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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산림 훼손이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북한 땅을 되살리자는 운동이 첫발을 뗐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2013년 발표한 인간개발지수보고서에 따르면 1990~2010년 북한의 산림면적은 30% 이상 감소했다. 또 독일의 저먼워치(Germanwatch)가 발표한 ‘2013 세계기후위험지수’에서 북한은 7위를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이사장 이장무)는 ‘푸른 한반도 맑은 동북아’ 건설이란 목표아래 한반도 기후변화에 대응할 민간주도형 국제협력기구인 ‘아시아녹화기구’를 지난 19일 창립했다. 창립식에 이어 이날 ‘한반도 녹화계획을 위한 국제 협력방안’이란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이장무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아시아녹화기구’는 기후변화 대응을 실천하는 기관으로 한반도 녹화를 통해 남북간 신뢰를 쌓고 녹색통일을 앞당기는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심포지엄에서 기조발언에 나선 평양과학기술대학교 김진경 총장은 “북한의 산림면적은 한반도 전체의 60%가 되지만 현재 산림 훼손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한국의 산림녹화의 경험을 북한에 전수해 재앙이 될 수도 있는 산림 황폐화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스자이젤재단 한국사무소의 베른하르트 젤리거(Bernhard Seliger·스위스) 대표는 “북한에 대한 산림녹화 활동이 작은 규모로 시작되더라도 지속성을 유지한다면 성과가 있을 것”이라며 “북한 나무심기에 있어서 사후관리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산림녹화는 사막화 방지와 기후변화 대응에 그 목표가 있기 때문에 정치색을 없애고, 사업 기간을 15년 이상은 지속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윤영균 국립산림과학원장은 ‘북한의 지속가능한 산림복구 지원방안’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프랑스에는 ‘문명 전에는 숲이 있었지만 문명 후에는 사막만이 남는다’는 말이 있다. 자연재해에서 벗어나는 길은 우리가 숲을 복원하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말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 숲은 조선 후기부터 조금씩 훼손되기 시작했고,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그 정도가 매우 심각해 졌다. 윤 원장은 “조선후기 때는 땔감이나 식량을 목적으로 산림을 벌채한 수준이었다”며 “일제 36년을 거치면서 5억㎥에 달하는 산림이 훼손됐다. 통계적으로 우리나라의 산림은 1916년도에 7억 5000만㎥가 있었지만 1945년에는 2억㎥의 산림만 남았다”며 “올 한해 우리나라에서 목재를 생산하는 양이 약 500만㎥인 것을 감안하면 일제 강점기에 산림이 훼손된 것은 100년 동안 한국이 목재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전쟁이 끝나고 한국에서 1953~1973년 나무심기 운동이 시행됐지만 성과는 별로 없었다. 1973년에 치산녹화사업을 시작하면서 15년간 200만㏊에 나무심기 작업이 이뤄지는 등 비로소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반면 북한은 1973년에 식량증산을 목적으로 다락밭(계단밭)을 만들기 시작했다. 다락밭은 산지나 경사면을 농경(農耕)에 이용하기 위해 만든 밭이다. 이후 10년간 80만~100만㏊의 산지를 개간해 다락밭을 만들었다.

 

윤 원장은 “현재 북한의 산림 황폐율은 32%나 된다”며 “어떤 국가의 산림이 30% 이상  파괴됐다는 것은 사람이 황폐시킬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선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원장은 “북한의 지형을 보면 백두대간이 자리하고 있는 동북지역에 산림이 많고 서남지역에는 평야와 산림이 공존하고 있다”며 “평안남북도나 황해남북도의 산림 황폐율은 평균 50%에 달하고 동북지역의 산림 황폐율은 15~20%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나무심기는 사후 관리에 소홀하면 2~3년 안에 죽을 가능성이 크고 그럴 경우 또 하나의 낭비가 초래된다”며 “북한 산림녹화에 대한 시범 성공모델을 만들어 이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은 최근 ‘산림 복원 10개년’ 계획을 통해 2023년까지 총 65억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실현가능성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산림복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세종데이터해석연구원 엄기철 원장(전 농업과학기술원장)은 “북한의 기후는 대륙성기후로 겨울이 길고 한랭하며, 여름에는 강우가 집중되는 양상을 보인다”며 “또한 최근 산림 훼손으로 토양 유실이 심각한 만큼 이를 줄일 수 있는 작물을 함께 재배토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인민대학교 류진롱(Liu Jinlong) 교수는 “1970년대 이후 북한의 산림은 황폐화되기 시작했고 현재는 30%이상 훼손됐다. 게다가 농경지의 바다 침식으로 토양이 염화돼 토양의 질이 떨어지고 토양 유실문제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를 유지할 경우 몇 십년 후에는 민둥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또한 그는 “통계적으로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이 떨어질수록 산림 황폐율이 높아졌다”며 “아시아녹화기구가 산림녹화에 나서 북한 주민들과 신뢰를 쌓아간다면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서울대 산림환경과 빅토르 테플야코프(Victor Teplyakov·독일) 교수는 “산림이 없으면 물과 농작물도 없다”며 “북한의 산림녹화 사업을 보다 조직화하기 위해 남한과 북한에 각각 책임자를 선정하는 등 사후관리체계 확립에 힘써야 한다. 그렇게 됐을 때 사업의 지속가능성이 담보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농촌경제연구원 글로벌협력연구부 김영훈 부장은 “북한의 산림 훼손 상황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임농(林農)복합경영(Agroforestry)’을 추진해 산림녹화와 농업발전이 함께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1970~80년대 산림녹화 성공사례를 북한에 전달해 산림이 복구되고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아시아녹화기구는 고건 전 총리(기후변화센터 명예이사장)가 2009년 기후변화센터에 ‘북한산림녹화정책연구위원회’를 구성한 것이 발판이 됐다. 이를 시작으로 지난해 11월 고려대학교·평양과학기술대학·미래숲·겨레의숲·평화의숲 등과 함께 ‘아시아녹화기구 설립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기구의 설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이날 창립식에서 아시아녹화기구 발기인 대표인 고건 전 총리는 “식량증산·땔감 확보 등을 이유로 북한의 산림이 지금처럼 감소한다면 산림 복구를 위한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지적하며 “‘한반도 녹화계획’을 통해 단순히 나무를 심는 것에 그치지 말고 북한의 소득대책과 환경보전, 주민 생활 개선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선주 온케이웨더 기자 parkseon@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