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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15일) 서울의 낮 기온이 12℃를 보이며 완연한 늦가을 날씨를 보였습니다. 지난 주 초반 며칠은 초겨울 날씨처럼 추웠지만 주 후반은 계절의 시계가 제 자리를 찾았던 느낌입니다. 이번 주에 또 추워졌지만 이럴 땐 깊어진 가을을 느끼기에 좋은 음악을 들으며 걷고 싶어지기도 하죠.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길목인 요즘 감성을 자극하는 발라드 음악이 제대로 通(통)하며 음원 차트 상위권을 서서히 장악해 나가고 있는데요. 계절이 계절이니만큼 발라드를 노래하는 인기 음악인들의 강세 현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가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각종 포털사이트에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는데요.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어요”라는 가사로 늦가을의 감수성을 자극했었죠. 특히 가수 아이유가 자신이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에서 직접 기타를 치며 ‘잊혀진 계절’을 불러 더 이슈가 됐었습니다.
흔히 가을은 독서의 계절, 고독의 계절, 나아가 낭만의 계절이라고들 합니다. 이처럼 다른 계절에 비해 무수히 많은 표현들이 있는데요. ‘가을은 발라드의 계절’이라는 말에도 많은 이가 공감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곤 합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가을에 감수성이 짙어져 발라드를 많이 듣고 찾게 될까요?
일단 가을이 되면 호르몬의 변화가 일어나서 다른 감정에 쓰일 에너지가 체내에 축적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지인들과 만나 웃고, 떠들고 싶은 마음들이 타 계절에 비해 크게 줄어든다고 하는군요. 그로 인해 다른 활발한 감정이 대폭 감소해 자연스럽게 기분이 다운되고, 그 기분을 맞추기 위해 감수성 짙은 환경을 스스로 만들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 감정에 조화를 이루고자 분위기 있는 조용한 발라드 음악을 찾게 된다고 하네요.
또한 몸속의 혈관도 변화를 느껴 상당히 수축하게 된다는데요. 그러면서 우리의 몸은 이런 작용으로 쉽게 피로를 느끼게 됩니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보이지 않는 육체적 스트레스가 쌓여 결국 한 가지 일에 오래 집중하기 어렵게 되고, 외부 자극에 쉽게 싱숭생숭해 진다고 하는군요. 이러한 현상은 자연히 우리 생활 전반에까지 연결됩니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려 하고, 크게 활동을 줄이는 것으로 말이죠. 결국 이것은 몸과 마음을 나른하게 만들어 사람들은 신나는 음악보다는 감수성 넘치는 발라드는 찾게 된다고 합니다.
자연 감성을 담은 상품인 영화나 음악의 출시일을 결정해야 하는 마케팅이나 홍보담당자에게는 보통 고민거리가 아니겠죠. 상품의 특성 상 계절적인 감성코드와 함께 흥행에 좋은 시기, 각 경쟁 대작들의 출시 시기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니 그야말로 고민의 연속이 될 수밖에 없겠네요.
발매하는 음반의 타이틀곡을 결정해야 되는 음악관계자들의 고민은 더 심합니다.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여름에는 댄스, 가을에는 발라드라는 공식의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다보니 요즘 음원 시장도 발라드 노래들이 순위를 점령하고 있는데요. 다비치와 허각이 발라드 신곡을 발표하고 연속적인 히트 행진을 기록 중이며, 이적과 노을 역시 새 앨범으로 늦가을 발라드 전쟁에 뛰어 들었다고 하는군요. 또 지난 9월 음원이 공개된 이후에도 꾸준히 차트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임창정의 ‘나란 놈이란’ 역시 ‘11월 발라드 음악 강세’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곡이 됐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다 같을 수는 없겠지만 몇 년째 이맘때면 쏟아져 나오는 발라드의 출시 현황을 보노라면, 계절의 흐름을 타고 대중 앞에 선보일 노래를 고르는 음반제작자들의 날씨경영의 솜씨와 고민이 함께 엿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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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온케이웨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