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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정부에서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하고 녹색성장위원회를 출범시켰으며, 온실가스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온실가스 국가종합정보센터 및 국가기후변화센터를 설립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을 대표적인 국정과제로 만들었다. 특히 한국이 녹색성장 선도국으로서 UN, OECD, World Bank 등의 국제기구들을 녹색성장 정책의 동반자로 만드는데도 성공했다. 또한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의 설립과 국제 기구화 그리고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를 통해 한국이 녹색성장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토록 했다. 지난 5년 동안 중점 추진해온 녹색성장 정책이 새 정부 들어선 지지부진해지는 건 아닐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원장 이병욱)이 ‘그린코리아 2013 학술대회 및 제10차 환경정책포럼’을 지난 12일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지순 서울대 교수(녹색성장위원회 전략분과위원장)가 ‘녹색성장 2.0을 위한 제언’이라는 주제로 기조 발표에 나섰다.

 

이 교수는 발표를 통해 “지난 이명박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저탄소녹색성장정책이 바로 ‘녹색성장 1.0’이다. 녹색성장 국가전략 수정 작업 및 제2차 녹색성장 5개년 계획 수립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현 정부에서는 이를 더욱 승화 발전시킨 ‘녹색성장 2.0’을 통해 시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특히 저탄소라는 좁은 의미의 녹색을 넘어 보다 넓은 의미의 녹색을 지향할 필요가 있겠다. 아울러 성장으로 쏠려있는 정책의 무게를 녹색 쪽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또한 세계은행이 힘써 얘기하는 포용적 녹색성장(inclusive green growth)을 벤치마킹하는 등 복지를 고려하는 녹색성장이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녹색성장 2.0이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현재 왜곡돼 있는 자원가격 체계를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쉽게 말해 현재 사적 한계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전기, 수도, 가스, 일부 석유류 등의 사용자 가격을 적어도 같은 제품의 한계생산비 정도로는 인상해야 한다는 말이다. 환경파괴나 오염을 조장하거나 자원의 과다소비를 조장하는 유해 보조금 제도를 폐지하는 일이 관건이다. 앞으로는 정책의 본래 취지는 살리되 그것이 환경과 자원에 대해 해를 끼치지 않는 방향으로 시정해나갈 필요가 있다. 따라서 자원가격을 사회적 한계비용과 일치시키려면 자원세, 오염세, 환경세 등의 형태로 조세를 부과하는 것이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조세저항 때문에 이러한 정책을 시행에 옮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 문제는 녹색성장 2.0을 추진하면서 정부 재정의 제반 측면을 녹색성장에 맞춰 재편하는 데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5번째를 맞는 이번 행사는 ‘제2차 녹색성장기본계획 수립 방향 및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기후변화 대응, 그린데탕트 추진 방안’이라는 주제로 열리게 됐다.

 

이승훈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 정연만 환경부 차관, 김일중 동국대 교수(환경정의 및 환경정책포럼 공동대표), 김상협 KAIST 녹색성장대학원 초빙교수(전 대통령 녹색성장기획관) 등 10여명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국내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병욱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은 이날 환영사를 통해 “‘그린코리아 2013’과 ‘제10차 환경정책포럼’의 통합 개최를 통해 보다 지속가능한 성장기반 확보와 연구 성과의 개방·공유·협력의 장을 마련하고 향후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뜻 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 축사를 한 정연만 환경부 차관은 “우리나라는 (지난 30년여간) 급속한 경제개발로 인해 환경오염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단시간 내 환경 관련 정책들을 도입한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고 본다. 환경문제 해결에 있어서 대단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국가”라며 “앞으로의 시대는 이전과 많이 달라질 것이다. 환경 기술이 새로운 환경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부 세션에서는 ▶저탄소 친환경,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성과와 과제(조용성 고려대 교수) ▶녹색기술과 창조경제(김지환 녹색기술센터 선임연구부장) ▶녹색소비정책, 현황 및 과제(배순영 한국소비자원정책개발팀장) 등의 주제발표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김지환 녹색기술센터 선임연구부장은 녹색기술이 창조경제의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하는 한편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의 녹색기술 관련 정책들과 글로벌 녹색산업 경쟁 현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또한 국내의 경우 울산시를 녹색기술 활용 사례로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김 연구부장은 발표를 통해 “실제로 1960년대까지만 해도 울산시는 전형적인 농업지역이였지만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사이 석유, 조선, 중공업 등의 공장이 생겨나면서 굴뚝사업 지역으로 변했다. 이후 공해 1번지가 되면서 울산의 태화강 수질은 최악이었고 매캐한 매연이 도시를 뒤덮었다. 하지만 녹색기술을 통해 지금은 일본이나 싱가포르 등 30여개국 1000여 명이 울산의 환경 기술을 벤치마킹 하기 위해 다녀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 회사의 쓰레기나 폐기물이 다른 회사에는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실제로 Korea Zinc 회사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한국제지가 받아들여 종이를 만들 때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반도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남북협력’이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 명수정 KEI(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산림면적은 1970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특히 북한은 난방과 취사의 나무 연료 의존 비율이 매우 높은데 이것이 산림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다.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의 기후변화는 전 세계 다른 국가들보다도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여름철 집중호우 등으로 인해 현재 북한 내 토양 유실은 매우 심각한 상태”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정연화 온케이웨더 기자 lotusflowe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