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 > 녹색성장 > 물 보기를 금같이…‘블루골드’ 시대 왔다

물자원이 풍부하다면 물 소비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구의 3분의 2는 물로 덮여 있다. 하지만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은 매우 제한적이란 게 문제다. 지구 전체의 물 중 97.5%가 염분으로 사용할 수 없는 바닷물이다. 설상가상 극지방 빙하, 지하수 등을 제외하면 우리가 바로 쓸 수 있는 물은 전체의 0.0086%뿐이다.

최근 기후 변화와 환경오염 등으로 사용 가능한 물마저 점점 줄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수자원을 활용해 물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고자 하는 ‘블루골드 러시(Blue Gold Rush)’가 치열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28개국 3억4000만명이 충분한 물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에 처해있고, 2025년에는 52개국의 약 30억명이 물 부족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듯 물 부족은 인류에게 재앙과도 다름없다는 판단에 따라 주요 선진국들은 물 산업에 대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물 산업은 생활용수나 공업용수 등을 생산·공급하는 산업과 하수와 폐수를 이송 및 처리하는 산업을 통틀어 말한다.

영국의 물 전문 리서치기관 GWI(Global Water Intelligence)에 따르면 세계 물 시장은 2010년 4828억달러에서 2025년 865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물 산업 규모도 지난 2010년 약 12조3000억원에 달했다.

우리나라는 상하수도와 해수담수화 설비부문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건설 등은 이미 해외 상하수도 시장을 활발히 공략하고 있고 두산중공업은 세계 해수담수화설비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설비부문에서 강점을 보이는 우리나라와 달리 여러 선진국들은 물을 저장하고 활용해 새로운 시장의 문을 열고 있다. 그 중 빗물은 훌륭한 대안거리다.

빗물은 고대부터 이용해오던 가장 원초적 자원이자 천상의 선물로 연구를 통해 안정적 수자원으로 바뀌고 있다. 선진국들은 빗물이용에 대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시스템을 도입해 공공시설, 미개척지 등을 중심으로 활용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는 정화 처리된 물을 분수, 시민공원 등에 쓰고 있으며 호주는 빗물의 80%를 농업에 재활용 하고 있다.

하와이에서는 농업 등 음용수를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빗물을 활용하며 텍사스 등 건조지역에서도 빗물 이용도가 증가 추세다.

일본은 빗물 재활용을 의무화해 공공건물, 스모경기장, 소방용수, 공원 및 가정 화단관리용수로 재활용 하고 있다.

오재호 부경대학교 환경대기학과 교수는 “물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은 빗물을 잘 저장해놓고 활용하는 것”이라며 “세계 여러 선진국들이 빗물을 통해 물 확보에 나서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빗물을 저장하고 활용하는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물 부족 대체…막대한 비용·시설 들지만 바닷물 담수화해 사용

하천이나 호수 등이 없어 민물이 부족한 국가들은 바닷물을 담수화해 사용하고 있다. 중동의 사막지방 등도 바다와 면한 국가들이 있어 담수화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위적인 변화를 줘 바닷물을 담수화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과 특별한 기술·시설이 필요하다. 바닷물을 담수화하는 방법은 크게 열증류·막분리의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현재는 열증류법에서 막분리법으로 시장이 이동하는 추세다.

열증류는 해수를 가열해 수증기를 모아 이용하는 방법이고 막분리법은 염을 투과시키지 않는 막을 이용해 민물만 모으는 방식이다. 열증류법은 시설 등 초기 비용이 저렴해 많이 이용됐으나 대규모 시설이 필요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단점이다.

막분리법은 효율은 좋지만 설비비용이나 에너지비용이 높은 단점이 있었으나 최근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열증류시설을 대체하고 있다.

세계 120여개 국가에서 바닷물을 담수화하기 위해 1만1000개의 설비가 운영되며 중동국가 위주에서 미국·호주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선진국들은 물 산업이 3~4년 뒤 1600조원의 거대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각 대륙의 사막화로 물 부족 현상이 심해지고 도시 산업화로 인한 환경적인 문제가 부각되면서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 분야로 주목하고 있다.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은 세계 물 산업이 2020년까지 연평균 6.5%씩 성장해 8650억달러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리나라, 물 산업 클러스터 조성과 물 부족 국가 인식 필요

최근 지역별 물 산업 역량 평가 결과 경기도는 서울에 이어 2위를 차지해 물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기 적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는 서울시에 비해 물 산업 클러스터 단지에 필요한 넓은 부지와 연구개발을 위한 배후여건을 갖추고 있다.

경기도 서해권역인 시화호 일대는 환경관리의 첨병지역으로 상징성이 크며 세계 최대 물시장인 중국과 가깝다. 또한 바다를 끼고 있어 해수담수화 실험도 가능하다.

한편 지난해 9월 환경부가 낸 ‘2010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일 1인당 하루 물소비량은 333ℓ로 독일 151ℓ, 영국 139ℓ 등과 비교해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가격은 평균 610원/㎥으로 미국·유럽 등 선진국과 비교해 9~26%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물 부족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물에 대한 인식 부족과 매우 싼 가격 때문에 물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경집 푸른환경운동본부 상임고문은 “물 산업이 미래 국가성장 동력으로 경쟁력을 갖추려면 그에 필요한 물 값 부담과 재원 조성은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환 기자 pigletkth@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