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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개도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개도국이 빈곤의 덫을 탈피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녹색ODA’란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을 지원하는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과 자원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환경을 살리는 것에 염두에 두는 ‘친환경적 공적개발원조’를 의미한다.
녹색위원회는 2012년 5월 녹색ODA 규모를 2030년까지 ODA자금의 30%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공언한바 있다. 이를 근거로 추산해 볼 때 2030년경에는 약 5조원에 가까운 돈이 녹색ODA 명목으로 지출될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국제협력재단(KOICA)이 1991년부터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ODA를 진행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의 ODA 활동은 다소 미진했지만 2009년 개발원조위원회(DAC·개발도상국의 원조를 위해 결성된 OECD 산하 기구)에 가입하면서부터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ODA에 녹색이란 단어에 더해져 ‘녹색ODA’란 말이 쓰인 것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부터다. 녹색ODA는 ODA의 일부인 셈이다.
지난해 11월에는 ‘녹색ODA 센터(센터장 양영미)’가 설립됐다. 이 센터는 민간 차원에서 개발도상국에 환경보호, 기후변화 대응 등과 같은 녹색 공적개발원조를 담당하고 있다. 센터 창립은 기후변화 적응, 빈곤 퇴치, 지역개발사업 등에 대한 통합적 접근과 녹색ODA의 역할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또 지속가능한 발전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고 환경과 인간의 공존을 위한 원조에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이런 가운데 녹색ODA 센터는 지난 20일(월) 오후 4시 서울시 중구 정동에 위치한 환경재단 레이첼카슨 홀에서 ‘녹색ODA와 기술’이란 주제로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은 환경과 생태가 고려되는 기술, 지역주민들의 삶과 문화가 보전될 수 있는 기술이 녹색ODA와 어떻게 결합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는 국토환경연구소 최동진 소장이 ‘환경과 생태가 고려되는 기술로의 ODA’ 그린엔텍 박순호 소장이 ‘정적기술을 활용한 ODA, 그 유형과 사례’ 등을 발표했다.
▲녹색ODA 센터 양영미 센터장 ⓒ박선주
양영미 센터장은 인사말을 통해 “최근 녹색ODA가 차지하는 비중과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지난 2009년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하면서 국제개발협력위원회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만큼 적정기술을 활용한 녹색ODA의 성공 모델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동진 소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최근 우리나라의 녹색ODA 활동이 도로·교통에 치중된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이것들을 ‘녹색’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환경을 고려하는 지속가능한 전략이 필요하고 녹색화 가능 사업을 점검한 뒤 기본원칙과 방안을 설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토환경연구소 최동진 소장 ⓒ박선주
최 소장은 “단순히 친환경적 요소를 추가하거나 인프라 구축으로 끝나는 단일 프로그램으로는 사업의 목적을 다할 수 없다”며 “선진국이 핵심기술을 전달해 그들이 현지에 있는 재료로 적정기술을 활용하고, 그것이 기반이 돼 빈곤에서 탈출 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색ODA는 수혜국(recipient)의 경제사회정책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심이 명확히 잡혀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린엔텍 기술연구소 박순호 부장은 수처리 플랜트 기술을 개도국에 이전해 그들이 정화된 물을 공급받도록했다. 이 수처리 관련 기술의 특허는 ‘국경없는 과학기술자회’에 인도한 상태다.
▲그린엔텍 기술연구소 박순호 부장 ⓒ박선주
박순호 부장은 “환경부의 제안으로 개도국에 알맞은 수처리 기술을 개발하게 됐다”며 “현재 6개국에 이 기술을 이전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녹색ODA가 성공하려면 현지에 적합한 적정기술이 중요하다”며 “일단 현지의 수요가 있는 분야의 적정기술이어야 하고, 그들이 기술을 활용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이익 창출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란 그 기술이 사용되는 사회 공동체의 정치적, 문화적, 환경적 조건을 고려해 해당 지역에서 지속적인 생산과 소비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기술로, 인간의 삶의 질을 궁극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제3세계의 지역 조건에 맞는 기술로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박 소장은 “지금까지 수많은 적정기술이 개발돼 왔다”며 “대표적인 적정기술 제품은 라이프스트로(생명의 빨대·LifeStraw)와 같은 구호 제품, 수동식 물 공급펌프(Super MoneyMaker Pump)와 같은 농업 관련 기술, OLPC(One Laptop Per Child)사의 XO-1 컴퓨터와 같은 교육용 제품 등”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하지만 적정기술이라고 해서 모두 완벽할 수만은 없다. 몇 가지 조건이 있다”며 “적정기술은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충분히 유지관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해야 하고 에너지 효율적이며 환경적, 노동집약적이고 지역 공동체가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적정기술은 1960년대 경제학자 슈마허가 만들어낸 ‘중간기술’이라는 용어에서 시작됐다. 당시 슈마허는 선진국과 제3세계의 빈부 양극화 문제에 대해 고민하던 중 간디의 자립경제운동에서 영감을 받아, 올바른 개발이 달성되기 위해서 중간 규모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기술이전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방식이 됐다.
양영미 센터장은 “적정기술의 성공은 기술력 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한국의 GCF 유치는 녹색 ODA의 실천적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지만 개도국에 막대한 비용을 퍼붓고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개발도상국가에 대해 녹색ODA라는 이름으로 무분별한 지원이 이뤄질 경우 토착문화 파괴 등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그들의 문화에 알맞은 적정기술을 활용해 녹색ODA를 펼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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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주 온케이웨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