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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층 쌀쌀해진 날씨에 어느덧 계절은 ‘겨울의 문턱’에 들어섰습니다. 이 문턱을 들어서면 한동안 따뜻한 날씨를 기대하기 어려워 왠지 아쉬움이 남는 것 같습니다.
7일은 절기상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立冬)이었는데요.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겨울에 하얀 눈이 내립니다. 따뜻한 방에서 창밖으로 소리 없이 내리는 눈을 바라보는 건 운치가 있지만 막상 밖에 나가면 휘몰아치는 칼바람에 ‘추워’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눈은 겨울을 겨울답게 하는 기상현상이지만 폭설과 한파는 많은 사람들의 고민거리가 되곤 합니다.
반면 2000년대 초반에는 이례적으로 겨울 평년기온이 높아져 제주 한라산 눈꽃축제가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한라산 눈꽃축제는 1997년 처음 시작돼 2001년까지 제주의 대표적인 겨울축제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하지만 축제기간 중 눈이 내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 ‘눈꽃축제’의 의미가 퇴색하는 등 회의적인 여론이 높아지자 2002년 1월부터 공식적으로 축제를 열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한라산 눈꽃을 체험할 수 있도록 12월 말부터 이듬해 2월까지 한라산 정상을 개방하고, 한라산 어리목광장에 얼음집과 대형눈사람, 눈썰매장 등을 보강하는 등 눈을 주제로 한 체험공간 조성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날씨 때문에 울어야만 했던 축제는 강원도에서도 있었습니다. 올해 1월 25일 열린 강원도 태백산 눈축제에는 겨울비가 심술을 부렸습니다. 대형 눈 조각과 눈꽃 산행 등으로 유명한 태백산 눈축제는 개막을 앞둔 1월 21일부터 24일까지 30㎝가 넘는 함박눈이 내리면서 ‘대박’을 예고했습니다. 함박눈에 비례해 관광객도 몰렸죠. 하지만 태백산 눈축제가 절정으로 치닫던 2월 1일 태백지역에는 종일 20㎜에 이르는 비가 내렸습니다.
때문에 태백시 관계자들은 눈 조각 작품에 비옷을 입히는 등 축제장을 보호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날씨의 심통을 막지는 못 했다고 합니다. 태백시 관계자는 “2009년에도 따뜻한 겨울 날씨로 눈 조각이 녹아내려 고생이 많았었다. 날씨에 의존하는 눈축제는 날씨에 따라 웃고 울고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관광업에서 기후변화는 심각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죠.
이에 비해 날씨와 기후변화를 기회로 잡은 사례도 있습니다. 여행사 투어익스프레스에 따르면 한국 사람들이 겨울철에 선호하는 여행지는 동남아지역이라고 합니다. 2011년 기록적인 한파가 이어지면서 추위를 탈피하려는 해외여행객들이 동남아로 향했는데요. 당시 전년보다 50% 이상 여행객이 급증했다고 합니다. 겨울여행의 ‘대세’라고 할 수 있는 스키나 온천을 포기하고 ‘따뜻한 곳’을 찾은 것이죠.
당시 겨울여행의 파급효과는 놀라웠습니다.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 속에서도 때 아닌 여름상품이 특수를 누렸습니다. 당시 비키니수영복의 매출이 전년보다 약 17% 늘었고 선글라스의 매출은 86% 가량 증가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한겨울에 따뜻한 지역을 찾는 여행객이 늘면서 여행업계가 날씨 덕을 본 것입니다.
이렇듯 여행은 날씨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행지의 날씨는 곧 여행객의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여행사의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여행사들이 여행지의 기후나 날씨를 여행상품과 잘 결합시키고, 날씨정보를 고객들에게 적시에 제공하는 등 평소 날씨경영에 힘써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데 있습니다. 요즘 같은 기후변화시대에 여행업계가 생존·발전하기 위해서는 날씨와 기후변화를 능동적으로 활용하려는 날씨경영 마인드로 무장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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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주 온케이웨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