모카기모’ 소재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일반내의가 이중·삼중으로 원단을 겹쳐 보온효과를 준다면 발열내의는 대부분 흡습 발열(땀과 체온이 섬유와 결합해 열을 내는 방식)로 열을 내는 원리입니다. 이렇게 만들어낸 열을 섬유 사이의 공기 단열층(air pocket)에 가둬 온도를 유지한다는 것이 발열내의 업체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발열내의의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국내외 평가 표준은 아직 없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발열’ 혹은 ‘히트’란 말에 혹하기 보다는 구매할 때 꼼꼼히 따져보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업계에서는 올겨울도 강추위가 이어질 것이란 예보에 따라 내복 매출이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의류 상품은 한 시즌을 앞서 준비하는 만큼 장기예보 등으로 날씨를 미리 예측하고 그에 맞춰 매출전략을 세우게 됩니다.

 

양보다는 질을 따지는 요즘 소비자들의 선호에 맞게 좋은 소재에 얇고 신축성이 좋은 내복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는 건 반가운 일입니다. 올겨울엔 춥다고 난방기기를 틀어 가스나 전기 등의 에너지를 사용하기 보다는 내복 한 벌 챙겨 입어 몸을 보호하고 에너지도 절약하는 현명한 소비자로 거듭나는 건 어떨까요.
 
박선주 온케이웨더 기자 parkseon@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