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유난히 추울 것이란 얘기가 많이 돌면서 사람들이 긴장하고 있다. 언론들은 앞 다퉈 올겨울 추위가 일찍 찾아오고 한파의 강도도 그 어느 해보다 셀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언론은 국내외에서 산발적으로 전해지는 날씨정보를 조합해 ‘역대 최강의 동장군에 대비하라’는 메시지를 계속 던지는 상황이다. 전력 사정이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실정이라 그 같은 보도가 을씨년스럽기조차 하다.

 

 

그렇다면 기상주무부처인 기상청이나 민간기상업체들의 현재 판단은 어떨까?

 

기상청은 북극의 해빙면적 감소로 지난 2년간 겪었던 한파 못지않은 추위가 올해도 나타날 것이란 조심스런 전망을 하고 있다. 기상청은 일주일 전인 지난 13일 1개월 기상전망(11월 하순~12월 중순)을 내놓은 바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12월 중순에는 강한 추위가 찾아와 평년보다 춥겠고, 기온의 변동 폭도 심할 것으로 보인다. 흐렸다 맑았다 변덕을 부리는 등 날씨가 오락가락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지난 2월 서울이 영하 17도까지 떨어지면서 65년만의 한파를 기록했던 만큼 ‘평년보다 춥겠다’는 예보 문구가 은근히 눈에 거슬린다.

 

 

기상청의 보다 현실적이고 공식적인 한파 장기예보는 오는 23일 나올 예정이다. 이때 향후 1개월 및 3개월 장기예보가 함께 나오게 되는데 이를 통해 이번 겨울 기간(12월~내년 2월)의 추위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따라서 며칠 후면 기상청의 공식적인 올겨울 한파 장기예보가 나온다는 얘기가 된다.

 

민간기상업체인 케이웨더도 이 시기를 전후해 올겨울 장기예보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서 ‘빨리 찾아오는 겨울, 유례없는 한파’를 걱정하게 만드는 조짐과 전망들은 계속 나오고 있다. 

 

달력은 아직 11월로 늦가을인데 요즘 날씨는 찬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아침에는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등 겨울날씨다. 연일 초겨울 추위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것 같은 겨울 추위,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케이웨더 반기성 예보센터장은 “올해는 시베리아 지역에 일찍 폭설이 내렸다. 북극의 얼음 면적이 줄어들면서 주변으로 습기를 많이 공급했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리면 추위와 관련이 깊은 시베리아 고기압이 더욱 강하게 발달한다. 또 북극 주변을 도는 강한 바람인 제트기류가 평년보다 더욱 남쪽으로 찬 공기를 내려 보낸 것도 평년보다 추위를 일찍 찾아오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올겨울 유례없는 한파 예측의 근거는 또 있다. 바로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산하 국립기후자료센터(이하 NCDC)의 추위 전망이다. 이 센터는 “북극의 한기가 남하해 한반도를 포함한 중위도 지역에 올해 맹추위가 불어 닥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NCDC의 보고서에 따르면 9월 지구의 평균 온도는 20세기 평균보다 0.67도 높았으며, 이는 188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또 지난 10월 북극 해빙 면적은 342만㎢로 1979년 관측 이래 가장 적다. 그동안 가장 적었던 2007년 때에 비해 18%나 줄어든 것이다. 해빙 면적이 크게 준만큼 더 심한 겨울 한파가 예고된다는 분석이다.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고 있는 가운데 북극 얼음은 점점 녹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구 온난화의 결과다. 온난화라면 겨울 기온도 점점 올라 따뜻해져야 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는 겨울철 차고 건조한 시베리아 기단의 영향을 받는다. 영하 30도 안팎의 시베리아 찬 공기는 상층을 지나는 제트기류를 타고 남하해 한반도 상공을 지나게 된다. 제트기류는 위도가 낮은 지역과의 온도차에 의해 발생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북극 해빙이 녹아내리면서 제트기류가 원래 상태보다 약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통상 북극의 기온이 높으면 한기 덩어리를 감싸고 회전하는 제트기류의 회전력이 약해진다. 북극을 중심으로 하는 공기 소용돌이라 불리는 북극진동이 고무줄이 늘어나는 것처럼 찬 공기의 띠 역할을 하는 제트기류가 쳐지면서 중위도까지 내려와 한반도에 한파를 몰고 오게 된다.

 

 

케이웨더 반기성 예보센터장은 “올 겨울은 재작년, 작년과는 다른 양상의 추위를 보일 것”이라며 “올해는 12월 4~5일 전후로 아주 강한 한파가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몇 년간의 경향으로 비춰볼 때 극심한 한파가 가장 먼저 내려오는 해가 바로 올해가 될 것 같다. 겨울의 시작이 가장 추운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북유럽의 바렌츠해 해빙이 많이 녹게 되면 그 지역으로부터 대기 파동이 형성되고 그것이 이동하면서 차가운 한기를 동아시아 쪽으로 몰고 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올해 바렌츠해 해빙이 지난 6월 말 대부분 녹아버린 것 또한 한반도 겨울 혹한 예측에 한몫을 한다.

정연화 기자 lotusflower@onkweather.com