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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상청(청장 고윤화)이 발간한 ‘2013년 이상기후 보고서’는 작년 한 해 동안에도 국내에서 한파와 폭염, 장마, 가뭄 등 이상기후가 빈번히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한파와 폭염이라는 극단적인 날씨가 자주 나타나 이상기후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줬던 한 해였다.
 
최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주최한 환경정책포럼에서 이병욱 원장은 “전 세계적 과제인 기후변화에 대한 해법이 뚜렷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며 “온실가스 배출과 원전 불안감은 물론 황사에 이어 중국발 미세먼지까지 그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문제거리로 부상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환경 요인들, 그 중에서도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기후변화·방사능·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 서울대 의대 국민건강지식센터는 지난 11일 ‘건강과 환경’이라는 주제로 ‘제6회 국민건강나눔포럼’을 이건희 홀에서 개최했다.

 

 

이날 서울대 의대 국민건강지식센터의 소장을 맡고 있는 노동영 서울대 암병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국민건강지식센터는 올바른 건강 지식의 전달과 새로운 건강 문화 패러다임의 정착, 궁극적으로는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목표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됐다”며 “본 행사를 통해 우리가 지향하고자 하는 건강 문화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센터운영의 초석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은 1부에서 강건욱 서울의대 교수가 ‘방사능 안전과 건강’이란 주제로 발표를 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2011년 3월 11일 일어난 규모 9.0의 도호쿠(東北)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도 2년이 넘었다. 지난해 8월 19일 도쿄전력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내 지상 오염수 저장 탱크에서 약 300t 이상의 방사능 오염수가 유출됐다고 발표했다. 후쿠시마 원전에는 매일 1000t의 지하수가 흘러들고 있는 가운데 이 중 400t은 원자로 건물 지하에 고여있고, 300t은 방사능에 오염돼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고 일본 정부가 밝혔다. 또한 당시 파악되지 않는 나머지 300t도 바다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는 상태였다.
 
후쿠시마 지역 산지에서 출발하는 강물이 우리나라 동해안쪽으로 흘러내리고 있고, 그 강을 통해 방사능에 오염된 물이 동해안으로 2년 넘게 흘러갔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한국 등 주변국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했다.

 

이와 관련, 강 교수는 “CT 검사와 같이 의료방사선에 과다하게 노출될 경우 어린이나 젊은이에게는 좋지 않지만 성인이나 고령층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또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따른 방사능에도 너무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초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에서 잡은 어류에서 허용기준치의 2540배가 넘는 방사성 물질 세슘(Cs)이 검출됐다는 도쿄신문의 보도가 있었다. 이와 관련 도쿄전력 측은 제1원전 전용 항만시설에서 잡은 어류이기 때문에 오염 농도가 짙었다고 밝혔지만 원전사고 이후 최대치가 검출됐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커 보였다.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먹거리와 건강이 위협받았다. 이와 관련해 강 교수는 “수산물이면 무조건 기피하는 분들이 많다. 방사성 세슘이 소량이라도 있으면 위험하지 않을까하면서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방사능이 두려운 이유는 미량이라도 암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해서 방사성 세슘이 없다고 밝혀진 음식에 방사능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모든 음식에는 방사성 칼륨, 방사성 세슘 등이 미량 들어있다. 원전 사고 이전인 2004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따르면 쌀·우유·육류·녹차·커피 등 검사한 모든 음식에서 방사성 칼륨이 kg당 50∼100베크렐※이 검출됐다”고 말했다.

 

※베크렐이란? 방사능 물질의 방사능 방출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방사능의 국제단위(SI)로 베크렐(Bq)로 표시한다. 이전에는 방사능 단위로 큐리(Ci)를 사용했다. 베크렐선을 발견한 프랑스의 물리학자 앙투안 앙리 베크렐(Antoine Henri Becquerel, 1852~1908)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

 

이어 그는 “방사성 칼륨은 예전부터 토양과 동식물, 인체에 존재해온 자연 방사성 물질이다. 방사성 세슘은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전 세계에 미량 퍼졌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kg당 100베크렐이 넘는 자연 방사성 물질을 늘 섭취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북유럽의 경우 자연 방사능이 높은 편에 속하는데, 암 발생률은 우리나라보다 높지 않다. 이 정도 수치에서는 모든 생명이 적응하고 살아왔다”고 주장했다.

 

일본산 수산물 기피현상과 더불어 국내 수산물을 찾는 사람도 줄어들면서 육류섭취가 늘어났다. 하지만 육류 섭취는 대장암을 비롯해 암 발생 확률을 20% 정도 높인다고 한다. 강 교수는 “건강은 균형이다. 과도한 공포나 몸에 좋다는 음식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둘 다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 건강 정보는 아는 것은 좋으나 휘둘릴 필요까지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사능으로 인한 돌연변이, CT 검사로 인한 암 발생의 위험 등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도 “히로시마, 나가사끼 생존자 9만 명 중 방사능으로 인한 유전 및 돌연변이는 한 건도 없었다”며 “한번의 CT 검사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암 발생의 위험률은 매우 낮다. 경우에 따라 CT 검사는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아주 중요한 검사이기 때문에 응급상황에서 CT 검사를 하지 않는 것이 더 위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부에서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홍윤철 교수가 ‘환경오염과 국민건강’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지난해 말부터 중국발 미세먼지가 화두로 떠오르며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 전제됐다.

 

KEI 공성용 기후대기연구실장(공학박사)에 따르면 초미세먼지가 호흡기 및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통계적으로 확인됐다. 지난 2006~2010년 서울시민의 병원 입원 자료를 이용해 초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 및 심혈관계 질환 유병률을 조사 분석한 결과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 심혈관계 입원 발생위험이 전체 연령집단에서 2.00%, 65세 이상 연령집단에서 3.74%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흡기계 입원 발생위험 역시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 1.06%(전체 연령집단), 8.84%(65세 이상 연령집단)씩 높아졌다.

 

이는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의 증가가 심혈관계 및 호흡기계 입원 발생위험을 유의하게 증가시키며 특히 초미세먼지의 영향으로 입원 발생위험이 더 커진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홍윤철 서울의대 교수는 “건강에 있어 환경은 매우 중요하다. 환경성 질환의 가장 큰 원인은 대기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오염물질이다. 최근 서울시 대기오염 평균 농도는 아무리 노력해도 등급 기준 상 보통 수준인 50㎍(마이크로그램) 이하로 잘 떨어지지 않는다. 이는 중국발 미세먼지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대기오염에 따른 미세먼지가 폐에 축적돼 염증을 유발하거나 심장혈관에도 악영향을 미쳐 동맥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임상 결과 대기오염이 우리 몸의 인슐린 저항성 및 대사기능을 떨어뜨려 당뇨병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비스페놀A※ 및 프탈레이트※와 같은 화학물질도 고혈압, 불임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의 정서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학습 성취도를 떨어뜨린다”며 “(PC소재)플라스틱병 및 통조림캔 코팅에 주로 사용되는 비스페놀A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혈압을 평균 5㎜Hg를 높이고 어린이의 경우 학습능력과 함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비스페놀 A란? 방향족 화합물로 2개의 페놀과 1개의 아세톤을 반응시켜 합성한다. 현재 는 플라스틱 제조의 원료로 사용한다. 이는 CD의 재료나 (PC소재)음식 용기로 사용되며 젖병에도 이용된다. 이외에 치과에서 사용하는 레진이나 음료수 캔을 코팅하는 데도 쓰인다.

 

※프탈레이트란?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화학 첨가제. 특히 폴리염화비닐(PVC)을 부드럽게 하기 위한 화학성분으로 쓰여 왔다. 화장품·장난감·세제 등 각종 PVC 제품이나 가정용 바닥재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쓰였지만, 현재는 환경호르몬 추정물질로 구분해 사용이 금지됐다.

 

한편, 정부는 건강에 미치는 장·단기적 영향을 고려했을 때 수도권에서 미세먼지에 의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연 12조3000억 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오염도가 지속될 경우 수도권에서 매년 초과사망자 2만 여명, 호흡기질환자 1만 여명, 기관지염 환자 80만 여명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앞으로 중국의 사막화 현상 가속화로 겨울황사 발생 빈도는 더욱 잦을 것으로 추정돼 국내 미세먼지 유입의 우려도 그만큼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뚜렷한 대처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개인적 차원에서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외출 시 황사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해서 미세먼지를 마신 후 귀가했을 때는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미지근한 물을 많이 마시면 호흡기 점막을 보호하고 몸속으로 들어온 불순물을 씻어내는 효과가 있다. 집에 돌아오면 양치·세수·손 씻기 등 개인위생에도 신경 써야 한다.

 

신정아 온케이웨더 기자 jungah63@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