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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지난 11일 서울 포스트타워(중구 충무로 소재)에서 ‘2014 KEI 국제 물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정연만 환경부 차관, 이병욱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 마이클 제이콥슨 세계은행 물공급 및 위생분야 리드스페셜리스트, 샤디 에스카프 UNC 환경금융센터 선임프로젝트디렉터 등 관계자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속가능한 물환경 서비스’라는 주제로 열렸다.

 

 

가장 먼저 개회사에 나선 이병욱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은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는 그간 지속가능한 물이용과 물환경 정책을 논의하는 소통의 장이었다.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우리나라의 근대사에서 특히 수자원과 관련된 인프라는 눈부신 성장을 했다. 현재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인프라를 확보한 만큼 이제는 건설 단계를 넘어 인프라 유지 관리와 서비스의 지속가능한 제공에 대해 생각해 볼 때”라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심포지엄은 물환경 인프라의 적정관리와 서비스 유지방안 등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함께 의논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연만 환경부 차관은 환영사를 통해 “물은 모든 생태계의 근원이자 자연 생태계 유지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자원이면서 그 양이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한 관리가 더욱 요구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도 보급률 개선, 생태하천 조성 등 물환경 서비스 공급 측면의 발전도 있었던 반면 집약적인 경제 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하·폐수로 인한 수질 오염 등도 발생했다”며 “최근 기후변화와 맞물려 세계 곳곳에서 가뭄과 홍수 등이 극심해지는 등 물관리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그간의 성과를 점검하고 문제점을 찾아 대안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기조연설에 나선 브라이언 모리슨(Brian Morrison) 인더스트리얼 이코노믹스 인코퍼레이티드 이사는 미국 환경청이 실시한 미국 경제에서의 물의 중요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수자원의 지속가능하고 효율적인 사용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물은 생활에 필수적인 요소이며 물의 총 경제적 가치는 측정할 수 없다. 하지만 한정적인 자원인 물은 전 세계 인구 증가와 세계 경제가 성장하는 가운데 그에 대한 확보 경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기조연설자인 마이클 제이콥슨(Michael Jacobsen) 세계은행 물공급 및 위생분야 리드스페셜리스트는 물의 희소성과 사회 및 기술 흐름에 따른 물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미래 도시를 위한 물의 재고찰(Rethinking Water for the Cities of the Future)’을 언급하면서 물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도시 물 문제는 유역 문제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도시 계획에서 물 계획은 필수다 ▶수원의 다양성이 더 나은 물 안정성을 제공한다 ▶수질이 목적에 맞아야 한다 ▶적응 시스템이 불확실성에 가장 잘 대처한다 등 총 5가지 원칙이 기반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오후에는 크게 두 가지 세션으로 나눠 주요 연사들이 주제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첫 번째 세션이 ‘물환경 서비스와 그 가치’라는 주제로 열린 가운데 샤디 에스카프 UNC 환경금융센터 선임프로젝트디렉터, 최지용 서울대 그린바이오과학기술원 교수, 강형식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박사 등 3명이 각각 주제발표를 했다.

 

발표에 나선 최지용 서울대 그린바이오과학기술원 교수는 “물, 전기, 난방, 인터넷, 무선전화, TV, 냉방 등 사회 시설의 서비스들과 비교해보면 물은 전기와 함께 서비스 가치가 가장 높다. 홍수 조절, 수질 정화 등으로 인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이처럼 물과 물환경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받기 위해 물이 주는 가치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물은 인간과 생태계 모두 필요로 하지만 그동안 물 이용과 관리에서 생태계에 대한 배려가 소홀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급속한 경제발전과 도시화 과정에서 많은 인프라를 건설해왔다. 이제는 유지관리와 재구축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물인프라 최초 건설 시 국고보조금을 집중 지원한 이후, 이용 단계의 물 가격에 물의 가치와 장기적인 물인프라의 재구축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물은 국민들에게 싸게 공급되고 있지만 물의 가치는 저평가됐다. 더불어 물 가격이 싸다보니 국민들의 물에 대한 관심도 떨어졌다. 과거 1990년대에는 90% 이상이 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최근엔 그 비중이 크게 줄어들었다. 안정적인 수돗물 공급, 수질과 수량 등이 확보가 되다보니 물 공급이 당연시 되고 물 혜택을 편히 누릴 수 있게 되면서 물이 주는 소중함을 잃어버린 것 같다. 근래엔 미세먼지 등이 사회 이슈가 되면서 국민들이 대기질 환경으로 눈을 돌렸다”며 “따라서 물 서비스 가격에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고 그동안 소홀했던 생태계에서의 물, 국가 차원에서의 물인프라의 지속가능성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처럼 물값이 싸다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이 정말로 중요하다는 생각을 안 하게 된다. 또한 수돗물 등에서의 유지 관리나 재생 비용 등이 물값에 전혀 반영이 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물 생산비에도 못 미치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인간이 쓰는 물에만 가치를 부여했다. 앞으로 지속가능한 물 관리를 위해서는 인간이 쓰는 물 외에 물이 지닌 생태적인 가치가 보존돼야 하지만 관심은 전무한 상태이며 투자도 현저히 낮다. 물 인프라는 잘 구축되어 있다. 앞으로는 생태학적 가치와 제공 서비스 측면에서의 가치도 모두 포함시켜 물에 대한 가치를 평가해야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패널토론에는 김승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자원환경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남궁은 명지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유승훈 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남 교수는 “지난 30~40년 동안 물 인프라 건설에 굉장히 많은 투자와 예산 지원을 했고 큰 발전을 이뤘다. 전국 곳곳에 많은 댐을 건설하고 저수지를 만들어 ‘물그릇’을 충분히 확보했다. 수 처리 및 물 공급과 관련해 상수도의 보급률 98%를 넘어섰으며 하수 처리 쪽은 92%에 이른다. 인프라 구축은 다 끝난 것과 다름없다. 이제는 건설 단계에서 운영 단계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운영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산 확보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첫 번째가 정부 보조금이다. 지자체의 자정 재원이 낮다보니깐 결국은 중앙 정부의 보조가 요구되지만 어려운 점이 많다. 두 번째는 자체적인 확보, 세 번째는 누군가의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자체들도 자체적으로 예산 확보하는데 노력하고 비용을 충전해 향후 계획을 세우는 그런 과정을 거쳐야할 단계가 왔다고 생각한다. 오늘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각 지자체 및 중앙 정부와 민간 분야까지 모두의 의견을 한데 모아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수돗물의 원가가 800원인데 현재 600원을 내고 있다면 800원만 받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800원에 300원을 더해 1100원으로 책정해 흔히들 쓰는 ‘물값 현실화’가 아닌 시설 보수와 관련 서비스까지 생각하는 ‘물값 합리화’가 진행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두 번째 세션에는 ‘물 인프라와 자산 관리’라는 주제로 피터 웨이 IPWEA(Institute of Public Works Engineering Australasia) 국가자산관리전략 의장, 박규홍 중앙대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교수, 오병동 한국수자원공사 댐·유역관리처 댐시설팀장 등 3명이 발표자로 나섰다.

 

피터 웨이(Peter Way) IPWEA 국가자산관리전략 의장은 주제발표에서 호주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발표에서 “호주는 지구상 가장 건조한 대륙으로 부족한 물 자원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관리하는 것에 특별한 경험을 갖고 있으며 이는 다른 나라에서 벤치마킹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난 10년 간 호주 동부해안을 따라 발생한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가뭄에 견딜 수 있도록’을 포커스로 대형프로젝트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다. 여기서 담수화 계획, 댐 구축, 수도망 개선, 물 재사용, 물 절약 방법에 대한 사용자 교육이 진행됐으며 이는 최종 사용자에게 상당한 비용을 유발시켰다”고 말했다.

 

또한 “물 인프라에 대한 이런 대규모 투자는 물 인프라를 얼마나 효과적인 비용으로 운영하고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호주의 수도 서비스는 주로 정부가 소유한 일련의 공기업이 제공하며 도서 지역에서는 지방 정부가 제공하고 있다”며 “물이 잘못되지 않고서는 그 가치를 알지 못한다. 매일 매일의 물 관리는 필수다”고 밝혔다.

 

정연화 온케이웨더 기자 lotusflowe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