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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재능 전쟁 시대다. 기초과학은 지식개발 사업 중 하나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데 가장 밑거름이 될 것이다. 한국은 빠른 경제성장과 함께 많은 부문에서 눈부신 발전을 해왔다. 기초과학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선진국의 기술을 따라잡고 모방하는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제 한계에 부딪쳤으며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의 필요성을 느낀다. 기술 개발과 함께 적극적인 연구 참여를 유도해 선도적인 리드타입으로 변화해야 한다” 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장이 10일 열린 기초과학 컨퍼런스에서 강조한 말이다.
이번 컨퍼런스는 한국독일동문네트워크(ADeKo), 기초과학연구원(이하 IBS),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주한독일대사관 등의 4개 기관이 공동으로 밀레니엄 서울 힐튼 호텔에서 ‘21세기를 위한 기초과학 컨퍼런스’라는 주제로 열렸다.
행사에서는 기초과학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한국과 기초과학 강국인 독일의 석학들이 21세기 기초과학의 역할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상호 정보를 교류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번 컨퍼런스는 보편적인 차원에서의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 형성과 인적순환(Brain Circulation)차원의 국제 공동연구 필요성과 그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회의였다.
이날 기조연설을 맡았던 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장은 “유능한 과학 인재들이 해외에서 학업을 마치고도 국내로 들어오지 않는 이유로 해외에서의 연구환경이 더 좋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며 “한국의 미래 과학을 위해서 젊은 인력을 모아야 한다. 현재 과학자들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초연구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혁신적인 연구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며 “과학 선진국을 따라잡기에 급급한 펀딩시스템(funding system)이 아닌 연구원들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보장해 주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페터 풀데 아시아 태평양 이론물리센터(APCTP)소장도 지식 기반 사회를 위한 기초과학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기후변화, 신재생 에너지, 세계식량안보, 인구변화 등이 전세계 주요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기존에 지닌 지식만으로는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힘들다. 새로운 제품생산이나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하는 기초과학이 밑바탕”이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초과학을 무조건 어렵게 생각하고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 현대 과학자들에게도 대중들이 기초과학을 쉽게 받아드릴 수 있게 하는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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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조연설중인 페터 풀데 아시아 태평양 이론물리센터 소장 |
오후에는 4개 세션장에서 다음과 같은 주제로 회의가 각각 진행됐다. ▶(세션1) 기초과학과 응용과학 ▶(세션2) 과학과 산업 ▶(세션3) 기초과학의 구조와 재정 ▶(세션4) 기초과학과 교육시스템
세션1에서는 전남대 김윤수 총장이 좌장을 맡아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이라는 주제로 중개연구의 중요성과 기초과학과 응용과학 간의 지식교류 등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 김용민 총장, 기초과학연구원의 유룡 연구단장, 독일 교육연구부의 막시밀리안 메츠거, 교육과학기술부의 배재웅, 서울대 만프레드 마틴 교수가 주요 연사로 참가했다.
발표에 나선 포스텍 김용민 총장은 “추종자가 아닌 선구자가 되어야 한다”며 “오늘의 기초과학 투자로 내일의 도전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학제간 협력 파트너십의 중요성도 얘기했다.
‘과학과 산업’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션2에서는 현대오트론의 권문식 사장이 좌장으로 참여해 민간분야의 역할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광주과학기술원의 이재영 교수의 진행으로 이화여대 이공주 교수, 막스플랑크연구소의 마쿠스 아이스비르트 박사, 칼스루에 기술연구소의 스테판 발하임 박사, 한국 파스퇴르연구소의 울프 네어바스 박사, 독일 머크의 페어 키어쉬 박사가 연사로 참여했다.
세션3에서는 과학정책기술연구원의 송종국 원장이 좌장을 맡아 ‘구조와 재정’이라는 주제로 대화를 이끌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조현대 팀장은 “국내 기초과학을 키우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며 “잘못된 점은 개선하고 배워야 할 점은 서로 공유해 나가는 오픈마인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션4에서는 성균관대 미하엘 파울루스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이화여대 김선욱 총장, 에를랑겐 뉘른베르크 대학교 카를-디에터 그뤼스케 총장, 강원대 신승호 총장, 고려대 염재호 행정대외부총장, 광주과학기술원의 문승현 교수, 아시아 태평양 이론물리센터 페터 풀데 소장, 서울대 요르 알트만 교수 등이 토론자로 나서 ‘기초과학과 교육시스템’이라는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행복하게 연구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이 중요하다. 일종의 일자리 안보가 확보돼야 한다”며 “미래의 기초과학 인재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경력을 쌓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지도교수에게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진취적인 자세를 갖고 독립적으로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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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호과학과 교육시스템이란 주제로 토론중인 모습 |
이어 강원대 신승호 총장은 대학이 기초과학 분야 연구자들이 연구하는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얘기했다. 그는 “기초과학을 다루기 위해서는 인간·자연·환경 등이 융합돼야 하는데 대학이 적절한 기능을 하고 있다. 또 다음 세대에 연구를 전달해주는 기능이나 시스템도 중요하다. 연구기관은 대개 빠른 시일 내에 연구결과를 내놓기를 바란다. 반면 대학은 상대적으로 천천히 단계적으로 연구결과를 내놓을 수 있어 지속성을 더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연과학의 대중화와 연구결과를 이해하기 쉬운 내용으로 확산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각 세션이 끝난 뒤 세션별 좌장과 주최측 기관장, 각국 석학 등이 참석하는 종합토론도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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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