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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북한의 올해 곡물 생산량이 봄 가뭄과 여름 홍수 때문에 70만t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권태진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KREI 북한농업동향’을 통해 “올해 5∼6월에 걸친 가뭄으로 밀, 보리, 봄감자 등 이모작 작물의 생산량 감소는 20여만t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권 연구위원은 “옥수수, 감자, 콩, 벼 등 가을 수확작물이 입게 될 피해는 어림잡아 40만t을 상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권 연구위원은 북한의 관개 특성을 고려할 때 논보다 밭이 가뭄 피해를 더 많이 받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가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비탈밭의 피해까지 합하면 가을 수확작물이 입게 될 피해는 50만t에 이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말 세계식량계획(WFP)과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올해 북한의 곡물 부족량을 74만t으로 추정한 바 있다. 그러나 권 연구위원은 “이 추정치가 올해 이모작 농사가 정상적이었을 때를 가정한 것이어서 가뭄 때문에 부진한 이모작 작황을 감안하면 식량 부족량은 약 100만t으로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또 권 연구위원은 “올해 북한이 수입 또는 지원을 통해 외부에서 조달한 식량이 60만t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40여만t의 곡물이 부족하다”며 “가뭄으로 농작물의 생육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또 홍수 등 기상이변이 발생하면 가을 농사는 큰 타격을 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가뭄에 이어 홍수 피해가 잇따랐다는 것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북한 가뭄과 홍수 상황’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서 가을 작물이 재배되는 농경지 126만8000ha 중 5.15%에 해당하는 6만5282ha가 홍수로 침수되거나 유실됐다고 전했다.

 

FAO에서 북한 농업을 담당하는 키산 군잘 박사는 “특히 벼농사 피해가 우려된다”며 “보통 벼를 재배하는 논이 저지대에 있어 홍수 피해가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군잘 박사는 “그러나 올해 홍수가 예년보다 특별히 심각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군잘 박사에 따르면 오히려 봄 가뭄으로 인한 작황 피해가 더 우려된다는 것. 봄 가뭄으로 옥수수 파종이 지연되면서 가을 수확량이 많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6월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평양과 남포, 황해남북도, 평안남도 등에서 4월 이후 10mm 이하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이는 1962년 이후 최악의 가뭄이다.

 

FAO는 지난 6월 18일 ‘북한 가뭄 상황 보고서’를 통해 주요 곡창지대 밭 경작지의 90%가 가뭄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황해도, 평안도, 평양시의 전체 밭 경작지 21만7217㏊ 중 19만6882㏊가 가뭄 피해를 입었다.

 

세계기상기구(WMO) 위성자료를 보면 5월 1일부터 6월 10일까지 열흘 단위로 황해도, 평안도 강수량을 확인한 결과, 상당수 지역이 1㎜ 미만을 기록했다. 6월 초 평안도와 평양 일부 지역에 비가 조금 내렸지만 밭 경작지의 75%가 집중된 황해도에는 극심한 가뭄이 계속됐다.

 

봄 가뭄이 지나자 이번에는 폭우가 쏟아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7~8월 동안 북한에는 장마전선, 태풍, 기압골 등의 영향으로 올 여름 22년만에 가장 많은 비가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부터 8월까지의 이번 여름 동안 북한지역 강수량은 775mm다. 평년 542.7mm의 143%에 해당한다. 지난 1973년 측정을 시작한 이래 여름철 역대 강수량 2위다. 1990년 805.7mm를 기록한 이후 22년 만에 가장 많았다.

 

지역별로는 김책시 234%, 사리원 183% 등 함경남북도, 황해도, 평안남도 대부분 지방에서 평년의 1.5~2배 정도 많았다.

 

강수일수는 평년보다 3.4일 많은 39.2일을 기록했다. 집중호우 발생 일수는 2.0일로 평년보다 1.0일 많았다.

 

이유경 기자 leeyou@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